충북축제 취소가 능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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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축제 취소가 능사 아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7.2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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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행사 취소 도민들 문화예술 향유 줄고 이벤트업체 붕괴
타 지자체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 ‘방역수칙 지킨 안전한 행사’ 진행 중
7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찾아가는 콘서트 /뉴시스
7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찾아가는 콘서트 /뉴시스

 

충북의 크고 작은 100여개 행사가 줄줄이 미뤄졌다. ‘옥천 포도·복숭아 축제’, ‘송계 양파축제’, ‘괴산고추축제’, ‘증평 인삼골 축제’, ‘직지코리아 페스티벌등은 취소나 축소로 결정됐다. 이로 인해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기회는 줄었다. 또한 행사와 연계한 산업들에도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행사취소로 한해 1210억원의 예산이 묶이면서 수 조원으로 추산되는 경제효과는 무산됐고 특히 이벤트업계의 경우에는 파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이벤트협회에 따르면 현재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80% 이상 감소했고 7월 들어서 휴업, 폐업하는 업체들이 급증했다. 각종 행사를 주도했던 행사지기 이벤트 업체들의 도산은 결국 국민들의 문화생활, 경제효과 향상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들이 그동안 소비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충북에 100개가 넘는 행사가 있고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행사들을 기획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프라인 행사를 해야 효과를 보는 이벤트들도 적잖다. 대표적으로 대추, 복숭아, 포도 등을 주제로 한 농산물 행사들이다.

그동안 이벤트 업체들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로 팀을 짜 기획부터 실행까지 준비해 온 노하우를 갖고 있다. 행사가 끝나면 지자체에서는 평가위원회 등을 열었고, 이벤트 업체들은 매년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행사를 조금씩 발전시켜갔다.

만약 현 상황이 악화돼 업체들이 줄도산해도 행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업계는 대부분 망하고 돈 많은 몇몇만 살아남는 기형적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개선책이 필요하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 /업체제공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 /업체제공

 

 

언택트 드라이브 인 콘서트

 

대안으로 비대면 행사들을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타 지자체들에서는 창밖 콘서트같은 비대면 행사가 한창이다. ‘창밖 콘서트는 아파트나 병원, 대형건물 외부에 무대를 마련해 문화공연을 진행한다. 지난 3월 김승수 전주시장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치유와 힐링의 이벤트를 고민해보자고 회의석상에서 발언하자 관련 공무원들이 잘 발전시켜 행사로 만들었다.

한국이벤트협회 전북지부 관계자는 전주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벤트업체들에게 역제안을 했다전주시 문화예술과장의 제의로 시작한 창밖 콘서트7~8회 진행할 예산이 약 3000만원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전주지역 이벤트업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이 소중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국에서 비대면 콘서트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경기, 강원 등에서는 차를 타고 즐기는 드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드라이브 콘서트함성은 경적, 박수는 깜빡이를 주제로 SNS을 통해 사전 예약한 관람객이 차량을 타고 음악공연을 관람하는 행사다. 도시 외곽의 주차장 등 넓은 공간에 무대를 세우고 관람객들에게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게 해 행사를 진행한다. 강원도는 5월 인제군, 7월 고성군에서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열었고, 오는 광복절(815)에는 철원에서 500대 규모의 차량이 참가할 수 있는 3차 콘서트를 예고했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이벤트업체들의 숨통이 틔자 지역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시작됐다. 지난 주말에는 전남 나주에서 찾아가는 000 콘서트가 열렸다. 무료공연을 원칙으로 주민들이 후원금을 보낼 경우엔 다음 콘서트 진행과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곳에 사용했다. 새내기 업체, 예술가들이 단순히 온라인 공연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통해 활로를 찾고 지자체가 절차적, 행정적 지원을 하는 상황이다.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업체제공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업체제공

 

방역비용 늘린 안전한 행사 하자

 

그런 가운데 이벤트 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방역비용을 늘려 안전한 행사를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충남에서 열린 6.25기념식에는 2000명이 넘게 모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전에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행사를 하더라도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며 사례들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612일부터 14일까지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박람회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지만 행사기간동안 주최 측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행사는 진행하되 방역을 잘 하도록 권고하는 편이다. 한국이벤트협회 충북지부 관계자는 타 지역은 행사를 추진할 때 방역비용을 전체 예산의 15% 정도 책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상생할 방안을 서로 찾아보자는 취지인데, 충북지역은 너무 취소, 축소일색으로 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충북에서는 7월 들어 청주읍성큰잔치, 괴산고추축제, 생거 진천 미래지기 축제, 단양 마늘축제 등이 취소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몇몇 농산물 축제들을 제외하고 다른 행사들은 추진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지자체는 코로나19가 계속해서 확산되면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들을 추진하는데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취소가 능사는 아니다. 독창적인 기획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다른 지자체들이 성공하는 사례들을 발 빠르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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