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출범... 의료계 '빈자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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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특위' 출범... 의료계 '빈자리' 크다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4.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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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홍 의료개혁 특위위원장... "의대정원 논의 계획, 현재로선 없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제안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의 1차 회의가 25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위원장을 포함해 6개 부처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20명이 구성된 자리다. 하지만 의료계 위원으로는 병원협회, 중소병원협회, 국립대 병원협회가 참석했고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의학회 등은 불참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 3석은 빈자리로 남았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이날 열린 첫 회의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료체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며,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며 “지역·필수의료 위기는 의료시스템 전반의 복합적·구조적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만큼 추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특위에서의 갈등과 쟁점은 공론화하고,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위원장은 “특위는 의료체계와 제도개혁을 조금 더 큰 틀에서 논의하는 기구”라며 “의료인력 수급 조정기전(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대정원을 논의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2025년도 의대 정원은 내년도 입시일정을 감안할 때 학교와 수험생 등의 혼란이 없도록 조속히 확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도 대학별로 내년도 대학입시전형 시행계획 개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과학적 근거에 따라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누차 밝힌 바 있으며 일정상 조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정원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출범하는 특위에서도 의료인력 수급 조정 기전에 대해 안건으로 다룰 예정에 있으므로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지금이라도 특위에 참여하여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의료개혁은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계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최선을 다해 의료개혁을 추진해가겠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충북대 의대생 168명은 정부와 충북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충북대의대생들
‘가처분 신청’

이들은 충북대 총장이 의대입학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2025학년도 대입전형을 변경해서는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앞서 의대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의대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청인 적격에 문제가 있다면서 각하했다.

이에 당사자적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가처분신청으로 법적대응 방향을 틀었다. 이들은 가처분신청서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동의 없이 증원 결정을 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입학 전에 형성된 입학정원과 교육의 질에 대한 기대이익을 침해했으므로 사법상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충북대 의대에는 당장 신입생 200명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고 지금도 카데바(해부용 시신) 1구에 8명씩 붙어서 실습하고 있다”며 증원강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의학교육의 퇴보는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최종국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회장 역시 “열악한 강의환경과 여러가지 교육여건, 임상실습환경이 적절치 않은데 총장님께서 그걸 어떻게 추진해 나갈 건지”하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김영환 충북지사는 충북의대 2곳은 300명 정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 같은 사건이 연발하고 있는 것을 봐도 충청북도로서는 다른 지역과는 형평성이 그동안 너무 무너져 있었기 때문에”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했다.

의사, 집단사직서
효력임박

의정대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의사들의 사직 효력 이러한 가운데 의대생 집단유급 마지노선도 다가오고 있어 의정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1만623건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56.5%에 해당한다. 개강을 했더라도 수업 거부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은 집단 유급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에 해당한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충북대 의대 교수진은 지난달 임시총회에서 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때가지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쉬기로 논의한 바 있다.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는 의사들의 피로는 누적되어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환자의 생명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지난 23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서, 외래 진료와 수술을 다 멈추기로(주1회 셧다운. 휴진) 의견을 모았다. 전국 20여개 의과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려 주요 대형병원 전체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누구를 믿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눈앞이 깜깜하다. 의사로서의 숙명이 있었는지? 환자들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의 마음이 검게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의료공백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법원으로 향하는 의대생들의 손팻말에는 “저희도 대한민국의 학생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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