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와 건물관리인의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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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와 건물관리인의 다툼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4.2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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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 앞 상점가에서 택배기사와 건물관리인이 다투는 모습을 봤다. 당시 택배기사는 한시라도 빨리 물건을 나르기 위해 주차장 입구에 잠시 차를 대고 짐을 내렸다. 시간으로 따지면 불과 2~3분 남짓이었다. 하지만 이를 본 건물관리인이 득달같이 쫓아와 택배기사를 나무랐다. 미안하다는 택배기사의 사과에도 말을 쏘아 붙이는 건물관리인의 태도에 택배기사는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

꽤 시끌벅적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이들의 다툼을 지켜볼 뿐이었다. 언성이 오가면서 연신 시계를 보던 택배기사는 1~2분 만에 트럭을 끌고 쫓기듯 다음 장소로 떠났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200건 이상의 배달을 해 늘 바쁘기 때문이다. 그가 이동한 뒤 자리에 남은 건물관리인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 마냥 멀뚱히 서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둘이 싸울 일은 아니었다. 택배기사는 그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일했을 뿐이다. 만약 그 건물이 어떤 아파트처럼 택배차량을 건물 인근에 주차하지 못하게 했더라면 해당 택배사는 바로 문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을지 모른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건물관리인도 잘 알고 있었을 터. 더구나 당시 주차장 주변을 지나는 차가 한 대도 없어 문제될 게 없었다. 오히려 현장을 미리 본 건물관리인이 잠시 차량을 통제했더라면 더 좋은 상황이 연출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물관리인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 아마 건물주가 인근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과잉 대응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 건물주는 동네에서 까다로운 사람으로 입소문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곳은 세입자, 건물관리인, 청소부가 여럿 바뀌었다.

이런 다툼은 비단 그 건물 뿐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난다. 그 원인은 지금 우리사회가 단군 이래 최고로 양보 없는 각박함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극단적인 예지만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1분기 교통사고 건수가 전년보다 26%나 증가했다. 이중 상당수는 가벼운 접촉사고로 서로 양보 없이 운전하다가 생긴 사고가 많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만큼 여유가 없어졌다. 혹자는 이를 안타까운 우리시대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사회 저변에서 각자도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도 내놓았다. 실제로 사람끼리의 연대는 점차 깨지는 분위기다. 비대면의 확산으로 모임이 사라지면서 그런 분위기가 가속화됐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하자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자도생은 해법이 아니다. 그 대신 우리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이곳이 연대사회라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상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교황의 경고처럼 우리가 놓지 말아야할 가치는 꼭 있다. 지금은 주변을 위한 배려와 연대의 마음이 필요하다. 상황이 어렵다고 불신이 증대돼 각자 탈출구를 찾으려 하면 점차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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