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라고 믿는 그 것, 팩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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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라고 믿는 그 것, 팩트입니까?
  • 충청리뷰
  • 승인 2021.04.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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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글이 넘치는 시대, 팩트체크 꼭 필요

 

진솔하고 믿음이 가는 이미지인 가수 윤종신은 어느 제약회사 간장약 광고에서 매일같이 외친다. “팩트입니까?” 우리에게 약을 고를 때도 허위, 과장에 속지 말고 몸에 도움이 된다는 효능의 근거를 사실적으로 따지라며 윤종신이 ‘팩트’를 묻는다. 약에만 허위, 과장이 있을까? 맛집 후기도 영수증을 첨부한 ‘내돈내산’이어야 팩트로 쳐준다. 주인의 협찬, 아는 사람의 가게를 체험하고 무조건 좋다는 후기를 남겨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팩트를 따져 물어야 하는 시대가 ‘지금’뿐이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거짓 소문 때문에 1923년 간토 대지진이 났을 때 6,000여 명의 조선인들이 죄없이 학살되었던 아픈 상처를 2021년 또다시 들추었다. 지난 2월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후 일본 인터넷상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는 것을 보았다’는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허위 글이 트위터에 등장했다.

마이니치신문에서 ‘이런 발언은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을 흉내 낸 것’이라며 ‘재해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도 ‘우물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 우습기도 하지만 거짓은 진실보다 사람들 입줄을 잘 타고 드니 유치한 것이라도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번식력이 왕성해지는 가짜들

이 많은 가짜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어디서 왔길래 이렇게 죽지도 않고 살아나고 또 살아나 더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변이를 하는 것일까? 모른 척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짜 정보를 만들어 내는 입과 그것을 전하는 입들이 그것의 숙주이고, 진실이나 사실보다 ‘사람들이 흥미 있어 하는 것’에 돈이 몰리는 시장 논리에 의해 가짜들은 점점 더 번식력이 왕성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2020년 1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종합점검회의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한 것으로 나오는 사진이 일부 커뮤니티와 SNS등을 통해 확산됐다. 이 사진은 가짜인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이미 사진이 막을 수 없도록 퍼지자 청와대에서 ‘허위 조작된 합성 사진’이라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대통령이 백신 접종을 하는 동영상이 허위라며 문제 제기를 하여 팩트체크 대상이 된 일도 이슈였다.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가? 누가 만들고 누가 전달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작년에 학생들과 코로나19에 대한 팩트체크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 자신이 받은 가짜 뉴스, 허위 정보를 검증 없이 다른 이에게 전달한 경험을 모둠별로 조사 발표하고 그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는 수업이었다.

 

‘박쥐 바이러스’ ‘중국 세계 세균전’ ‘하느님의 심판설’ ‘신종코로나 감염되면 반드시 폐 섬유화가 진행된다’ ‘마늘을 커피처럼 끓여 마시면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이 완치된다’ ‘식염수를 분무기에 넣어 뿌리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죽는다’ 등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SNS를 통해 전달받고 스스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새로운 정보라며 누구보다도 빨리 전달했던 경험을 거의 모든 학생들이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보낸 정보의 출처, 사진과 동영상 자료의 시점과 내용의 일치 여부, 자료의 원전 등을 확인하는 펙트체크를 통해 금세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였다.

팩트체크 교육이 필요한 이유

이번 학기는 학생들과 팩트체크로 뉴스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자료 조사와 빈틈없는 팩트체크를 거쳐 좋은 정보를 생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도록 하는 페이크 뉴스에 정면으로 맞서고 팩트체크를 통해 세상을 제대로 보고 진실을 가려낼 수 있으며 그러한 정보만을 자신의 것으로 기꺼이 들이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가정에서도 부모는 자녀들이 몇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가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분별한 허위 정보에 판단력을 잃고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또한 자녀와 함께 같은 주제의 뉴스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읽고 시청하기를 권한다. 같은 주제이면서 서로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뉴스를 보면서 정보의 정확성, 자료의 적절성, 정보가 갖고 있는 프레임의 모양 등에 대해 비판하는 토론을 생활화하며 우리들의 자녀가 성장한다면 그 어떤 허위 조작 정보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심각한 허위 조작 정보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쓰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를 쓰며 괴로워하고 있다. 이미 법적 처벌 및 대책을 세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며 팩트체크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우리들의 자녀는 잘못된 정보를 가려내는 비판 능력과 정의롭고 정확한 정보를 만들 수 있는 리터러시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여 믿을 수 있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그들의 손으로 이루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것, ‘팩트입니까?’

/임혜란 단양중학교 수석교사
/임혜란 단양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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