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서 있는 사람_6.10 민주항쟁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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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서 있는 사람_6.10 민주항쟁기념일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6.1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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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서 있는 사람

_6.10 민주항쟁기념일

 

 

앉아있는 돌은 그곳의 평화를 사랑한다

앉아있는 돌은 그곳의 평화를 사랑하기에 주먹을 쥔다

힘껏 날아가는 돌은 퍼붓는 최루탄을 뚫는다

독재의 유리창을 관통하며 온몸이 부딪친다

돌은 날아올라서 여적 불꽃을 사르며 식지 않는다

부서지지 않는 돌의 함성이 저벅저벅 거리를 메운다

청주제일교회와 옛 남궁병원 네거리 사이를 뜨거운 함성으로 채운다

청주우체국 주변과 성안길 국민은행 앞에 모인 자유를

시들지 않도록 밤늦도록 부둥켜 안는다

나로부터 가장 멀고 가까운 돌의 심장을 쥔다

이 자리에 지금 서 있는 이유를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만장을 뒤따르는 걸음이 박종철이고 이한열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음이 그곳에 있다

당신의 청춘을 되살려서 함께 데려가고 싶은

그날 6. 10일의 푸른 걸음이

그곳에 있다

 

 

“사랑은 자기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발 걸음 걸음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 자리에 지금 서 있는 이유를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의 행동을 그렇게 사랑하며, 모든 것의 존재를 그렇게 필연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한열 일기 중. 1985. 8. 30)

 

37년 전 청주. 6월항쟁의 길목은 뜨거웠다. 1987년 1월 16일 청주제일교회에서 열린 문익환 목사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개신교와 천주교가 선도하는 쌍끌이 집회와 시위가 촉발됐다. 특히 도화선이 된 사건은 서울대학생 박종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고문치사이다.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한 취조 경찰의 변명은 선량한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2월 2일 청주서부교회에서 ‘고문폭력 추방 및 고 박종철군 추도를 위한 성직자 기도회’가 열렸고, 15일 명암교회에서 열린 추모대회는 가두시위로 번져나갔다. 천주교도 2월 7일 내덕동 천주교회에서 추모식을 갖고 시내까지 침묵시위를 벌였다. 10일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하는 고문추방 기도회에는 600여명이 자리했다. 그날 독재에 맞서 젊음을 불사른 이들은 후일 각 계층별, 분야별로 결집해 청주시민사회운동을 이끌어가는 초석이 됐다.

/ 이기인   사진 6월민주항쟁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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