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떠난 충북장학회의 운명

신한은행 유지 선언 불구 지역사회 환원 여론

2006-04-13     김진오 기자
1988년 충북은행이 설립, 조흥-신한으로 넘어가
신한은행 유지 천명 불구 ‘지역에 환원해야’ 여론


지난 1일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통합해 통합신한은행이 출범함에 따라 30여년 운영돼 오던 충북장학회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학기금 대부분이 충북은행 시절 출연됐고 신한은행이 지역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점 등을 들며 장학회를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충북장학회는 충북은행이 1988년 지역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한 충북은행장학회가 전신이며 1999년 충북은행이 조흥은행에 강제 합병되면서 조흥은행 충북장학회로 이름이 바뀐뒤 신한은행충북장학회로 세번째 이름을 얻게 됐다.

충북장학회는 1억원의 기본재산으로 출범해 충북은행 시절 10번의 증자를 거쳐 기본재산을 23억8000만원으로 늘렸으며 조흥은행이 1억7000만원을 증자, 도내 54개 장학재단 중 네 번째로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표참조>

   
충북장학회, 신한의 지역끌어안기

IMF시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충북은행이 조흥은행에 흡수합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의 거센 반대운동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조흥 측은 충북은행장학회의 계승과 유지는 물론 지역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충북장학회는 또다시 7년만에 지역과 아무런 연고없는 신한은행에 그 운명이 맡겨지게 됐다.

통합신한은행은 출범 열흘만인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역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신한은 지역사회에 보다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자금의 원활한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충북장학회의 수혜대상을 도내로 한정하고 추가 출연을 검토하는 등 장학사업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신학호 영업본부장은 “청원군 가덕이 고향이고 충북은행 초창기였던 73년 입행해 은행원으로 33년간 근무해 왔다. 향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지역연고성을 강조했다.

신본부장은 또 “충북장학회와 수영팀 운영 등 지역밀착화 사업을 착실히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발전하는 대표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은행 통합에 따른 지역의 우려를 크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북이 충북장학회 운영하는게 마땅

하지만 통합신한은행 측의 이같은 약속을 액면 그래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선 충북-조흥-신한으로 이어지며 지방은행이 사라진 것에 대한 지역의 상실감과 IMF당시 조흥은행이 충북은행을 흡수하면서 지역에 기여하겠다고 한 약속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던 점 등을 들고 있다.

충북은행장학회의 경우 조흥은행 충북장학회로 이름을 바꿔 장학사업을 유지해 왔지만 조흥은행은 장학회 기본재산 25억5000만원중 7%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7000만원을 출연하는데 그쳤다.

장학회 기본재산 93% 이상이 충북은행 시절 지역의 자금으로 조성됐으며 조흥은 큰 힘 들이지 않고 이를 지역 끌어안기에 적절히 활용했고 신한 또한 같은 방법으로 편승하려 한다는 것이다.

통합신한은행이 장학사업 계승·유지와 추가 출연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그 규모와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이 500억원을 출연해 별도의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충북장학회는 조흥은행 흡수의 명분과 지역달래기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지역경제계 인사는 “충북장학회는 지역자본으로 탄생한 것이다. 조흥은행으로 넘어갈 때도 지방은행이 사라진다는 상실감과 함께 장학회 문제가 지역사회의 이슈가 됐었다. 신한은행도 달콤한 말로 지역사회 기여를 얘기하고 있지만 충북은 이제 시중은행의 각축장이 되게 됐다. 이런 마당에 충북장학회를 지역과 아무런 연고 없는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것은 지역의 자존심을 손상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충북장학회가 지역의 인재양성을 위해 매년 1억원이 넘는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장학기금도 지역에서 형성된 것이다. 장학회 운영을 맡았던 은행이 통폐합 된 만큼 장학회를 지역에 환원해야 하는게 마땅하다. 별도의 장학재단을 설립하거나 단체에 위탁운영하는 등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학호 본부장은 “충북장학회의 수혜대상이나 이사진 모두 지역에 국한되는 만큼 기본 성격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운영을 맡는게 효율적이다. 또한 신한은행이 출연 주체로서 법적지위를 갖고 있고 있으며 더욱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