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증평독립 지치단체 실현 전망은

2003-01-16     충청리뷰
“이번엔 해야한다” 기대감 높아… 이원종지사 ‘무관심’엔 주민 불만 팽배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중 청남대 폐지와 더불어 도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증평의 독립자치단체 실현이다. 그러나 증평문제도 청남대와 마찬가지로 인수위원회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증평주민들은 자치단체를 새로 만드는데 따른 만만찮은 비용부담과 같은 처지에 놓인 충남 계룡시가 ‘계룡특례시 설치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해 어느 한 쪽만 해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 공약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도내 다른 자치단체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모두 ‘강건너 불구경’이고 증평주민들만 몸이 달아 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출장소 개청이후 13년 동안 빌어왔던 소원이 이제 실현될까 기대도 저버리지 않고 있다. 괴산군 14개 투표소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모두 1위를 했다는 것은 이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증하는게 아니냐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증평군설치에 관한 법률안’ 국회상정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대선 전, 국회에 발의돼 올 정기국회에 상정된 ‘증평군 설치에 관한 법률안’ 통과 등 증평독립자치단체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 안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참고로 이회창 당시 후보는 “타 도시와의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향후 실현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증평군 설치에 관한 법률안’은 제 234회 정기국회 행정자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지난해 4월 이 위원회에서 심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대선후보 경선 등의 현안으로 미뤄져 왔다. 증평문제가 국회에까지 올라가게 된 것은 정우택 의원(자민련·괴산 음성 진천)이 지난해 3월 “증평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충북도 관할의 일반 행정조직으로 설치된 후 주민들이 자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역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증평출장소를 증평군으로 승격하여 지역주민의 자치행정 참여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는 법률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한 정의원은 지난해 상임위도 행정자치위원회로 옮기고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평출장소 양승렬 총무과장은 “며칠전 충북도의원, 괴산군의원, 증평발전협의회 유명호 회장, 증평시민회 이종일 대표 등 주민대표들과 함께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을 만나 증평이 독립자치단체로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나라당 의원 3명, 민주당 의원 3명 등 6명으로 구성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되면 행정자치위원회를 수월하게 넘기고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이 날 만난 전문위원이 긍정적으로 답변해 우리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과장은 “1∼2월은 새정부 출범 때문에 어려울 것 같고 빠르면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다뤄질 듯하다. 그래서 새정부가 출범하면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중앙에 우리들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했지만 장·차관 등 주요 인물이 바뀌어 다시 한 번 증평이 처한 현실을 간곡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지사가 한 일이 뭐있나”
추영우 증평시민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증평주민들이 독립자치단체 설립을 위해 어떻게 싸우고 노력해 왔는가를 동영상 CD로 제작해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곧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종일 증평시민회 대표는 군 설립에 대해 낙관하면서도 충북도의 무사안일한 행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증평이 10여년 동안 자치행정을 하지 못하고 저렇게 있는데 도지사는 너무 무관심하다. 중앙정부에 쫓아가도 벌써 몇 번을 갔어야 하는데 앉아서 말로만 행정을 하고 있다. 도지사는 증평주민 대표들과 여러 차례 만나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동안 한 일이 뭐가 있는가. 증평자치단체추진기획팀을 만들어 발빠르게 대응해야지 중앙의 눈치만 보고 있는게 너무 실망스럽다.”
실제 부임해 오는 출장소장들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만, 김재욱 전 소장을 빼고는 평균 재임기간이 8개월 밖에 안돼 뭘 좀 해보려다 이임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충북도의원과 괴산군의원 역시 증평주민들의 지지로 당선, 의원활동을 하면서도 그동안 이렇다하게 이 문제에 매달린 의원이 없었다는게 주민들의 얘기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6일 충북도정 개혁과제 12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증평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뤘다. 이들은 증평이 법정 자치단체가 아닌 관계로 주민들의 자치권과 참정권을 제약받고 있고, 예산상 불이익으로 지역민들의 불만이 극도로 고조돼 있으나 충북도의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도는 증평군 설립에 관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도민의 의견을 결집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91년 시 승격을 내다보고 증평출장소를 개청했으나, 인구 5만명을 채우지 못하자 형식적으로는 괴산군 증평읍에 속해 있고 행정적으로는 충북도의 관할하에 있는 ‘애매모호한’ 조직으로 증평을 방치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더 이상 시승격의 희망이 없자 주민들은 인구 기준선이 없는 군 설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군 설립은 해당군의회의 승인만 받으면 되고 이미 괴산군의회에서 증평군 설립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어 장애요인이 없었던 것. 아무런 메아리조차 없던 시절부터 증평 자치단체 독립을 외쳐온 주민 대표들은 이제 대통령이 공약까지 한 마당에 안될게 뭐가 있느냐며 될때까지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홍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