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 국내 상륙
오남용 우려…비대면 진료 앱 등 의료·제약 시장 지각변동
[충청리뷰 양정아 기자]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이달 한국에 정식 출시되며 국내 의료 및 제약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위고비는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인해 ‘꿈의 비만약’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수요를 기록하며 일시적인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그 영향이 단순히 비만 치료제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미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선택
위고비는 지난 2022년 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그의 체중 감량 비결을 묻자 일론 머스크는 간헐적 단식과 함께 위고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약 13kg을 감량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위고비는 급속도로 유명세를 얻었으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위고비의 주요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로 이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비만 치료제로 상용화된 위고비는 주 1회 복부나 허벅지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노보노디스크는 68주 동안 꾸준히 투여할 경우 평균적으로 체중의 약 15%를 감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비만 치료제 대비 약 두 배에 달하는 체중 감량 효과로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20% 감소시키고 음주·흡연 욕구까지 줄여준다고 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치솟고 있다.
출시와 품귀 현상
지난 15일 위고비가 한국에 정식 출시되자마자 일선 병원에서는 처방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위고비의 한 달분 가격은 약 7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일부 병원에서는 대기자 명단을 작성할 정도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높게 부풀려 처방받으려는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병원은 “위고비 물량을 확보했다”고 문자로 홍보하며 위고비와 특정 수술을 결합한 체중 감량 치료법을 내세워 관심을 끌고 있다. 병원은 위고비의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와 수술을 결합해 최적의 시너지를 제공하는 치료법을 제시하며 환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위고비의 인기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비대면 진료 앱들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서비스인 닥터나우 등은 위고비 처방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환자들이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나, 체중과 건강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는 비대면 진료의 특성상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삭센다(Saxenda)와 같은 비급여 약물이 비대면 진료로 무분별하게 처방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한 사례도 나타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리처방을 요청하는 게시글들이 등장하는 등 위고비의 인기가 불법적인 방법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신속 모니터링 대응반’을 구성하고 불법 유통 및 광고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예고했다. 식약처는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 및 복약 지도를 받아야 하는 전문 의약품”이라며 “온라인 등에서 불법 유통되거나 구매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재편
이런 상황 속 위고비의 폭발적인 인기는 기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기존의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과 체중 감량 효과의 한계로 인해 점차 위고비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가 삭센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어나고 투여 빈도도 주 1회로 매우 간편하기 때문에 비만 환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선호되고 있다.
위고비의 성공은 노보노디스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약 산업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이를 비만 치료제로 상용화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위고비의 성공으로 인해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증시에서 루이뷔통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기록했으며 이는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위고비의 출시와 그로 인한 변화는 단순한 비만 치료제 시장의 변동을 넘어서 의료 및 제약 산업 전체에 걸쳐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앞으로 위고비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들이 제약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