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수의 목수 50년에 발언권을 주다

이 재 표 정치부 차장

2007-02-15     이재표 기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57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10월4일 러시아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올렸다. 또 5월19일 서울 명동의 시립극장에서는 제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렸다.

국민배우 안성기(55)씨도 1957년 5살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로 은막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연기생활 50년을 맞는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인천 만국공원(1897년 조성)에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세워진 것도 1957년 10월3일이다. 이를 계기로 이 공원의 이름은 자유공원으로 바뀌었다.

‘역사란 결코 지나간 일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해석을 통해 과거 사실을 편집하고 의미를 다시 꾸리는 일이다’ 역사학자 E.H카의 말이다. 역사가의 임무란 지나간 일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현대적인 의미에 맞게 지나간 일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이란 얘기다. 그래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던가.

나는 비록 역사가는 아니지만 50년 전의 작은 출발에 대해 발언권을 주고자 한다. 청원군 오창면 출신의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신응수 대목장이 17살의 나이에 목수 신강수와 박광석 문하에서 한옥을 짓는 목수의 길에 들어선 것도 1957년 8월이었다. 이후 신 대목장은 1960년 전설적인 대목수 조원재의 계보인 이광규의 문하생이 되어 대한민국 궁궐목수의 맥을 잇는다.

신 대목장은 29살이 되던 1970년 불국사를 대대적으로 복원하는 공사에서 부편수라는 중책을 맡는다. 1975년 수원성을 복원공사에서는 당당하게 도편수의 자리에 오른다.

그 이후로 그의 손을 거쳐 새로 짓거나 복원된 전통건축물은 이루 꿸 수 없을 정도다. 1991년부터 시작된 경복궁 복원의 대역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쯤되면 굴도리집 공사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된 그의 목수인생 50년에 대해서도 충분히 발언권을 줄만 하다.

신 대목장은 아직도 현역에서 잘 나가는 목수지만 아름다운 회향을 준비하고 있다. 평생 모은 200억원을 아낌없이 던져 한국전통건축박물관을 짓고자 하는 것이다. 200억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돈이지만, 그의 손을 거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이 재현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또 세월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이 분명하다.

전통건축박물관의 입지를 놓고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신 대목장의 고향인 충북(청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잠잠하지만 지난해 강릉시는 전통박물관 유치를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삼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강릉행이 무산되고 난 뒤 이번에는 경기도 용인시와 부천시가 뛰어들었다.

국보급 지정문화재가 없는 부천에서는 올해 7명, 앞으로 50명의 인간문화재를 부천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내놓고 있다. 용인시는 MBC와 함께 백암면 43만평 부지에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본떠 완벽한 건축물 수준의 드라마·영화세트장 ‘드라미아’를 건립하기로 하고, 사업구역 안에 전통건축박물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합판으로 대충 짓는 드라마세트장에도 자치단체가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날림사업의 폐해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온다. 후손 대대로 가치를 이어갈 문화사업에는 명품이 필요하다. 그의 저서(천년궁궐을 짓는다·2002년·김영사)’ 제목과 같은 ‘천년 궁궐’을 지금 충북에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