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벌 짬뽕박물관 ‘마을 역사를 팝니다’

‘톡톡’다원예술매개공간…예술 매개로 지역주민과 만나
동네신문 발간, 어린이 별똥대 등 벽화제작및 감성교육 펼쳐

2010-11-10     박소영 기자
작은 동네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역사학자가 아닌 아티스트였다. 하이브 캠프는 지난 2년간 안덕벌 첨단문화산업단지 초입에 다원예술매개공간 ‘톡톡’을 내고 지역주민과 예술을 매개로 만났다. 그리고 지난 2년의 기록을 담아 ‘짬뽕박물관’을 11월 10일까지 열었다.

   
▲ 안덕벌 대우 아파트 한쪽 면에는 아티스트들이 그린 벽화가 있다.
   
▲ 윤성이발소에는 손때 묻은 이발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미 지난해 ‘예술뷔페-짬뽕 가게’를 열어 주민들과 예술가들의 물물교환을 통해 수집된 42점을 전시한바 있다. 올해는 커뮤니티의 향수를 간직한 곳 5곳, 안덕벌의 역사가 남아있는 곳 5곳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전시했다.

‘톡톡’에서는 안덕벌을 ‘안텃벌’로 표기한다. ‘안터’라는 말에 나온 것인데, 이곳 어르신들이 ‘안텃벌’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톡톡에서 발행하고 있는 동네신문 ‘원주민’에서도 언제나 ‘안텃벌’로 표기된다.

이종현 다원예술매개공간 팀장은 “생활의 편리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는 곳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개인의 역사는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최소한의 기록을 통해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의 눈에 들어온 동네 이야기는 꽤나 진득진득하다. 안덕벌에는 현재 성업 중인 이발소가 창덕, 윤성, 상희, 대성, 신광 등 5군데나 있다. 22년부터 44년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두발자유화가 되기 전에는 여중학생까지 머리를 깎으러 왔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땅 값이 싸서 움직이지 않고, 손주 용돈 주려고 여전히 일하고 있다는 것.

그는 “작은 동네의 역사이고 족히 30년 이전의 일 들이라 이미 기록이 소실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착잡하게 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흐릿하게 구전으로 알고 있는 부분들을 주민 인터뷰만으로 기록하기란 역부족이었다”며 “안덕벌은 언젠가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화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바로 ‘안텃벌의 역사 기록하기’가 필요한 것은 앞으로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도시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하찮은 일기라도 기록은 역사를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씨는 “내덕 삼일주택 앞 빨래터에서는 30년전만 해도 이불빨래도 하고, 아이들을 벌거벗겨 놓고 씻겼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만난 올해 일흔여덟의 서병희 할머니는 “김장철엔 배추도 절이고 김장도 함께 했었고 가끔은 동향의 해가 잘 드는 빨래터에서 빈대떡을 구워먹으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던 곳 이었다”고 회고했다.

   
▲ 안복영 할아버지는 올해로 98세로 한 때는 인간문화재로 활동됐다.
또한 지난 안덕벌 예술제에서 녹슬지 않는 ‘창’실력을 선보였던 올해로 98세 되신 안복영 할아버지는 백발에 긴 수염, 호리호리한 몸매에 큰 키,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곱게 갖춰 입은 모습이 한눈에도 명물이다. 고향인 전라북도 남원에서 반평생을 살다가 1960년대부터 청주에 머물렀는데, 과거엔 판소리 창극 인간문화재 제10호에 지정돼 왕성하게 활동하셨다고. 한때는 문하생 150명을 휘하에 뒀으며 명창 김동진 선생과 의형제를 맺고 공연도 함께 했다고 한다.

평생 피붙이 한 명 없이 외롭게 살며 판소리 하나에만 집중했던 안 할아버지는 과거 화려했던 시절 이승만 박사가 수여한 상에 대한 기록도 없어지고, 그가 걸어온 예술인의 길은 오랜 세월에 묻혀 잊혀져버렸다고.

‘톡톡’이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안덕벌만의 특정된 이야기가 아닌 잊혀진 우리들의 삶일지도 모른다. 이번 짬뽕박물관에서 전시됐던 작품들은 인근 상가에서 순회전시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톡톡은 지난 2년간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펼쳤으며 이번 짬뽕 박물관 오픈을 끝으로 사업이 종료된다. 톡톡에서는 그동안 ‘어린이 별똥대’를 통해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기존 학원수업에서 만날 수 없는 감성수업을 진행했다. 또 이러한 안덕벌 동네의 이야기는 최근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생활문화공동체 시범사업인 ‘우리동네 예술동네’에서 펼친 수기공모에서 2등상을 타 상금 500만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