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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자치 단체장은 재난관리 책임져라”주장
[이사람을 주목하라]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위기관리 전공한 국내유일 학자
2004. 08. 12 by 홍강희 기자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39)는 젊다. 그러나 그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을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인사임을 알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행정자치부·소방방재청 정책자문위원. 지역에서보다 서울에서 더 많이 알려진 그의 전공은 드물게 ‘위기관리’다. 국내 행정학 교수 중 이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유일한 학자로 꼽힌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대응 태도에 대한 칼날같은 지적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학문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무척 궁금했다.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을 좀 했는데 졸업하고 진로를 모색하다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지도교수의 영향도 있었지만, 왜 재난의 주요 피해자는 소외계층일까를 생각하곤 이 분야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은 저지대에 살고 부자들은 위쪽에 살기 때문인데 나의 관심사는 재난예방과 이를 위한 법·제도 마련 등이다.”

“단체장한테 권한주고 책임묻자”

 지난 3월 충북도민들은 ‘100년만의 폭설’로 엄청난 재난을 당했다. 농가가 무너지고, 가축들이 죽었으며, 도로가 막혀 출근조차 할 수 없었다. 현대인들은 앞으로 ‘자연재앙’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보를 적중시키기라도 하듯 ‘순하기만 했던 눈’은 사람들을 가두고 무서운 흉기가 되어 건물과 시설물을 파괴시켰다. 그렇다고 우리에게는 이런 자연재난만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유독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 굵직굵직한 재난이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 이 교수의 전공 영역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그런 만큼 할 일이 많다.

 “위기관리에는 자연재난과 인적재난, 그리고 국가기반체계 등이 포함된다. 전에는 자연으로 인한 피해를 ‘자연재해’라고 하고, 인위적인 것을 ‘인적재난’으로 구분했는데 이제 법이 일원화되면서 재난이라는 단어만 쓴다. 국가기반체계는 사회적 재난을 말한다. 금융이나 교통, 전력, 정보통신시스템 등 국가핵심기반시설에 관한 것이다. 재난이 나면 예방, 대비, 대응으로 체계화해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한 인색한 투자와 무관심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한다.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복구비가 얼마 들었는지 아는가. 10조원이다. 이 돈은 전체 예산 120조의 약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이고 이것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장은 ‘중앙’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재난관리를 하지만 지자체로 넘겨줘야 한다는 게 이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런 주장을 해왔다. 단체장 스스로 지역에 맞는 재난관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그 대신 철저한 책임을 묻자는 것이 그의 소신. 그래야 ‘잘되면 내 덕이고 안되면 중앙정부 탓’으로 돌리는 단체장들의 습성을 고칠 수 있고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이를 평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관선시대 때야 중앙정부에서 책임을 졌지만 이제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지자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그는 “현재는 단체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권한만 줘서 오히려 관선시대 때보다도 못하다. 전에는 수해가 났을 때 단체장이 자리를 비우면 즉각 해임됐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단체장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3년간 보통세 수입의 1/100을 적립하도록 돼있어 이 예산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갈등도 관리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든 뒤 단체장이 재난관리를 게을리 했을 경우 주민소환제를 발동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NGO에서는 주민소환위원회같은 조직을 구성, 단체장을 청문회에 불러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인데 지난 3월 폭설이 좋은 사례가 된다. 주민들이 눈속에 갇혀 발을 동동 구를 때 단체장은 ‘하늘 탓’만 하고 제설작업을 체계있게 지시하지 않아 엄청난 비난을 산 적이 있다. 계속해서 이 교수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이재민이 생겨도 당장 숙소를 못 짓는다.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등을 받으려면 1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인 셈이다. 그래서 풍수해대책법이 마련되면 평가를 면제하는 것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도 현실과 동떨어진 사항이 많아 계속해서 손을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참여정부는 소방방재청을 신설하고 갈등관리시스템 법안 작성에 착수하는 등 재난관리에 관한 한 어느 정권보다도 신경을 쓴다는 그는 갈등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갈등관리? 얼른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갸웃하자 곧바로 그의 명쾌한 설명이 날아왔다. 화물연대파업이나 부안사태 등을 통해서 보더라도 무지막지하게 싸워야 해결이 됐지만, 실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 협상은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차문제로 부딪쳐도 큰소리를 내는 만큼 어릴 때부터 갈등관리 및 타협의 기술의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관리가 안되면 위기로 넘어간다. 우리 민족은 투쟁과 전쟁의 역사를 살아와 갈등을 증폭시켜 해결하는 게 습성이 됐다. 하지만 협상은 비겁한 것이 아니다. 미국에는 갈등관리사가 있고, 중재자협회라는 기관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들에게 갈등관리교육을 시키고 있다. 충북공무원교육원에서도 내가 처음으로 이런 내용을 강의한 적이 있다.” 소리 지르기 전에 협상하라는 이 교수의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지난 2000년,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충북대교수가 된 이 교수는 청주태생으로 연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충북대는 그에게 있어 첫직장인 셈이다. 충북도 지역혁신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방재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리나라 방재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 방재컨설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관리에 관한 한 주요 기관 3군데에서 모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만큼 국가차원의 재난관리 시스템에 밝은 이 교수는 요즘 제도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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