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빈곤의 문제 성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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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빈곤의 문제 성찰할 때
  •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 승인 2022.02.09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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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빈곤율 측정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하며 시작, 아직 빈곤율 높아

 

 

 

무언가를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은 그 무언가가 공동체의 노력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사회문제라는 함의를 갖는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국민의 생활실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역사는 길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빈곤역시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부터 공식적으로 빈곤율이 측정되기 시작했을까? 지난한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를 실현한 이후인 1999년부터이다. 불과 20년이 조금 넘는다. 지난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국민의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도입은 한국에서 복지국가가 본격화되는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노인빈곤율 높은 대한민국

 

그러나 빈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빈곤 실태는 국제적으로 어떤 상태일까? 작년 OECD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19년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6.7%OECD 평균(11.1%)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코스타리카(20.5%), 미국(17.8%), 이스라엘(16.9%)에 이어 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빈곤율이 높은 국가이다.

문제는 무엇일까? 빈곤율은 보통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하는데, 소득은 그 구성요소에 따라 크게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 및 부업소득+재산소득+사적 이전소득)과 처분가능소득(시장소득+공적 이전소득-세금 및 사회보험료)으로 구분한다. 시장소득이 개인적 차원에서 벌어들인 것이라면 처분가능소득은 정부 개입 이후의 최종 소득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을 비교하여 정부의 재분배가 빈곤을 얼마나 감소시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OECD 자료를 보면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의 차이가 크다.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높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21.4%, 처분가능소득 기준 16.3%로 큰 차이가 없다. 과거에 비해서는 개선되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주로 공적이전소득에 기대어 살고 있는 노인의 빈곤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빈곤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1.4%인데 남성 노인(34.5%)에 비해 여성 노인(46.8%), 66~75(33.7%) 노인에 비해 76세 이상 노인(55.6%)의 빈곤율이 높다. 여성과 초고령층 노인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데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다른 세대는 어떨까? 2019년 현재 빈곤율은 18세 미만에서 12.1%, 18~25세에서 12.2%, 26~40세에서 10.3%, 41~50세에서 12.0%10명 중 1명은 빈곤층으로 나타난다.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는 취업자 빈곤율도 10.8%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인데,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압도적으로 높은 노인빈곤율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대면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중 하나다.

정부는 올해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전년(132,334억 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144,597억 원으로 편성했다. 주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가구에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예외 등에 따른 증액이다. 그러나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974,767억 원)이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0%로 전년과 차이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구의 증가를 감안하면 소극적이고 부분적인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사실 빈곤은 고용, 복지, 가족이 모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현금 지원 그 이상의 대안을 요구한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하나의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이다. 빈곤 예방의 측면에서 근로장려세제나 고용보험, 국민연금, 기초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거, 교육·훈련, 의료 등 현물 서비스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금 지원은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전달체계 역할을 하므로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지 않다. 반면 현물 서비스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미 장기간 빈곤의 심연에 빠져있는 이들보다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반복 빈곤층의 탈빈곤을 가능한 조기에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역경에 지쳐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을 가능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가 빈곤에 대한 경각심을 잃을 때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 최근 많은 국가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교훈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80년 전에 언급한 것처럼 진정한 개인의 자유는 경제적 안정과 독립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한 견지에서 최근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는 모든 국민의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고민해왔는지를 성찰할 시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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