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우리동네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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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는 우리동네 사랑방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5.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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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 처방해주는 청주시 복대동 ‘앨리스의 별별책방’
금천동 ‘꿈꾸는 책방’은 참고서 없애고 서가분류 특별하게

심리학 책방 ‘앨리스의 별별책방’

‘앨리스의 별별책방’은 책을 약처럼 처방하는 곳이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구효진(41)대표는 책방을 찾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맞는 심리학 책을 추천한다. 여기서 취급하는 책의 90%가 심리학 분야이다. 특별한 콘셉트가 입소문을 탔고 올해부터는 소방청 소식지 ‘세이프코리아’에서 ‘마인드디톡스’라는 코너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이 편지로 자신들의 사연을 ‘앨리스의 별별책방’으로 보내면 구 대표는 그들을 위해 알맞은 책을 추천한다.

앨리스의 별별책방 구효진 대표.. 사진/육성준 기자
앨리스의 별별책방에서는 매일 심리학책 독서모임과, 글쓰기 강좌 등이 열린다. 사진/육성준 기자

그는 사람들에게 책을 처방하기 위해 기존에 나왔던 심리학책과 대부분의 신간을 사서 읽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책방의 수익은 언제나 고민이다. “앨리스 책방에서 나는 수익으로 집세내기 바쁘다. 책은 월급 받아서 산다”며 멋쩍게 웃었다. 구 대표는 책방 주인이지만 현재 공군사관학교 전장스트레스·피로대처 연구실 외부연구원으로 활동한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병원에서 임상심리사 일을 했다.

구 대표는 “학부시절에는 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조향관련 일을 5년 정도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이후 심리학을 공부했고 지금까지 재밌게 일하고 있다”며 자신의 일에 만족해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심리를 보듬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앨리스의 별별책방’을 준비했고 지난 2017년 5월 10일 청주시 복대동에 문을 열었다.

그는 “스스로 힐링하기 위해 책방을 열었다. 공간을 찾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함께 책도 보고 싶다”며 책방을 열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얘기의 윤활유는 커피와 술이다. ‘앨리스의 별별책방’에서도 커피와 술을 판다. 단 주전부리는 없다. 안주는 책이다.

책을 구매하면 주인장이 말린꽃과 함께 책을 포장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 곳은 청주가 아닌 타지 사람들에게 더 알려졌다고 한다. 그는 “인근 천안이나 대전 그리고 서울 등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독서모임을 운영한다”며 “동네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동네책방 소식지도 만든다고 한다. ‘별별사이’라는 이름도 이미 정했다. 사이에는 관계란 의미 뿐 아니라 내년에 42세가 되는 구 대표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포부도 함께 포함됐다고 한다. 그는 “동네책방이 사랑방으로 누군가와 함께 정서를 공유하고 호흡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동네책방을 활성화하기 위해 좀 더 책방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은 동네책방이 생기는데 청주는 주춤한 것 같다. 북플리마켓 같은 행사를 통해 책방을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확행’을 꿈꾸는 ‘꿈꾸는 책방’

청주시 금천동의 ‘꿈꾸는 책방’ 정도선 점장은 이 곳을 소확행을 꿈꾸는 책방이라고 소개했다. 소확행은 말 그대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쓰인 말로,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서랍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의미한다.

‘꿈꾸는 책방’에는 소확행을 저격할 여러 큐레이션이 있다. 큐레이션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보통 대형서점들은 정치·경제·인문·취미 등의 분야로 대분류를 잡고 소분류로 제테크·주식·부동산 등으로 구분한다.

꿈꾸는 책방 정도선 점장. 사진/육성준 기자

정 점장은 대형서점의 분류를 운영자 편의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선별하고 눈에 띄게 배열하는 과정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작업이다. 작은 책방이 살기 위해서는 대형서점과 다른 큐레이션의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서가가 있는 ‘꿈꾸는 책방’도 초창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책방은 2015년 7월 충주의 토종서점 ‘책이 있는 글터’ 청주분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1년 전 정 점장이 이곳에 오면서 많이 달라졌다.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참고서 판매를 중단했고 서가의 분류도 특색 있게 바꿨다. 그 대신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은 책들’, ‘2018 주요검색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서가들을 만들었다. 이후 처음 우려와 달리 매출은 올라갔다. 사람들의 관심도 더 많아졌다. 하지만 동네 주민보다 타지인이 책방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정 점장은 “아이가 부모에게 인정받기 가장 어려운 것처럼 아직 꿈꾸는 책방이 동네 주민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른 지역에는 동네책방들이 계속 생겨나는 추세지만 청주지역에서는 되레 없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원론적으로 동네책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서 가격이 인터넷이나 매장에서 동일한 완전도서정가제, 대형서점과 지역서점에 차별을 두는 납품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동네책방이 실질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학교나 도서관들이 동네책방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작고 가치 있는 책방들이 꾸준히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6일 꿈꾸는 책방에서 열린 북콘서트.. 사진/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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