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재판도 ‘퀵서비스’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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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재판도 ‘퀵서비스’되나
  • 충청리뷰
  • 승인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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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심리제 도입·민사 집행법도 시행
41년만에 개정… 신속 원활한 재판 진행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잘 사는 덕목 중의 하나로 송사(訟事)를 벌이지 않는 것을 꼽기도 한다. 송사는 서로의 다툼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한 번 휘말리면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한다.
그렇지만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내 마음대로 송사와는 별개로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은 법의 위력과 공정한 심판을 믿고, 법에 호소하는 것이야말로 당장 선과 정의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막상 송사를 벌인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현재 진행중인 사람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되는 심리에 지쳐 스스로 무너져 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송사를 통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도 지리한 소송 절차가 한몫을 하게된다.
이런 소송 절차로 인해 야기됐던 문제를 해소할 개정 민사소송법이 7월1일부터 시행되어 관심을 끌었다. 또한 민사 집행법이 새로 제정되어 시행됐다.

41년만의 전면 개정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이 지난 95년 4월 개정 작업에 착수한 이후 7년여 만에 시행되는 것으로 6개월동안 공포기간을 거쳐 1일 시행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민사 소송법의 전면 개정은 지난 60년에 개정된 이후 41년만의 일이다.
개정된 민사소송법은 그동안 민사소송에서 불편하다고 지적된 사항을 개선했고 지난해 도입된 새 민사재판 방식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 제정된 민사집행법은 현행 민사소송법 중 강제집행 부분이 분리되어 312개 조문을 가진 단일법으로 탄생했다.
2일 청주지법에서는 개정 민사소송법을 첫 적용하여 소액재판이 열렸다. 소액재판이라서 개정 민사소송법의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청주지법 민사과 소액재판 담당자는 “이미 개정 민사소송법에 적용된 소송 절차가 상당 부분 시행되고 있다. 다만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소액재판이라서 개정 민사소송법의 적용여부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개정된 민사 소송법의 핵심은 집중 심리제를 도입하여 민사재판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에 있지만 집중심리제의 방식은 이미 소송 절차에 적용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개정된 민사소송법

원고와 피고가 미리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한 서면 질의서와 답변서를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사전에 심리한 뒤 정식 재판을 시작하는 집중심리제 방식의 본격 시행이 중점 내용이다.
피고가 원고의 청구에 이의를 제기하여 다투는 사건은 소장이 송달된 이후 30일 안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며 기일안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변론 없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해 당사자간 해결 원칙을 중시한 것이다.
법원은 선고 전까지 언제라도 변론 절차 도중에 바로 화해 권고 결정을 할 수 있으며 당사자는 공증 받은 서면으로 화해나 포기 등을 밝힐 수 있다. 결정문이 송달된 뒤 2주 안에 당사자의 이의가 없으면 바로 화해가 성립된다.
재판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의 이유없는 불출석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고의적 재판 지연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도 이번 개정 민사소송법의 특징. 지금까지 소송 지연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불출석함으로써 빚어졌던게 사실이다.
이번 개정 민사소송법은 재판 출석 요구룰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응하지 않는 증인에 대한 과태료를 5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올렸으며 그래도 출석하지 않는 증인은 법원이 강제 구인해 최장 7일까지 감치할 수 있다.
기록 검토만 해온 상고심 변론 절차에서도 앞으로는 대법원이 필요한 경우 구두 변론을 열어 참고인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또 e-메일로 간단하게 통지 및 송달이 가능하도록 소송 절차에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독촉 절차도 개선해 채무자가 아니라 금융기관 등 채권자의 소재지 관할 법원으로 단일하게 지급 명령을 신청하도록 했다.

민사집행법, 강제집행 부분 분리

민사소송법 중 강제집행 부분을 따로 분리해 새로 제정한 민사집행법은 재산 명시의무의 강화가 주목을 끈다. 체무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재산 명시 기일에 출석치 않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면 20일 이내의 감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
또한 채무 불이행자는 전국 은행연합회에 통보되어 신용 불량자로 불이익을 받게된다. 이후에도 채무자의 재산 목록에 허위나 부족함이 있을 경우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금융기관 등에 채무자의 재산 조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매 절차의 항고 제도 개선도 눈여겨 봐야 한다. 항고 남용과 심리 지연을 막기 위해 항고인은 반드시 항고 이유서를 제출하고 매각 대금의 10%를 공탁하도록 했다.
한편 이번 민사소송법 개정에서는 한문투의 문어체, 일본식 표현, 영어 번역체 용어와 문장을 쉬운 한글로 바꿨으며 길고 복잡한 문장은 몇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눴다.예를 들면 하자→흠, 계쟁→다툼, 소환장→기일 통지서, 출석 요구서, 도과하다→넘기다, 몰취하다→빼앗다, 불요증사실→증명이 필요없는 사실, 직근→바로 위, 환가→현금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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