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개발’만 있고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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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개발’만 있고 ‘계획’은 없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6.03.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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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예정구역 70만평 아파트 3만세대 가능
마구잡이 난개발 우려, 현실성 결여 민원 봇물도 예상

청주시가 마련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안이 4월 7일까지 주민에 공람 되고 있다.기본계획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라 도시기능의 보존·회복·정비를 위한 방향과 지침을 정해 무질서한 정비사업을 방지하고, 적정한 밀도로 주변지역과 조화되는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는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8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1년여의 용역을 통해 기본계획안을 마련했으며 주민공람과 충북도도시계획심의 등 절차를 거쳐 오는 6월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 사업예정구역 총괄도(재구성)
39개소 70만평 사업예정구역 선정

기본계획의 핵심은 주거환경개선·주택재개발·주택재건축·도시환경정비 등 4개 사업 예정구역을 선정하는 것으로 39개소 70만평을 계획안으로 제출했다. 주거환경개선 6개소 10만6000평, 주택재개발 11개소 21만6000평, 주택재건축 16개소 29만5000평, 도시환경정비 4개소 6만평, 사업유형 유보 구역 2개소 3만평 등으로 대부분 상당구 우암·내덕·북문로, 흥덕구 사직·모충동 등 옛도심에 집중됐다.

청주시는 건축물 노후도(20년) 50% 이상인 지역 중 재건축은 공동주택 100%, 단독주택 3분의2 이상이 해당하는 지역, 재개발은 4m 미만 도로 접도율이 30% 이상, 도시정비사업은 과소필지가 50% 이상인 지역을 예정구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사업예정구역 외에는 앞으로 10년 동안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추진해야 하고 예정구역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증개축이나 신축 등에도 제한이 따르게 돼 청주 옛 도심은 개발열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너도나도 아파트, 인구 10만명 유입
심각해지는 도심공동화현상 해소 대안으로 인구유입과 상권활성화 등 옛 도심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본계획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았던 게 사실이다. 기본계획은 옛 도심 개발의 길을 열었다는 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개발에 따른 구체적인 도시 재정비 밑그림은 제시하지 않아 무분별한 난개발의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재건축과 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공영개발이 불가능하며 환지방식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결국 아파트를 지어 조합원(주민)들의 지분을 나누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정구역 건폐율이 80% 이하, 용적률이 190% 이상인 것만 보더라도 아파트개발을 염두 했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 모두 아파트 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청주시나 주택공사가 시행자가 되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또한 앞으로 공동주택 방식을 선택키로 해 기본계획에서 지정하는 모든 예정구역에는 사업유형과 상관없이 종국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예정구역 70만평이 모두 개발될 경우 3만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들어서며 이는 최근 개발이 진행되는 강서1지구와 오송지구의 10배에 가까운 것으로 인구 10만의 소도시에 버금가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도시정비라는 취지 외에 주민과 민간건설사 등의 이해가 맞는 사업이다. 주택재개발도 공동주택 방식이 아니고서는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할 수 없다. 예정구역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이미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방식의 고밀도 개발은 인구유입과 상권형성 등의 효과는 높지만 구역별 각기 다른 사업주체로 인한 도심전반의 계획적인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본계획, 난개발계획 될 수도
특히 재개발이나 재건축 27개 예정구역의 평균 면적은 1만9000평에 불과해 공원이나 학교, 도로망 등 도시기반시설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며 자칫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 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청주도심 공동화 문제는 외곽의 아파트 개발로 인한 인구와 상권 유출이 원인이었다. 이를 극복한다고 또다시 옛도심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또다른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 도시재정비는 도로, 상하수, 공원 등 기반시설이 바탕이 돼야 하며 여기에 도심기능에 맞는 테마와 광역기능의 시설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예정구역이 아니더라도 개발사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기본계획이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본계획은 도시정비법이 정하고 있는 재개발과 재건축, 상업지역내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 국한된 것이다. 개별법에 의한 개발사업은 예정구역 이외 지역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존 민간아파트 건설과 같이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짓거나 도시개발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진행된 민간개발사업이 드물다는 사실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택공사나 토지공사의 택지개발은 택지개발촉진법, 건설사의 개별 아파트 건설은 주택법, 용정지구도시개발사업은 도시개발법이 적용되며 개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사직2·3단지 만이 도시정비법이 적용된다. 결국 기본계획은 도심 전체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가능한 지역을 지정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본계획은 도시정비법의 범위 내에서 구역선정 위주로 진행하며 가로망이나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은 지구지정과 사업 규모에 따라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 공동화 해소책 없다
건설교통부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수립 지침은 도심부 활성화 방안과 연계해 공동화방지 대책을 수립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심환경의 질적 향상과 문화적 다양성 보전, 산업기반 구축을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친환경적 개발, 보행자 우선 동선 처리 등을 고려해야 하며 도심 주거의 유지와 확보를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기본계획에는 재건축·재개발 등의 사업 예정구역만 선정한 채 이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용역업체인 D사 관계자는 “공동화 해소와 관련, 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용역을 수행했다. 이에 따라 건교부 기준에 미달하는 북문로 2개구역과 수동, 사직동 1개 구역을 예정구역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예정구역 선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 주민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진출입로 확보와 교통유발 대책 등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교통문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선정된 남문로2가 180번지 일대 상업지역 2만7000여평 남주구역의 경우 건폐율 80%에 용적률 800%가 적용돼 초고층 아파트건축도 가능하지만 주변 교통여건이 열악해 사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주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상당로와 육거리시장과 인접해 있지만 무심동로와 동떨어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심동로와의 연계도로와 내부 순환로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주거환경개선사업 예정구역으로 선정된 대농지구 인근 비하구역 1만6000여평도 주민들의 동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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