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송편 쪄서 초가집 뒤뜰 장독대에 식혀
마을에 놓인 디딜방아가 ‘방앗간’역할
송편 가난한 이웃집과 나눠먹는 훈훈한 풍경도
넓은 안마당에 전등불을 밝혀 놓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송편 빚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가난했던 시절에도 추석이나 설날 같이 명절이 돌아오면 객지에 나갔던 가족들이 돌아오고 차례를 지내기 위해 그동안 못 먹었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해 모든 가족이 오랜만에 풍성함의 맛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그동안 못 나누었던 정담을 나누면서 빚는 송편은 추석과 제일 잘 어울리는 음식일 것이다. 같은 송편일지라도 빚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다르고 고물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나는 데, 우리떡 발물관장인 윤숙자 교수가 말한 것처럼 추석 명절 최고의 별미일 것이다.
▲ 디딜방아 쿵더쿵 옛날 시골에는 물레방아가 큰방아이고 디딜방아가 작은방아로 마을 중심에 놓여 여러사람들이 모여 찧었다. / 1968년 충주 미륵리 | ||
그리고 설날에 떡국을 먹는 이유는 둥근 떡 가래를 엽전 모양으로 잘라 한해 동안 재화가 넘쳐나기를 소망하는데 있고 시루에 찐 떡을 떡메로 쳐서 길게 늘여 뽑아 가래떡을 만드는 것 또한 재산이 쭉쭉 늘어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이 명절 때 차례상에는 꼭 떡이 올라가 우리들의 소망을 조상님께 기원했고 그런 조상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함으로써 조상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었다.
▲ 송편빚기 3대가 함께 살던 대갓집은 송편을 많이 빚어 가난한 이웃집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 1967년 청주 사직동 | ||
가배의 가(嘉)는 즐겁다, 아름답다라는 뜻이고 배(俳)는 광대, 어숫거리다 라는 뜻으로 한자를 풀이해 보면 즐겁게 춤추며 광대처럼 놀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팔월 한가위 명절을 추석(秋夕)이라 한 것도 가을 저녁이란 뜻의 명절로 낮보다 밤을 더 상징한 것 같다.
한여름 땀 흘리며 가꾼 오곡이 풍성해 먹을 것이 많고 휘영청 달까지 밝으니 모든 사람들이 술과 떡을 나누어 먹으면서 얼마나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즐겼을까. 그 시대에 안 살아 봤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일 것이다.
불과 30년전 전국 곳곳 초가집 뒤뜰 장독대에는 송편을 쪄서 대소쿠리에 담아 식히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개구쟁이들이 장난끼가 발동하면 한밤중 이집 저집 떡을 바꿔 놓아 새벽녘에 온 동네가 한바탕 소란을 겪은 재밌는 추억도 떠오른다.
▲ 추석준비 떡방아 돌절구에 쌀을 넣고 내외는 절구질을 하고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손녀딸은 때때옷을 미리 입고 거들고 있다. / 1978년 청원 문의면 | ||
쿵더쿵 쿵더쿵 디딜방아로 쌀을 빻아 송편을 빚던 옛 사진속의 모습처럼 올 추석은 정성이 가득 담긴 차례상을 마련해 조상님들과 자연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어느 해 보다 더 풍성한 한가위가 되기를 다같이 기원해 보자.
/ 前 언론인·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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