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있는 러시아 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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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 있는 러시아 상점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4.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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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계 외국인 상대하는 점포들…빵, 술, 식료품 등 판매 중
상민교 ABC SRORES 사장 /육성준 기자
상민교 ABC SRORES 사장 /육성준 기자

 

#러시아물품 전문 ABC STORES

전 러시아어 잘 못해요라며 상민교 ABC SRORES 사장은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7년 전 봉명1동에 러시아 전문 물품점을 열었다. 이후 러시아계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장사가 잘되자 인근에 2호점을 개점했다. 현재 1호점은 삼촌이 운영하고, 2호점은 조카인 상 사장이 관리한다.

그는 비록 러시아어를 잘 모르지만 점포를 찾는 손님들과는 원활하게 소통한다. 이들이 말하는 뜨문뜨문한국어를 듣고 숫자로 대답하는 식이다. 그런 그도 러시아 물건 이름을 입에 익힐 때는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수백개의 물품을 관리하다보니 적어도 물품이름에 대한 발음은 늘었다. 처음엔 제품 이름을 익히는 게 어려웠는 데 이제는 물품 수입상과의 소통도 쉬워졌다요령도 붙어 최근에는 기름 같은 물품은 직접 수입한다고 말했다.

ABC SRORES 1호점은 러시아 식품들을 구비해 팔지만, 새로 만든 2호점은 한국제품들과 러시아 제품들을 섞어서 진열했다. 최근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러시아계 사람들도 늘기 때문이다. 가게에서는 주로 오이피클, , 소시지, 치즈 등이 잘 팔린다. 또한 휴일이면 사람들이 모여 꼬치 등을 구워먹어 관련 식료품들의 수요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평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상 사장은 “1년 사이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공장이 운영되는 곳으로 몰린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1년 사이 주변에 경쟁업체들도 하나둘 생겨 매출에 영향을 받지만, 상 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잘 살려 앞으로도 이주민들에게 싸고 품질 좋은 물품을 공급해갈 계획이다.

 

봉명1동의 한 점포에서 일하는 알리 씨 /육성준 기자
봉명1동의 한 점포에서 일하는 알리 씨 /육성준 기자

 

#맛있는 빵 굽는 알리 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알리 씨는 10년째 한국에 거주중이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가족을 두고 일하러 왔다. 고향에서 제빵기술을 배웠지만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말에 경남 김해에서 중고차를 수출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은 차량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한국 중고차들의 인기가 좋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매매상을 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시장이 폭삭 사그라들었다.

알리 씨도 사업을 접고 3개월 전부터 제빵사 일을 시작했다. 그는 청주에 와보니 사람도 좋고 동네 인심도 후하다. 인근 러시아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해 빵도 많이 팔린다고 전했다. 그는 돈을 모아 3년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장사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알리 씨는 5년 안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치킨집과 김밥집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모스크바에는 한국 관광객도 많다. 러시아에는 한국과 같이 맛있는 치킨이 없다. 김밥도 마찬가지라며 돌아가면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러시아로 가서 가칭 모스크바 치킨의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봉명1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고려인 3세 부부 /육성준 기자
봉명1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고려인 3세 부부 /육성준 기자

#한국에서 죽 살고 싶은 고려인 부부

봉명1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고려인 부부는 자신들의 빵집에서 파는 레표시카만큼은 최고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 부부는 2010년 한국에 왔다. 언어를 배워 직장에서 일하다가 2014년 지금의 위치에 러시아어로 빵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들의 주특기는 레표시카. 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빵이자 인근 주민들이 주식이기도 하다. 러시아어로 납작빵을 의미하는 레표시카는 반죽을 접시모양으로 만들어 화덕에 붙여 구워 만든다. 덕분에 겉바속촉한 식감이 특징. 러시아계 사람들은 빵을 청어, 잼과 곁들여 취향에 맞게 먹는다.

봉명동에 정착한 부부는 빵을 팔며 한국에서 세 자녀를 키웠다. 장성한 자녀들은 현재 청주수원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자녀 교육에 대해 한시름 놓고 노후를 고민하는 부부는 앞으로도 한국에서 죽 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부부는 한국은 참 살기 좋다. 주변에는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린 전혀 생각이 없다앞으로 고향의 맛인 빵을 만들며 이 거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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