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후, 하천관리 여전히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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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후, 하천관리 여전히 허술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6.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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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하천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대비 실태 점검

궁평2지하차도 1년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오송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떠올리기조차 힘든 시간이었다. 사회는 그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되풀이 되는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책임자들에 대한 상응한 엄벌도 요구된다. 일어나지 않을 인재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정부의 들쭉날쭉한 하천 관리 정책과 지자체 등의 공직자들과 공사 책임자들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재개통을 앞둔 궁평2지하차도의 모습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를 씻어낼 사회적 책무와 실천이 필요하다.

궁평2지하차도와 연접한 미호강 제방공사 현장. 둑 쌓기 공사만 마친 상태다.

하천관리 일관성 중요

감사원이 지난해 오송참사 사건 이후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대비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곳곳에 구멍이 뚫려 효과적인 근본적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올해 2월 6일까지 해당 감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7월 15일 미호강 제방 유실로 인해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건(14명 사망, 16 상해) 등 전국적인 대규모 수해 상황에 따라 실시하게 됐다. 감사원은 “환경부(하천 범람)와 행안부(지하공간 침수)는 대규모 수해를 예방하고자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취약 지구에서 반복적으로 수해가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하천설계기준 개정 후 후속조치 미흡으로 치수정책목표 달성이 곤란한 상황으로 분석했다.

전국 지하차도 1086 곳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결과 182개소가 침수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것은 159곳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처럼 하천 범람 시 통제 기준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82개 지하차도 중 진입 차단시설이 없는 곳이 132개소(72.5%)로 2차 사고 등에 따른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피난 대피시설이 미설치 된 곳이 터널구간(BOX) 163개소(89.6%), 진출입로(U-type) 구간 157개소(86.3%)로 나타나 시설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하천의 구간별 치수 중요도(인구‧자산밀집지역 등)에 따라 홍수 방어 등급(설계빈도, A~D)을 구분 관리하도록 하천설계기준을 운용하면서도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기준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하천관리청(지자체)이 종전과 같이 동일 하천에 구간별 치수 중요도와 관계없이 단일 치수계획 규모를 적용하는 등 구간별 홍수방어 등급을 도입한 정책 취지가 저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은 하천 등급에 따른 분류기준은 삭제하고, 홍수방어등급 구분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등 하천설계기준을 보완하도록 환경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또 환경부가 4대강 권역 수자원관리계획(2025∼2034년)을 수립(4개권역 수자원관리계획 수립용역 분리발주, 총 93억원)하면서 부실한 처리를 발견했다.

미호강 제방공사 미완 ‘우려’

주요 하천에 대한 홍수관리수준(A~C) 분석 누락, 홍수 피해잠재능(홍수피해에 취약한 정도) 잘못 산정 등 용역 결과를 보완하지 않고 준공 처리한 것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환경부에 치수단위구역별 홍수관리수준 분석 대상에서 누락된 하천을 포함하고 PFD(홍수피해잠재능) 산정 오류를 수정하는 등 수자원관리계획을 보완하도록 통보 조치했다.

PFD 홍수관리수준 평가 누락 하천 명세에 포함된 235곳 중 충북 소재 하천은 7곳이다. 제천의 한강권역 지방하천인 송한천·용두천, 괴산의 한강권역 지방하천인 행목동천·흑석천·대전천, 충주의 한강권역 지방하천인 운계천이 해당된다.  

오송 참사는 도로 확장 편의를 위해 무단으로 미호강의 기존 제방을 허물은 뒤 임시제방을 쌓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아울러 지하차도 관리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다수의 인명 피해를 부른 인재다. 최근 현장을 둘러 본 결과 제방공사는 아직도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 강둑을 쌓아 흙다짐까지만 진행한 상황으로 며칠 전 내린 호우에 일부 토사가 흘러내린 작은 물길이 나타나 있었다. 장마철에 접어든 상황에서 며칠 동안 집중 호우가 이어진다면 다량의 토사가 궁평2지하차도 방향으로 유출될 우려도 제기된다.

사재개통을 앞둔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서 둑 쌓기 공사만 마무리된 미호강 제방이 보인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24일 “어제도 현장을 다녀왔고, 제방 성토가 마무리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금강유역환경청에 건의해 사전 예방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사 기한은 2026년 1월”이라면서 “올해 12월까지 미리 마무리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병천천' 국가하천 승격 앞둬

해당 제방 공사는 미호강 폭을 넓히는 것으로 병천천 물과 미호강 물이 합쳐져 흐르는 합류 지역 부근이다. 집중 호우 시 월류(물이 넘치는 현상)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환경부의 2022년 기준 하천정보관리시스템(RIMGIS) 시‧도별하천일람에 따르면 충북에 소재한 국가하천은 한강, 평창강, 달천, 청미천, 금강, 미호천, 무심천으로 7곳이다. 이 시스템이 아직 올라 있지 않지만 병천천은 2025년부터 국가하천으로 승격돼, 8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스템에선 미호강을 아직 미호천으로 게재하고 있다.

아울러 충북의 지방하천은 166개소로 병천천이 국가하천으로 오르면 165곳이 된다. 충북도는 이외 주요 지방하천에 대해서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영동 초강, 제천 제천천, 보은 보청천, 음성 초평천, 충주 동달천, 제천 광천, 옥천 서화천, 영동 석천의 국가하천 승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병천천은 23.51㎞(충북구간 21.6㎞)로 국가하천이 되면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게 됨에 따라 국비 지원 및 체계적 유지,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총 3840개소로 국가하천은 73개소, 지방하천은 3767개소로 분포돼 있다. 전체 하천 중 하천법 상 국가하천 요건을 충족하는 하천은 540개소에 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하천으로 승격받지 못하면 해당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방하천으로 관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국가하천 승격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충북도는 “국가하천 승격 대상지를 제출한 2022년 10월부터 환경부, 지방환경청 등을 방문해 승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건의해 병천천이 국가하천에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국가하천 승격은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 후 환경부장관 국가하천 지정 고시 등 행정절차를 마쳐야 마무리 된다.

한편, 오는 30일 예정됐던 궁평2지하차도 재개통은 참사 희생 유족들의 연기 요구에 따라 충북도는 지난 25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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