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1년, 책임과 상황
상태바
오송 참사 1년, 책임과 상황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6.26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방공사 책임자 1심 중형 선고…공무원 등 피고인 42명

궁평2지하차도 1년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오송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떠올리기조차 힘든 시간이었다. 사회는 그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되풀이 되는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책임자들에 대한 상응한 엄벌도 요구된다. 일어나지 않을 인재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정부의 들쭉날쭉한 하천 관리 정책과 지자체 등의 공직자들과 공사 책임자들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재개통을 앞둔 궁평2지하차도의 모습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를 씻어낼 사회적 책무와 실천이 필요하다.

재개통을 앞두고 공사가 막바지 중인 궁평2지하차도의 입구 모습.

공직 시스템 문제도

지난해 7월 15일 14명의 소중한 시민이 목숨을 잃는 등 30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참사가 빚어졌다. 1년이 다 된 상황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아직 재개통되지 못하고 있다. 인근 미호강 제방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책임자 처벌 문제는 일부 피고인에 대해 법원의 1심이 종료된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오송 참사는 집중 호우에 따른 미호강 제방 유실과 지하차도 운영 소홀 등 복합적인 인재로 드러났다. 당시 물에 잠긴 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은 시내버스와 승용차 등 17대로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궁평2지하차도 부근에선 도로확장 공사가 집중 호우를 맞았지만 안전 불감증으로 화를 불렀다.

그 결과가 도로 확장공사 책임자인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중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현장소장에게 징역 7년 6월, 감리단장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별히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등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소 15년 형 선고를 하고 싶어도 규정을 이유로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는 뜻까지 밝혔다.

피고인들은 천재지변, 불가항력적이란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장마철을 앞둔 뒤늦은 공사, 기준치 미달 시공, 사후 도면 조작행위 등이 드러나 중형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시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의 중형 선고로 또 다른 피고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재판에 회부된 사람은 총 42명으로 충북도 7명, 청주시 3명,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5명,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3명, 충북경찰 14명, 충북소방 2명, 시공사 법인과 직원 3명, 감리단 법인과 직원 3명 등이다.

'중대시민재해 책임' 관심

이들은 당시 지하차도에 차량 진입을 막지 못하거나 제방공사 관리부실 등의 책임 소재를 다투고 있다. 현장 소장 등에 대한 중형 선고에 따라 나머지 피고인들은 변호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피고인들은 해당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제방 공사를 맡은 시공사 관계자들이 재판 하루전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게 중형을 선고한 동일한 재판부에 배당되자 중형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보는 만큼 뜻을 이루는 것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9일에는 검찰이 충북도 공무원 7명, 청주시 공무원 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오송 참사 당시 사전 호우특보가 예보됐지만 소홀한 비상근무와 미호강 홍수경보 속에 지하차도 통제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청주시는 미호강 관리 주체로 임시제방 관리 부실, 충북도 등에 범람 신고 미전파 등의 책임 소재가 있다.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단체 쪽은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전국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검찰의 결론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검찰은 이 3명에 대해 지난 3월부터 5월초 사이 비공개 소환 조사를 마치고 기소 여부를 고민 중이다.

마무리 공사 중인 궁평2지하차도 내부.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박영빈 청주지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최고 책임자의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오송 참사와 관련한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수사를 마무리했고, 최고 책임자에 대한 중대시민재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대시민재해는 기존에 전례가 없고, 일반 산업재해와도 다른 유형의 사건이기 때문에 심도있게, (중략) 방침을 정해놓고 수사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30일 예정됐던 궁평2지하차도 재개통은 연기된다. 지난 25일 김영환 지사는 도청 기자실을 찾아 민선8기 후반기 도정 주요현안 추진방향을 설명하면서 재개통 연기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현재까지 안전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유가족들이 여러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기가 다가오는 만큼 제기되는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하루 평균 1만여 대의 차량이 다니는 등 폭주하는 민원 상황을 고려해 지하차도와 안전시설 등을 정밀진단한 뒤 개통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궁평2지하차도 재개통 연기

앞서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충북도는 1년간의 정비를 마치고 오송 지하차도 재개통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22일 청주에 내린 22㎜ 남짓의 강수량으로 미호강 제방의 외벽이 깎이거나 흘러 내려갔고, 일부 구간에선 균열도 관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북도와 청주시는 참사 흔적을 지우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개통만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미호강 제방이 훼손된 모습을 본 상황에서 지하차도의 개통을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궁평2지하차도의 폐쇄를 바라거나 재개통을 하염없이 연장하라 요구하지 않지만 적어도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도는 철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한 뒤 궁평2지하차도를 개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도로는 지하차도 430m 구간을 포함해 오송 1교차로~옥산 신촌 2교차로 사이 4㎞ 양방향 도로를 지난해 7월 침수사고로 지금까지 폐쇄된 상태다. 이후 도는 침수됐던 배수펌프 4대를 교체했다. 또한 지하차도 벽면 보강과 탈출용 핸드레일(안전손잡이), 차량 진입차단시설, 도로 전광판 등을 설치해 놓은 상황이다. 궁평2지하차도는 2019년 12월 31일 완공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