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김영환 지사의 '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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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김영환 지사의 '현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8.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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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주요 현안 사업의 난항 속에 고위 공직자들의 연이은 사법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김 지사가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다.

특별히 충북도의 출자·출연 기관장들이 연루된 공직기강 타락 의혹은 김 지사에게 더 큰 시련을 주게 됐다. 이에 김 지사는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난 12일 김 지사는 확대 간부회의에서 진상 규명에 대한 적극 협조와 엄중하고 공정한 처리를 약속했다. 그는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과 공직자의 품위와 청렴의무를 거듭 요구했다.

이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13일자로 직위해제 하고, 윤석규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맹 청장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사업에 참여한 A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원장은 디스커버리 펀드 사건과 관련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윤 원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기소된 뒤 현재까지 7차례 재판이 진행됐지만 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윤 원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검찰의 기관통보가 없고 개인적인 사건이란 점에서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공직자들의 비위성 몰락은 김영환 지사에게도 큰 타격이다.

김 지사는 또한 연속된 정부 공모 탈락과 주요 현안 사업의 차질로 리더십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송 KAIST 부설 AI·바이오 영재고 설립과 관련된 기획재정부와의 분담금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오는 2027년 개교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된 충북도의 핵심 사업으로 기재부가 설립 비용의 절반을 도에 요구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또한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 특화단지와 반도체 공동연구소 유치에도 실패했다. 카이스트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탈락했다. 김 지사는 충북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원인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실책들이 반연된 탓인지 김 지사는 한국갤럽이 발표한 상반기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결과에서 긍정 평가는 40%대로 최하위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7%로 가장 높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10위까지만 순위를 공개하는데 지난 5월과 6월 조사에서 김 지사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중부내륙특별법 제정 등 업적에 대한 평가는 소멸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재선 도전 의지를 드러내 밝힌 적은 없지만 김 지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성과 미래에 대한 대안 제시로 본다.

김 지사는 또 85만 청주시의 수장과 주요 정책을 놓고도 불협화음이다. 이범석 청주시장의 고집이 한 몫을 한다지만 집권당인 국민의힘이란 동일 정당 소속인 상황에서 부딪힘은 아픈 대목이다. 결국은 예산 분담 문제로 귀결되는 듯 하지만 툭 터 놓는 속 깊은 대화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책임의 무게가 김 지사에게 얹혀지는 것은 어쩔수 없겠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라도 대면할 수 있는 지근 거리에서 도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처지들이 아닌가. 대화로 푼다고 하지만 면박성 언급이 이 시장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난 싶기도 하다. 충북도의 슬로건은 ‘대한민국 중심’으로 바꾸지 않았나. 통 크고 배려하는 정치로 청주시를 껴안고 도민들을 보듬어야 할 때다.

오송 참사 대응, 친일파 발언 논란, 도청 미화 작업 등과 여러 사업과 관련한 장미빛 언어 구사 등은 김 지사를 ‘가벼운 수장’으로 읽히게 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뼈아픈 지적을 달게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신중 모드가 읽힌다. 충청광역연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이 추가적으로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 지사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지사의 다른 면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충북을 포함하는 행정통합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대전과 충남의 움직임이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침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시기의 선택이다. 적당한 시점에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정무 감각이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김 지사의 ‘현타(現time)’를 기대해 본다. 현타는 ‘현실 자각 타임’을 줄인 말이다.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그렇더라도 발명가다운 지혜를 버리지 않기 바란다. 발견한 지혜를 숙성시켜서 내놓는 것이 ‘현타’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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