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덮고 두부만드는 늦총각
상당산성 민속주막 모병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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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덮고 두부만드는 늦총각
상당산성 민속주막 모병수씨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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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불린 국산콩을 갈아 비지를 걸러낸 뒤 남은 콩물을 가마솥에 붓는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이때부터 바짝 긴장해야 한다. 간수의 양과 콩물의 온도가 두부의 부드러움과 맛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해안에서 공수해오는 바닷물 간수로 끓는 콩물을 성기게 만든 뒤 틀에 넣어 응고시키면 마침내 두부가 완성된다. 불리는데 필요한 15시간을 제외하더라도 갈아서 끓이는데만 꼬박 2시간이 소요된다.

평일에는 1번, 주말에는 하루 4~5번이나 두부를 만드는 상당산성 한옥마을 민속주막 대표 모병수(40)씨의 일과다. 명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뒤 결혼도 미룬 채 신림동 고시촌에서만 8년 동안 법전에 매달렸던 모씨는 2002년 미련을 억누르며 고시의 꿈을 접었지만 고향으로 내려오기까지는 3년이 더 걸렸다.

서울에 있는 고시학원에서 7급 공무원시험 강사로 일했던 것. 그러나 이 일도 그의 길이 아니었다.
2005년 11월 상당산성 내에 있는 고향집으로 돌아온 모씨는 2006년 3월부터 앞치마를 두르고 손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1982년부터 운영해온 식당에서 즉석두부 제조에 나선 것이다.

모(牟)씨의 본관은 전남 함평, 고려시대에 중시조가 청원군 북이면 석성리로 터전을 옮겼고, 4대 할아버지가 노다지를 캐는 금점판을 찾아 산성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성곽은 허물어진채 보수되지 않았고 50여 가구가 농사에만 의지하며 살았던 것이 모씨가 기억하는 유년의 마을풍경이다. 현재는 30가구가 남았고, 19가구가 민속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웰빙바람에 따라 산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모씨는 “산에도 오르고 조상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상당산성의 진가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며 “각종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고, 주민들도 서비스정신을 발휘해 등산객들의 기쁨이 2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재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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