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부닥친 충북 할인매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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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부닥친 충북 할인매장 딜레마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08.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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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 뒷전 비난… 소비자 선택 맡겨야
싼 맛에 찾았다… 뼛조각 발견 후 매출 ‘뚝’
‘미친 소‘의 발길질에 충북 도내 할인매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13일 롯데마트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 40톤을 전국 53개 매장에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갔다. 충북 청주 가경동의 롯데마트에서도 당연히 축산물 코너 한 자리를 차지한 미국산 쇠고기가 거침없이 팔려 나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시민건강을 무시한 판매행위에 대해 충북도민감시단과 한미 FTA 저지 충북도민운동본부의 강력한 저지에 맞닥뜨려야 했다.

실제 충주 롯데마트는 시민단체의 반발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측은 “정식 검역절차를 거쳐 통관한 수입 쇠고기 판매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며 판매를 계속했다. 이에 18일 충북 도민감시단은 항의표시로 롯데마트 청주 점에서 5∼6kg의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한 뒤 바닥에 내던지는 퍼포먼스까지 벌이기도 했다. 충주시 농민단체협의회 등 9개 시민단체 50여명도 충주시 칠금동 롯데마트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지난 8일 이마트 청주점에서는 농민회 충북본부와 충북도민감시단 100여명이 시민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의 논리만 내세우는 할인매장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앞서 17일 오전 롯데마트 충주점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잔량 28kg을 구매한 농민들이 매장 바닥에 쇠고기를 내던지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롯데마트 충주점은 13일 농민단체의 시위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날 판매를 재개하면서 농민들의 분노를 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마트까지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들어가면서 충북도민감시단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3000여톤의 물량이 더 수입될 것이란 소식과 함께 홈플러스와 GS마트 등 각종 할인매장이 속속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가담할 준비를 하면서 시민단체와 도내 대형 할인매장간의 냉랭한 긴장감마저 돌며 서릿발 같은 기운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달 들어(8월 1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39㎝의 등뼈(SRM)가 발견되면서 분위기는 역전된다.

이마트 청주점 임승모 업무팀장은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첫 출하 시 하루 매출양이 200㎏까지 팔려 나갔으나 등뼈가 발견 되면서 하루 평균 매출양이 70∼80kg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GS마트 축산물 담당 김희훈 대리는 “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통매장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8월초쯤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과 SRM의 발견, 검역중단 조치가 내려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무기한 보류됐다”고 전했다. 9일 충북도민 감시단과 농민회원 100여명은 이마트 청주 점 앞에서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역 매장 차원에서 판매를 금지할 수 있도록 본사에 적극 요청을 한다는 약속까지 받아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도내 대형 할인 매장 관계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똑똑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본사에서 판매 지침이 하달되면 이를 어길 수는 없는 상황”이란 입장이어서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경철수 기자

미국산 쇠고기 호기심·싼값에 찾는다
성수기 축산물 가격 하락 주도… 행사품목 역전

충북 도내 대형 할인매장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호기심과 싼값에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다고 한다. 부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마트 청주 점에서 미국산 등심은 100g당 1280원으로 한우 2등급 등심 2300원의 절반가격에 불과하다. 이는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호주나 뉴질랜드 산 100g당 890원∼1400원에 비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싼 가격이다.

이는 심지어 구이용 돼지고기(2000원대) 가격과 맞먹는 가격이다. 이 같이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는 가격파괴 현상까지 빚고 있다. 휴가철, 보통 쇠고기나 돼지고기 소비가 늘고 가격도 오르지만 올해엔 가격이 되레 떨어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 물가는 0.2% 상승했다. 국제 유가 여파로 6개월 째 오른 것이다.

그러나 농림수산품의 물가는 오히려 0.3% 떨어졌다. 이는 축산 물가가 3.1% 하락했기 때문이다. 쇠고기 가격은 전달에 비해 1.2% 하락, 4월 26일 첫 선을 보인 미국산 쇠고기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면서 한우나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호주산 쇠고기는 18%나 급락해 두 달 전 100g에 1950원이던 갈비가 1650원에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4650t, 월 쇠고기 소비량 2만 7000여t의 16%에 불과하다. 이 정도 물량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9월부터 미국산 갈비가 수입되면 국내 쇠고기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청주점 임승모 팀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가격 파괴현상을 불러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사 품목의 경우 오히려 국산 한우가 더 저렴하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청주점 김홍전 주임은 “전국 52개 매장 중 시위가 이어진 5개 매장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돌발적인 판매 중단행위도 있다. 하지만 충북 도민감시단이 설치한 ‘광우병 의심 소‘ POP UP 피켓도 설치한 만큼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수입농산물 안전성 검사 보장돼야”
충북도민감시단 신동명 집행위원장 ‘광우병’우려

충북도민감시단 신동명 집행위원장은 공장형 소 도축을 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안정성 검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육안검사와 치아감별법(30개월 이상 소만 도축)만으론 광우병 의심 소에 대한 판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광우병의 경우 잠복기간을 거쳐 발병하기 때문에 우리 미래의 재앙으로 당면할 수 있어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라도 안정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 까진 수입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우병은 변형 단백질(프리온)로 인해 뇌손상(CGD)이 빚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다 죽어간다. 신 위원장은 “96년 광우병이 영국에서 발견된 이후 2006년 8월 현재 11개국 194명 중 183명이 숨졌으며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20∼30대의 치매 환자가 최근 높아지는 이유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광우병에 대한 검사가 일본 100%, 유럽 50%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단 1%만이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수입산 쇠고기의 안정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며 “안정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잠정 중단과 장기적으로 FTA협정 폐기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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