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철밥통 조직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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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철밥통 조직 아닙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11.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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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서울시 행정국장, 도청 강연 '화제'
   
 
  ▲ 권영국 행정국장(우)이 서울시의 인사시스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사진=육성준 기자  
 
“이제 서울시의 인사는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돌아간다. ‘내가 짬밥이 많은데’ 식의 연공서열주의, ‘정년은 채워야지. 요즘 같은 땐 몸조심이 최고야’ 식의 무사안일주의, ‘잘 나가는 저 직원은 동향이거나 동문이겠지’ 식의 불신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권영규 서울시 행정국장이 지난 23일 충북도를 방문했다. 청풍아카데미 강사로 초청된 권 국장은 도 공무원들에게 ‘서울을 움직이는 힘, 창의행정’이라는 주제 강연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무능한 공무원들을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보내 어떻게 ‘새 사람’으로 만들었는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권 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는 중심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서울시 공무원노조로부터는 엄청난 원성을 듣고 있다.

이 때문일까. 민선4기 들어 서울시가 거둔 성적은 눈부시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1년 직무수행평가 1위(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07년 정부 인사혁신 최우수기관(중앙인사위원회),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0 세계 디자인수도 선정(ICSID).

항간 여론 “뽑힐 사람이 뽑혔어”
실제 올 초 불어닥친 공무원 퇴출제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 중심에 서울시가 있었다. 특히 퇴출공무원으로 선정된 사람들을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보내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임을 깨닫도록 한 행정은 큰 이슈가 됐다. 이것이 바로 ‘공무원만 되면 정년은 보장된다’는 뿌리깊은 인식에 메스를 가한 ‘新인사시스템’이다.

“서울시의 경쟁 상대는 뉴욕·런던·파리·도쿄 같은 세계적인 도시다. 그러려면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글로벌 톱 텐’ 진입을 위해 시작한 것이 서울시의 창의시정이고, 이를 위해 新인사시스템, 新공동협력시스템, 新민원시스템을 도입했다.”

新인사시스템은 여러 개혁사례 중 한가지이나 공무원과 국민들에게는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 제도는 문제 공무원을 선발한 뒤 퇴출시키지 않고 교육 등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도록 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권 국장은 조직내 건전한 경쟁과 창의적 업무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우선 무능력 공무원 3%를 뽑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장들에게 문제 공무원을 써내도록 했으나 ‘내 손에 피 안 묻히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부득이 3%라는 의무 비율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투표로 대상자를 선정하려고 한 사업소장은 곧바로 직위해제 되기도 했다. 투표로 무능 공무원을 선정하는 것은 취지 자체를 무색케 하는 방식이기 때문.

그는 구체적으로 “평가위원회에서 최종 선정된 사람이 102명이었다. 이 중 6명은 수치심과 절망감으로 퇴직했다. 1차 대상자 중 개인별로 소명을 받고 여론조사와 개인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일반직 66명, 기능직 34명, 기타가 2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3급이 1명, 4급 2명, 5급도 6명이나 포함돼 간부급이라고 열외를 시킨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50~54세가 가장 많은 43명이었다. 권 국장은 항간의 여론이 “뽑힐 사람이 뽑혔어. 그러나 더 뽑아야 돼”라는 것이었다며 “국민들은 공무원이 혼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서울시는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켰는가. 4월 5일~9월 28일 장장 6개월 27주 동안 기본교육을 시작으로 심화·수시·복귀 적응교육을 하면서 ‘유 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유 답’은 바로 너 자신에게 답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무능공무원으로 뽑은 상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가 하면 책상을 치고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자기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는 것이 권 국장의 말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상담 2번, 설문조사 3번을 진행하고 평소 습관과 애로사항을 파악했으며 운영 프로그램의 만족도도 조사했다는 것.

퇴출후보 102명중 58명 복귀
이 단계가 끝난 후 이들에게는 한강시민공원과 서울숲 등에서 산책로·배수로를 정비하거나 각종 시설과 어린이병원 등에서 목욕·식사보조와 기저귀 갈아주는 일이 주어졌다. 교통시설물과 하천·공원·자전거시설을 점검하고 개인별 발전연구과제를 부여해 보고서도 제출토록 했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복무자세·역량평가·상상 아이디어 제안· 견문실적 등을 참고해 58명은 현업으로 복귀조치하고 나머지 44명은 직무에서 배제토록 했다는 것. 통계를 보면 직무배제 44명 중 자진퇴직이 10명, 해임 3명, 직위해제 4명, 퇴직예정 7명, 재교육 17명, 휴직이 3명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4명은 스스로 걸어 나가거나 강제퇴직을 당한 것이다.

퇴출이라는 낭떠러지 앞에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58명 중 몇 명을 취재한 모 신문은 “‘매일 소주 2병씩 마시던 기능직 공무원 모씨는 술로 인해 실수가 늘고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다 현장시정추진단에 뽑혔는데 오히려 퇴출후보가 된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심성교육을 받으며 그동안 ‘남 탓’으로만 돌렸던 일들이 ‘내 탓’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현장시정추진단을 계기로 긍정적으로 변화한 사람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반대 사례도 많다.

권 국장은 “우리는 현장시정추진단 운영 실적을 놓고 직무능력과 근무태도가 개선됐는가를 조사했다. 추진단 전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92%는 직무능력이 향상됐다고 답변했고, 96%는 근무태도가 개선됐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언론보도도 서울시의 인사개혁을 적극 지지했다. 다만 선정 방법을 보완하고, 이 제도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매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대상자를 선별한 뒤 개인소명과 평가위원회를 거쳐 문제 공무원을 시정추진단으로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2010년까지 1300명의 공무원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거세지만 밀고 나간다는 것. 아직은 시험단계인 공무원 퇴출제. 서울시가 그 답을 찾고 있다. 이에 반해 충북도와 도내 지자체는 무풍지대다. 도민들은 공무원사회에 개혁바람이 불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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