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실업이 호텔 짓다 법정에 간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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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실업이 호텔 짓다 법정에 간 사연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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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건립부지에서 구석기 유물인 ‘격지’출토로 문화재청 공사중지 지시
중원실업, 법원에 공사중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 주목

(주)중원관광실업의 중원특급호텔 건립 공사에 브레이크가 단단히 걸렸다. 중원실업은 신흥고교 바로 옆 건립부지 35979㎡ 에 지하 3층 지상 21층 규모의 청주중원관광호텔 및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문화쇼핑센터를 2005년 7월까지 완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월 5일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하여 조사를 벌인결과 구석기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5cm가량의 ‘격지’가 고토양층에서 발견됐고, 이에 문화재청은 즉각 공사중단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시행업자인 중원실업에 문화재 시굴조사와 고토양층이 제 4기 지질층임을 감안, 지질조사도 병행토록 지시했다.  또 시굴조사를 통해 매장 문화재 유무가 확인되면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들어갈 예정이라서 적어도 수개월동안 공사가 진행되지 못할 상황이다.

“문화재보호법 위반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1만평이상 건물 신축시 문화재유무를 파악하는 지표조사를 실시, 결과보고서를 관할 시·도 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보고서를 제출받은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보존대책을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이를 다시 시행업자에게 통보해야 하며 시행업자는 문화재보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시·도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경우 지표조사 보고서 제출이전인 2월 19일 시가 이미 착공을 승인하였고, 또 중원실업은 지난 4월 초부터 터파기 작업을 진행하여 문화재청은 충북도, 청주시, 시행업자인 중원실업등에 대해 관련법 위반 혐의를 묻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표조사 결과를 회신받아 문화재 보존대책을 협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를 위반하고 공사를 착공했다. 관련법 제 74조에 의해 관계자들을 고발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원실업은 지난 6월 17일 문화재청의 현장방문시 유물 수습과 현장보존 확인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에 공사중지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중원실업은 “문화재청의 현장방문시 사전 통보하고 업무 담당 공무원을 동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통보도 없었고, 또한 유물이 발견됐으면 현장 관계자나 관계기관 공무원 입회하에 현장 확인과 보존조치를 해야 하는데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리고 유물이 현장에서 나온 것인지도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법정공방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지표조사 결과, 공사 무방했다”

문제가 된 지표조사는 충청대 박물관에서 맡아 진행했다. 조사결과는 3월 15일 나왔고, 보고서가 문화재청에 접수된 날짜는 4월 28일이었다. 1차적인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지표조사의 결과였다. ‘결론적으로 문화유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 지역 전체에 대해 공사가 진행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표 하에 적갈색의 점토층이 확인되고 있어 유적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내용 이었다.

이에 충북도, 청주시, 시행업자인 중원실업은 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사를 진행해도 무방한 것으로 인식’ 했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청 회신을 기다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한 충북도 관계자는 “결과를 보고 상식선에서 공사를 해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공사재개시 관리감독 소홀이 문제였다고 자체반성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착공을 승인해준 청주시 건축과 담당자는 “착공 승인됐다고 바로 땅을 파는 것이 아니다. 2월달에 승인을 내줬지만 공사를 시작하기전까지 사전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중원실업 관계자는 “공사진행정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터파기 작업도 3분의 1정도만 진행된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격지, 고토양층의 고고학적 가치

이에 문화재청은 “지표조사는 말 그대로 지표에 드러난 것만을 조사하는 것이다. 기존에 공장이 건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표에서 나올 것은 유구흔적 밖에 없다. 현장 방문시 문화재 전문위원과 동행하여 조사를 벌였다. 당시 터파기 공사가 진척돼 있는 상태라서, 9일 공사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건립부지는 토양쇄기가 발달한 고토양층이 2m가량 분포되어 있었고, 격지는 고토양층 안에서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건립부지 인근인 율량동 양지마을과 골말에 조선시대의 선정비와 역터가 남아있고, 인근 율량동에는 선사시대 유적인 입석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조선시대에는 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을 것이고, 선사시대에도  취락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유적과 인접해 있는 건립부지는 공사중 예기치 못할 유적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서술하고 있음에도 협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은 무리가 있다” 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발견된 ‘격지’의 고고학적 가치는 무엇인가. 발견된 ‘격지’는 5cm가량의 조그만 석물이다. 구석기 시대뿐만 아니라 시대를 막론한 모든 석기제작의 기본적인 석물인테, 구체적으로 석기를 만들 몸체가 되는 몸돌에서 외부요인에 의해 떨어진 조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이융조 교수는 “이러한 석기가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것은 바로 1만년이전에 쌓인 고토양층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격지’는 사람의 인위적인 행위, 예를 들어 몸돌에 돌망치를 가하여 떨어진 조각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의 행위로 떨어진 흔적인 것이다. 인근 봉명동 유적지에서 1만 2000년전, 5만년전으로 추정되는 고토양층이 발견됐으므로 선사시대 취락지구가 형성될 개연성이 높다. 또 고토양층이 2m가량 넓게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조사범위가 넓어 시굴조사,발굴조사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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