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엑스포 ‘올인’에 농업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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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엑스포 ‘올인’에 농업은 뒷전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8.05.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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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보관창고 예산 배정했다가 삭감 농민 ‘원성’
제천시 ‘농기계 대여은행 사업’ 용두사미

제천시가 지역의 소농들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면단위 농기계 대여은행 사업’이 2010년 한방엑스포에 밀려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있다.
금성면 주민들과 금성농협 등에 따르면 제천시는 지난 2006년 농업 기계화에 뒤쳐진 소규모 농가를 위한 농기계 대여은행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당시 약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퇴비살포기, 잡초제거기, 로터리 기계, 트렉터(2대) 등을 금성면 소농들을 위한 농기계 대여용으로 구매했다.
특히, 이 지역 소농들이 대부분 65세를 넘긴 노령 인구인 점을 감안해 트렉터를 능숙하게 취급할 수 있는 전문 기사까지 제공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 제천시의 농기계 은행 사업이 지역 농업인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시가 2년 후로 예정된 한방엑스포에 집중하기 위해 농기계 보관창고 신축 예산을 삭감해 농업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사업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농기계 공동 보관창고를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마련하지 못해 농업인들은 십수 종의 농기계들이 눈비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농기계 보관 창고는 당초 제천시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금성농협 측에서 제공키로 했지만, 조합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진 게 현재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역 소농들과 금성농협 측은 농기계 은행을 주관해온 제천시가 창고까지 신축해 주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금성면의 한 농업인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농기계도 눈비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중장비 정비가 가능한 전용 보관 창고에서 정성껏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유감스럽게도 농협의 재정 상태가 여의치 못해 새로 산 농기계들이 풍찬노숙을 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물론 사업을 주도했던 제천시가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농협이 당초 약속대로 보관 창고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자, 제천시 관련 부서에서는 올해 약 1억 원의 예산을 잠정 배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예산 관련 주무 부서인 예산계의 자체 심사 과정에서 해당 비용이 삭감돼 창고 신축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된 것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우리 시의 미래가 걸린 2010년 한방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시의 모든 역량을 한방엑스포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며 “금성면 농기계 보관 창고는 아예 짓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한방엑스포를 치른 후에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성면의 농기계 대여은행 사업은 제천시가 실시했던 주요 농정 시책 중 농업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성공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제천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완벽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역 농업인들은 “늙고 힘없는 소농들에게는 싼값에 농기계를 오래도록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방엑스포의 성공만큼 중요하다”며 “미국산 수입소 파동과 한미FTA 등으로 농업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농업 관련 예산이 2년 뒤에나 열리는 엑스포 예산에 밀릴 만큼 불요불급한 것이냐”며 시에 대한 서운함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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