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인생을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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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인생을 닮아
  • 김진오
  • 승인 2009.02.10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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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자전거에 빠진 헤어디자이너 장근하 원장
‘세계 산맥 MTB로 정복할 것’ 4월엔 전국일주도 계획

   
‘빨리 가는 것을 자랑 말고, 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 말라. 가다 멈추는 것이 진정 두려운 것이다.’
산악자전거를 통해 인생의 철학을 배우고 있다는 장근하 미스터장여성시대 미용실 원장의 자전거 예찬론의 일부다.

MTB 동호인이라면 보통 건강을 위해 좋다던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희열과 도전에 매료됐다고 말하지만 장 원장은 그 단계를 뛰어 넘은 것 같다.

자전거를 왜 타느냐는 질문에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전거는 구르지 않으면 쓰러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야 넘어지지 않는다. 자전거와 너무도 닮았다.”

선문답 같은 대화는 또 이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이산 저산 오르다 보니 건산과 습산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가을철에는 건산이 습산 보다 단풍으로 훨씬 빨리 물든다. 건성과 지성으로 구분되는 사람의 모발도 마찬가지다. 건산과 습산의 차이를 통해 모발의 유수분 밸런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고객들에게 어떻게 서비스해야 할지 깨달았다.”

장 원장에게 MTB는 그런 존재다. 자전거를 타면서 자연에 동화될 수 있고 그 속에서 삶과 미용실 경영에 대한 영감을 느낀다고 한다.

로키산맥 이어 알프스도 횡단

헤어디자이너와 산악자전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짝이지만 장 원장은 하루라도 패달을 밟지 않으면 온 몸이 근질거린단다. 일과를 마치면 거의 대부분 밤 늦게 까지 자전거를 타야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자전거를 알고 난 뒤 그에게 일어난 변화는 놀라움 자체였다. 비만에 가까웠던 체중이 20㎏ 가까이 준 것은 물론하고 선 채로 일하면서 얻은 좌골신경통 등 직업병도 말끔히 사라졌다.

“근력과 지구력이 좋아지는 것은 기본이고 골반과 척추 체형도 바로잡히는 것 같다. 미용사들은 선 채로 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체중이 왼쪽 골반에 실리고 이에 따른 질환을 얻곤 하는데 자전거가 확실한 처방이 됐다.”

자전거에 반해 버린 헤어디자이너 장 원장은 결국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국내에 있는 산과 들로는 양에 차지 않는 듯 해외 유명 산맥 횡단에 나서고 있는 것.

지난해 캐나다 로키산맥 횡단에 성공했다. 모두 1500㎞ 구간을 12일 만에 주파했으니 하루 평균 달린 거리가 100㎞가 넘는 셈이다.

2007년에는 베트남 북부 사파지역을 자전거로 종주했다. 하노이 공항에서 출발해 베트남 동부 해변의 하롱베이를 거쳐 북부 국경의 사파까지 2000㎞ 가까운 거리를 달린 것이다.
사실 그는 우리나라 주요 MTB 코스는 눈감고도 그릴 만큼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 장근하 미스터장 여성시대 미용실 원장.
지금도 일과가 끝나면 50여㎞씩 산을 달리는 것이 예사가 돼 버렸다.
올해도 해외 산맥 정복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할 생각이다.
지난해 북미대륙의 척추에 해당하는 로키산맥을 넘었으니 이번에는 유럽의 알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을 출발해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했으며 함께 할 동호인들과 구체적인 일정을 점검하고 있다.

“장거리 산악자전거는 사전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히 수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고 도전에도 성공할 수 있다. 특히 로키나 알프스산맥  등에서는 곰이나 산양 등 야생동물들도 만날 수 있어 더욱 치밀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4월엔 한반도 한바퀴 돌 것’

장 원장은 로키나 알프스 횡단을 시도하는 것이 도전정신 때문이라면 오는 4월 계획하고 있는 한반도 일주는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MTB를 시작한 뒤 수많은 산을 찾아 다녔지만 한반도를 일주한 적은 아직 없다는 것.

4월 6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 도로를 따라 우리나라를 한바퀴 돌 계획이다.
대략 총거리를 1200㎞로 예상하고 있으며 산악 뿐 아니라 일반 도로도 함께 이용하는 만큼 하루에 200여㎞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반도 일주는 산악자전거라기 보다 내가 태어나 자란 우리나라를 달려 봐야겠다는 뜻에서 계획했다. 때문에 전문적인 MTB 동호인 뿐 아니라 함께 하기 원하는 친구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주로 해안의 도로와 산악을 달릴 예정인데 사진작가도 함께 해 우리나라 절경을 사진에 담을 생각이다.”

대략 예상하는 기간은 일주일. 일정을 세우느라 수시로 전화 확인에 코스 점검까지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관광지나 도심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숙소는 마을 이장님들을 통해 사전에 협조를 받는다. 민박도 좋고 마을 농가에서 그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하는데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것 보다 의미도 크다.”

일터가 자전거 홍보실?

MTB 동호인 제조기라 불리울 만큼 장 원장은 자전거 전도(?)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그를 통해 MTB를 시작한 동호인들만 100여명. 이중 미용사도 20여명이나 된다.

그의 일터 한 켠에는 두꺼운 사진첩이 여러 권 놓여 있는데 모두 산악자전거에 관한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지인들이나 친숙한 단골들에게 산악자전거를 권유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언제부턴가 그의 일터가 산악자전거 홍보실 역할도 겸하게 된 것.

그가 주로 밤에 자전거를 타는 데에도 깊은 뜻이 있다. 밤에 시간 내기 좋은 점도 있지만 등산객이 많은 낮에는 자전거가 등산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도 있다. MTB를 즐기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경제적 부담도 따라야 한다는 것.

“자전거에 오르면 적어도 몇십킬로미터씩 달려야 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산악자전거는 가격도 만만찮다. 바쁜 직장인들이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자전거 가격이 내려야 더욱 대중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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