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김천가’ …순대名家의 세대교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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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김천가’ …순대名家의 세대교체 예고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1.01.05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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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없는 순대곱창볶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
율량동 본점이어 개신점 오픈, 수제 순대만 고집

   
1980년대 육거리 시장, 시장 한편에 늘어선 순대촌은 새벽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새벽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점퍼의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삼삼오오 식당에 들어선다.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주문이 이어진다. “여기 국밥 하나 말아줘요.”

순대와 곱창, 머리고기가 어우러진 국밥 한 그릇이면 추위도 허기도 날아간다. 값싼 고깃국 앞에서 고단한 삶의 짐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서민들의 허기와 추위, 마음까지 달래주던 음식이 순대국밥이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순대국밥은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 대표적인 순대골목인 육거리 순대촌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모두가 어렵던 시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비릿한 냄새와 비위생적인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순대, 웰빙 먹을거리로 재조명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던 순대국밥 집은 하나 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순대는 웰빙 음식으로 재평가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선한 돼지창자 속에 양배추·대파·양파·두부·다진 돼지고기를 갖은 양념에 버무려 채운 순대는 철분과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다. 전문가들은 순대가 독일의 소시지처럼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호평한다.

추억의 순대국밥 집은 사라지고 있지만 새로운 순대국밥의 명소들이 생겨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순대업계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 선두주자가 ‘김천가’다.

8년 전 율량동 본점에 이어 지난 12월 직영점인 김천가 개신점이 오픈했다. 쾌적한 실내는 순대국밥 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에 충분하다.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환풍기 대신 천정에 공기조화시스템을 구축해 냄새를 제거했다. 신세휴 대표는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순대의 맛과 영양은 발전시키고, 냄새 등 부정적인 선입견들은 없앴다”고 말했다.

8년의 세월동안 맛은 이미 검증받았다. 양념부터 주재료에 이르기까지 모두 국내산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김천가 순대 맛의 첫째 비결이다. 또 24시간 불을 지피는 진한 사골 육수와 신 대표가 직접 만드는 수제 순대가 둘째 비결이다.

신 대표는 용기 하나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그릇은 옹기그릇을 사용하고, 볶음냄비는 장인에게 주문한 무쇠주물냄비를 사용한다. 이것이 셋째 비결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네티즌도 극찬
이러한 김천가의 노력은 순대국밥에 등을 돌렸던 젊은 층을 다시 불러 모았다. 인터넷 맛집멋집 방문기에는 호평이 넘쳐난다. 별점 다섯 개를 준 한 네티즌은 “곱창전골 너무 좋아하는 메뉴지만 자칫하면 냄새나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메뉴. 그렇지만 이 집은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고 방문기를 남겼다.

신 대표는 “외국여행 중에 우리 식당 곱창전골이 생각나 큰 짐 가방을 끌고 식당을 방문한 단골손님이나 환자복을 입은 채 식당을 찾아온 손님들을 만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순대국밥은 기본이다. 김천가의 대표메뉴는 순대곱창전골이다.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퇴근길 술안주로 제격이다. 김천가의 순대곱창전골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소창으로 만든 순대도 부드럽고 맛있지만 돼지 막창을 이용한 순대가 백미다. 속이 꽉 찬 순대는 제철 꽃게살처럼 터져 나올 기세다.

저가의 순대들이 이러한 모양을 내기 위해 소에 당면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김천가의 순대는 단가가 낮은 당면의 양을 최소화하고, 채소와 고기로 창자 속을 가득 채웠다. 알찬 순대소와 두툼한 막창의 조화는 색다른 순대의 식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 전골냄비를 가득 덮은 참나물은 잡냄새를 잡아주고, 향긋하게 전골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순대를 만드는 것이다. 창자를 씻고, 갖은 채소를 갉아 반죽하고 집어넣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다 보니 순대전문점이라는 곳에서도 순대를 직접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천가는 직접 순대를 만들고 숙성하는 과정을 지금껏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덕분(?)에 신 대표의 어깨는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다행히 지금은 순대소를 섞어주는 기계가 나와 한시름 덜었다.

신 대표는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내가 먹고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만든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또 “어떤 면에서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내놓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율량동 본점 215-6962, 개신점 263-6962)

   
▲ 김천가 개신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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