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절반 중증 장애인…약점 아닌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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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절반 중증 장애인…약점 아닌 강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1.05.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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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제조업체 ‘용호산업’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연매출 145억원, 500만 달러 수출 ‘성공신화’ 써

2004년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장애인 된 김인동 씨(39·가명)는 현재 A사에 재직하고 있다. 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A사가 그에게 제안한 것은 “어차피 취업이 불가능하니 직원인 것처럼 하고 4대 보험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위장고용이다. 이렇듯 장애인 위장고용이 성행하는 것은 장애인고용부담금 때문이다.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꺼려하자 정부가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해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전체 인원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고, 100인 이상 사업체는 장애인 미 고용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정부의 노력에도 기업들은 위장고용으로 눈속임하거나, 경증장애인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장애인의 취업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은 “장애인을 채용하느니 부담금을 내고 만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청년구직·노인구직 등 취업난은 이 시대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다. 그 가운데도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이러한 환경에서 장애인 고용과 성공, 두 마리 또끼를 잡은 용호산업의 성공기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2003년 맺은 인연 성공으로 키워
장애인 고용에 대한 냉소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한 기업의 적극적인 장애인 고용과 성공신화는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제의 기업은 청원군 북이면 석성리에 위치한 용호산업이다. 종이컵 제조업체인 용호산업은 수년째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는 것은 물론 수출길도 열어 지난해 5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지민규 대표는 용호산업의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함께 회사를 키워온 직원들, 그 가운데에서도 성실하고 묵묵히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꼽는다. 지 대표는 “2003년 청주혜원학교를 통해 청각장애인 2명을 채용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그들의 장점을 알게 됐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전직원 3명으로 시작한 용호산업은 현재 81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 가운데 33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 고용비율은 41%다. 직원 수가 43명이었던 2008년에는 절반이 넘는 54%(23명)가 장애인 근로자라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해 용호산업은 공로를 인정받아 노동부장관상과 충북도로부터 장애인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율은 낮아졌지만 장애인 직원수는 그 때보다 10명이나 늘었다.

용호산업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은 대부분 청각장애인이다. 그리고 대부분 2급이상의 중증 장애인이다. 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청각장애가 장점으로 작용한다.

용호산업 관계자는 “생산공장 내 소음은 80~85데시벨이다. 일반 근로자들은 귀마개를 착용하고 근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듣기 싫은 소음이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들리지 않으니 이곳에서 청각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종이컵 제조현장이 특별히 소음이 큰 것은 아니다. 대개의 제조업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크기도 80데시벨이다. 다른 업체에서도 얼마든지 청각장애인들의 고용이 가능하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높은 집중력…불량률 낮아
장애인만의 장점도 있다. 용호산업 관계자는 “업무에 있어서 정직하고 꼼꼼하다. 집중력도 일반인에 비해 높다”고 칭찬하며 “불량이 발생하면 임의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출고를 보류하고 문제점을 해결한 뒤에야 기계를 재가동한다. 당장 생산량이 줄 수는 있지만 이러한 근무 자세는 수출 물량이 늘어난 지금 더 돋보인다. 클레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용호산업은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내수 시장 20%를 점유하며 지난해 1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직 일본에 편중돼 있지만 싱가포르·유럽 등 8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 대표는 “해외로 수출을 시작하면서 직원들도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수출이 미친 긍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용호산업은 해마다 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22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외환경은 악화됐지만 수출도 7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지 대표는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용호산업은 전국에서도 장애인 고용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어울리고, 장애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기까지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 대표를 비롯해 용호산업 경영진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했다.

지이규 부장은 “일이 익숙해지면 일반인보다도 더 잘하지만 교육을 하는 데는 몇 배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일반 직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용호산업에 입사한 장애인들이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인력을 소개받고 있는 용호산업은 단 한 번도 장애인고용공단의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 100% 고용하고 있지만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직원이 3명에 2명꼴이다. 기존 직원들과 융화하지 못하거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도 끊임없이 장애인 구직자를 채용한다.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지만 용호산업은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회사 만들고 싶다”
지민규 용호산업 대표
지 대표는 큰 회사를 꿈꾸지 않는다. 엄청난 부를 꿈꾸지도 않는다. 종이컵 생산업체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지 대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종이컵 만드는 일이었고, 그 일을 통해 80여명의 직원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지난 4일 계열사 (주)예원의 이전식이 열렸다. 예원은 동일업종의 계열사로 올해 5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21명의 직원 가운데 5명은 장애인이다.

지 대표는 “장애인 고용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가 이해하려하지 않고 이해시키려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증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진출의 기회가 적은 중증장애인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용호산업은 장애인과 일반인의 차별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승진이나 임금에서도 동일한 대우를 한다.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등의 분야에도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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