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 로비, 지역정가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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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업체 로비, 지역정가 ‘떨고 있니?’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1.05.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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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농부지 철거사업권 금품로비 혐의 G업체 대표 구속
선거캠프 킹메이커 한 모씨 연루, 검찰 정관계 수사 확대

   
▲ 지역의 한 폐기물업체 대표가 30억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업권 로비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발주업체 외에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를 펼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006년 G철거업체의 대농 철거 현장.

지난 20일 지역의 한 철거업체 대표가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G철거업체 대표 홍 모씨(53)는 공사대금을 부풀려 받아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모으고 이 돈으로 로비를 벌여 철거사업권을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모씨가 관여한 것을 포착하고, 홍 씨의 비자금의 일부가 한 씨를 통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로까지 확대되자 지역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사건으로 유력 정치인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억원 비자금은 어디로?
청주지검은 지난 16일 지웰시티가 들어선 옛 대농부지 철거를 맡은 청원군 소재 G철거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G철거업체가 지난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1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부과받았고, 이로 인해 검찰에 고발 조치된 데다 신영으로부터 철거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첩보까지 더해져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장부 등을 압수한 검찰은 홍 씨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금품을 전달한 내역을 기록한 메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들 계좌추적 등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G철거업체는 철거 및 폐기물처리업체로 동종업계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중견업체다. G업체 대표 홍 씨는 2005년 지웰시티 건설현장의 철거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도 산하기관 임원 한 씨를 통해 신영 간부직원 등에게 3억원의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리를 놓아준 한 씨에게도 2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홍 씨는 2006년 가지급금 형식으로 회사자금 30억원을 출금한 뒤 부동산을 매입하고,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하는 수법으로 3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물인 한 씨를 소환해 금품을 전달한 과정과 경위, 정치권 개입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한 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에 따라 한 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후 소재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씨의 잠적으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홍 씨의 정관계 로비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평소 홍 씨가 정관계 인사와 친분을 과시한 데다 한 씨도 선거 때마다 후보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으며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골프장 등 지역의 대형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정치권 로비 등 각종 추문이 일었다. 이번 사건으로 관련설들의 일부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씨, 정치권과 인맥 자랑
1983년 해병대 소령으로 예편한 뒤 기업가로 변신한 한 씨는 2002년 지방선거를 통해 주목 받았다. 해병대 인연으로 한대수 후보 캠프 부본부장을 맡은 한 씨는 한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았다. 그 공으로 한 시장 취임 후 청주시 산하기관 이사장에 임명돼 정실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사장 임기를 1년여 앞둔 한 씨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정우택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총괄단장을 맡은 한 씨는 킹메이커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며 정 후보 당선에 일조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도 산하기관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경제 인사는 “2004년 청주 진출을 결정한 신영은 지역 정관계 인사와 관계를 맺기 위해 적절한 인물을 찾았고, 지인의 소개로 신영 임원 L씨와 한 씨가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군 장교 출신이고 동갑내기라는 공통점 때문에 급격히 친해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인연으로 철거업체 대표 홍 씨와 가깝게 지내던 한 씨가 임원에게 홍 씨를 소개해줬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증언이다.

홍 씨 또한 여야를 아우르는 인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정가에서는 여러 정치인들과 전현직 단체장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여전히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검찰은 홍 씨가 마련한 비자금이 각종 관급공사를 따는 과정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공무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최근 몇 년간 공사발주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 수색물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는 등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철거업체의 금품로비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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