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민과 입주기업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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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민과 입주기업 ‘불편한 동거’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1.06.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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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찾아오는 악취…
주민 “문도 못 열어”…기업 “법적 기준 지키고도 남는다”

   
청주산단 업체들에게 평년보다 앞당겨 찾아온 더위는 불청객이다. 또다시 민원과의 전쟁을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도 홍역을 치렀다. 감독기관에서 하루가 멀다고 시료를 채취하는 통에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지웰시티 1차를 비롯해 금호어울림·지웰아파트 등 청주산단과 인접한 대단위 아파트들이 일제히 입주를 시작했다. 3000세대 이상이 복대동 일대로 이주해 온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듯 환경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지난여름 청주시에 접수된 악취 민원은 40여건에 달했다. 도에 접수된 대기환경 관련 민원도 줄을 이었다.

금호어울림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좋지 않은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폐수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악취는 특히 날씨가 흐리고 더운 여름날 더욱 고약하게 느껴진다.

입주기업 환경문제 ‘부담’
하지만 이 같은 거주민들의 하소연에 입주업체들도 할 말이 많다. 법에 규정하는 배출기준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악취허용기준의 1/3 수준도 배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끝이지 않으니 공장 전체를 뒤집어씌우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종이 변화하면서 흔히 말하는 굴뚝공장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산업단지와 인접한 거주환경이 완벽히 쾌적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주시는 지난해 민원이 빈번하게 제기되자 악취배출시설이 있는 사업장에 대한 시설점검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일부 초과업소는 개선 권고 명령을 내렸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미 청주산단 내 모든 기업들이 법적허용치 이내에서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냄새가 섞이고, 날씨에 따라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민원해결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공단내 환경발전협의회를 통해 이 같은 민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는 하고 있지만 악취나 대기오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는 투자비용이 큰데다 업체들도 이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더 이상 요구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해 앞으로도 이 같은 민원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청주시, 대책없이 개발만
한 업체 관계자는 “이미 공단이 조성된 부지 인근을 막무가내로 개발해놓고 산업단지를 문제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아파트단지와 같은 주거시설이나 백화점과 같은 집객시설에 대한 시행자나 허가권자는 산단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거주자나 이용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환경적인 문제점을 극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갖고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모든 문제를 기 입주자인 기업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청주시가 개발단계에서 환경성 검토를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0년 하복대 지역의 개발에 이어 청주세무서 인근 복대동의 아파트 단지화, 공단 동부권인 신봉·봉명지구 아파트 입주 등으로 주거단지에 둘러싸이면서 시작된 공단의 환경 문제는 복대지구가 들어서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환경문제는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청주산단 4개 단지 가운데도 노후화되고 아파트단지와 인접한 1·2단지에 대한 재개발 및 공장을 이전하거나 녹지조성 등을 통해서라도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산업단지 고도화사업 기획재정부에 건의를 했다. 1·2단지는 오래돼서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녹지공간과 근로자 휴식 공간을 만들려고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재개발 등의 의견에 대해 “한번 조성된 산단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체부지 마련도 문제지만 생산시설을 옮기려면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여름이 찾아왔고 지자체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거주민과 입주업체 간 불편한 동거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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