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지사의 모습, 이래서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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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지사의 모습, 이래서 되겠습니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2.03.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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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위원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문화가 경치좋은 곳에 가서 골프치고, 룸살롱에 가서 술마시고 즐기는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친목도모라는 이름으로 남자들이 연대한 것이 이런 것이었다니… 이게 남자다움의 표시라는 것인가. 그 자리에 충북도를 책임지는 도지사가 있었다. 정우택 새누리당 후보의 성추문 의혹 얘기다.

충북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60대 이상, 도지사는 바뀌어도 ‘그 밥에 그 나물’식으로 되풀이되자 50대 지사는 젊은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경제계에 새바람을 불어 넣는다는 듣기좋은 명목으로 조직한 게 충북청년경제포럼이다.

그런데 이들이 민선4기 때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 충북 경제살리기에 어떤 일익을 담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민선5기 지금 시점에 이 단체가 세간의 화제가 된 건 민망하게도 정 후보의 성추문 의혹 사건때문이다. 아마 도민들은 이런 포럼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적어도 양식있는 젊은이들이었다면 도민들의 눈을 피해 제주도까지 가서 그런 식으로 여흥을 즐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도 잘못이 있다.

모 씨가 제기한 정 후보의 성매매 의혹은 정말 충격적이다. 정 후보는 요즘 10여명 모이는 모임까지 찾아다니며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몇몇 제주여행 동행자들은 근접한 얘기를 하지만, 나머지는 감춰주기에 급급해 사실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성매매 의혹은 밝혀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일단 아니라고 발뺌한다. 그러나 정 후보가 도지사 시절 성매매 의혹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고개를 들지 못할 일이다.

성추문은 마치 정치인들에게는 흔히 있는 액세서리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지역과 나라살림을 맡아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때문에 차제에 성추문이 터지면 정치적 생명은 끝이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돈만 있으면 여자를 살 수 있다. 술집, 노래방, 각종 퇴폐업소에서는 얼마든지 여자를 부를 수 있다. 남자들끼리 노래방을 가면 노래가 안 나오는지 여성도우미를 부른다. 평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남자조차도 남자들끼리 뭉치면 이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이 게 남자들간에 통하는 야릇한 연대의식 같은 것인가 보다. 유흥접객원을 옆에 두고 술을 마시는 건 전통적으로 기생문화의 잔재다. 더욱이 룸살롱은 여성도우미에게 술과 유흥을 접대받는 곳으로 성매매 가능업소로 분류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 2월 여성가족부 연구용역을 받아 ‘유흥주점 영업의 유흥종사자 실태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술 마시는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려면 유흥접객원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남자들이 그럴 수도 있지’ ‘남자들의 허리 아랫도리는 상관하지 마라’는 건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성희롱 발언 한 마디에도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세상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 한마디잘못해서 망하는 걸 보지 않았는가.

아무리 권력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소문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전직 도지사가 이런 모습으로 도민앞에 나타나는 건 정말 실망스럽다.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하는 정 후보는 명명백백하게 밝혀라. 그리고 수사기관은 강도 높게 수사해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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