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까지 전해 온 구럼비바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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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까지 전해 온 구럼비바위 이야기
  • 신용철 기자
  • 승인 2012.08.1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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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철 정치부 기자

몇 달 전, 서울에서 알고 지낸 선안나 동화작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가 글을 쓰고 노순택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은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책 선물 이어가기 행사가 진행 중인데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다.

과정은 간단했다.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책 선물을 받으면 똑같은 책을 사서 주고 싶은 지인에게 주는 행사였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책 이어가기 행사라 생각되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며칠 후, 그 동화작가로부터 자신의 사인이 들어있는 동화책 몇 권과 맛있는 간식, 그리고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책을 소포로 받았다.

또 다른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책 한권을 산 뒤 누구에게 전해 줄까 고민을 하다가 시민 운동하는 분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에게 전달했다. 현재까지 송 처장은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에게, 김 전 의장은 이광희 충북도의원에게 책을 전달했다.

이광희 의원은 두꺼비마을신문 기자에게 이 책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꺼비마을신문 기자는 또 누구에게 전달할지 모르겠지만 더욱 많이 많이 퍼져서 구럼비바위가 있었던 제주 강정마을의 파괴되어 가는 실태를 알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강동수 전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가 처음 시작한 평화를 열망하는 작은 몸짓이 조금씩 커져 전국 방방곡곡에 커다란 몸짓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날을 꿈꾼다.

휴가 때, 회사 후배와 함께 올레길을 걸었다. 마침 이때 전국에서 모인 강정평화대행진단이 강정마을에서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5박 6일 동안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 제주시 탑동에 집결해 평화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사회를 보고 안치환, 들국화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출연해 강정의 평화를 노래로 하염없이 외쳤다. 콘서트 중간 흘러나온 영상 어느 부분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한 참석자는 의족에 목발을 의지한 채 힘겹게 행진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 기자가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프죠. 그래도 강정이 파괴되는 것보단 덜 아프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 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의료지원팀 한 관계자는 “행진단원 중에 많은 분들이 걷지 못할 것 같은데 평화에 대한 일념 하나로 걷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정마을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카리나 연주팀 가운데 한 학생은 이곳에 온 분들을 위해 한 말씀 해 달라는 김미화 사회자의 부탁에 “강정의 평화를 위해 전국에서 와 주신 분들께 참 감사해요. 평화가 없으면 사람들이 불행해요”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올레길 7코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돌개를 지나 강정마을을 향해 가는 구간. 저 멀리 강정마을이 보이며 조금씩 마음이 무거워졌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휘둘려, 인간의 편리를 위해 파괴되어 가는 강정. 눈물이 부끄럽게 흐르고 있었다. 속으로 ‘강정아, 구럼비 바위야 미안하다’를 연방 나지막히 읊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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