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원하는 오양 벽돌로 내리쳐
상태바
애원하는 오양 벽돌로 내리쳐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4.07.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km나 끌고가 자인하게 살해, 공중전화 내역 조회로 덜미

27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 오모양의 살인 용의자로 30일 긴급체포된 박모군(18)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오양이 공중전화 통화를 오래한다며 핀잔을 주는 데에 격분, 폭행하고 13km 떨어진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병천전까지 끌고가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것이다.

청주서부경찰서는 1일 오전 11시 이세민 서장과 최기영 수사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양 살해사건 전모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모다.

폭행 후 13km 끌고가 잔인하게 살해

   
▲ 오양 살해에 사용된 콘크리트 벽돌과 피묻은 운동화 등 경찰은 10건의 증거물을 공개했다.
박군은 25일 밤 10시 30분께 술에 취해 친척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청주시 흥덕구 사창사거리 공중전화 부스에서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오양이 통화를 너무 오래한다며 핀잔을 주자 홧김에 오양의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박군은 화가 풀리지 않아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 좀 하자’며 오양을 끌고 자신의 집 근처로 걸어갔다.

협박하는 박군에 반항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완전히 제압 당한 오양은 박군이 이끄는 대로 13km나 걸어서 박군의 집 인근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병천천 까지 끌려 갔다.

   
▲ 청주서부경찰서 이세민 서장
병천천 모래사장에 도착한 박군은 오양이 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하면 처벌 받을 것이라고 생각,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오양이 입고 있던 스타킹을 벗겨 두손을 묶은 뒤 목을 졸랐지만 힘에 부쳐 살해에 실패했다.

오양은 신고하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박군은 하천변에 있던 콘크리트 벽돌로 오양의 머리를 서너차례나 내리쳐 살해한 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바지와 팬티를 벗겨 얼굴 위에 올려 놓고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오양의 사체를 검안한 결과 안면 골격이 함몰된 상태였으며 얼굴은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최기영 수사과장은 “박군이 얼굴에 불을 붙일 당시 오양이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 않고 신음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며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잔인한 살해 방법에 형사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중전화 통화내역 조회로 덜미

   
▲ 청주서부서 최기영 수사과장이 사건 전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양이 살해된지 만 하루만인 27일 오전 10시 10분께 낚시를 하던 주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경찰은 주변인물 등을 대상으로 행적을 탐문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용의자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오양의 친구 등 주변인물에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오양이 25일 밤에 남자친구와 공중전화로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같은 시각 공중전화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오양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 인근에 사는 박군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았다.

경찰은 오양이 살해된 장소가 주변 지리를 모르는 사람은 찾아가기 힘든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 박군의 25일 밤 행적을 탐문하기 시작했으며 경찰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안 박군이 종적을 감추면서 경찰은 박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30일 저녁 7시께 PC방에 숨어 있던 박군을 긴급체포 했다.

경찰은 숨진 오양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묻어있는 박군의 운동화와 T셔츠, 박군의 집에서 발견한 오양의 휴대폰과 지갑 등을 증거물로 압수하고 오양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 부근에서 피묻은 콘크리트 벽돌을 찾아냈다.

경찰은 박군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3km나 걸어갔는데도 목격자 못찾아

경찰은 청주시 사창동 공주전화 부스에서 박군이 오양을 폭행한 뒤 청주공단 - 솔밭공원을 거쳐 범행 장소 까지 걸어 갔다고 밝혔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박군이 오양을 만난 시간이 10시 30분, 인적이 끊기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범행장소까지 13km를 걸어가는 동안에 이들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점, 오양 또한 신변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도망 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작은 설전이 오갔다.

최기영 과장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박군이 오양을 폭행한 것을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청주공단의 야간 작업자들이 교대하는 시간이었지만 박군이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 오양의 손을 잡고 끌고 갔기 때문에 수상히 여기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세민 서장도 “피해자가 16살의 여고생으로 박군의 폭력과 협박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제압된 상태였다”며 “박군이 평소에도 청주에서 집까지 걸어가곤 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해자도 반항할 의지를 상실한 채 자포자기 상태로 박군에 의해 끌려 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