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자, 뜨겁던 충청권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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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자, 뜨겁던 충청권 대망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2.0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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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되자 반기문·안희정·정우택 대망론 만들어 여론몰이
“이제 지역주의 갔다···배타의식 접고 성숙한 의식으로 대통령 잘 뽑아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통해 충청권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 이제 우리지역 사람이라고 뽑는 지역주의는 갔고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지난 총선 때 개표하는 모습.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귀국후 20일 동안 보여준 실망스런 정치적 행보와 대선 불출마선언은 충청권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동안 반기문 대세론을 주창하며 충청권 대망론을 전파했던 사람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충청권 대망론의 실체는 무엇이고 살기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충청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여론들이 많다.

지금까지 지역 언론들은 반기문 대망론, 안희정 대망론, 정우택 대망론 식으로 충청권 인사들을 내세워 대망론 여론몰이를 해왔다. 그중 안희정 대망론은 현재진행형이다. 반 전 총장이 물러가자 같은 충청권인 안희정 지사가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받는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영·호남 대통령만 있느냐. 충청권도 대통령 한 번 내보자’며 우리지역 출신이니까 밀어야 한다는 지역주의에 갇히는 것은 위험하다는 여론이다.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행정분야에서는 영충호, 정치분야에서는 충청권 대망론이 있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을 앞질러 위상이 달라졌으니 영남·충청·호남으로 쓰자는 게 영충호이다. 이 때 떠오른 인물이 반기문 전 총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지역민들의 기대와 욕망을 채워줄 수 없어 대선열차에서 내렸다. 지금 이 대망론이 안희정 지사에게 갔다. 하지만 충청권 대망론이 과거 DJ 때처럼 ‘호남을 중심으로한 평화적 정권교체’ 식으로 정치적 이슈로 발전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정책적 분야에서는 청와대와 국회 세종시 이전 등을 이슈화해서 충청권을 발전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들이 부추긴 충청권 대망론

충청권 대망론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지난해 11월 3일 충청언론학회는 ‘충청권 대망론 보도의 허와 실’이라는 세미나를 열었다.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대망론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지만 언론학회가 이를 공론화해서 토론회를 연 것은 처음이었다.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지난 2015년 1월 이완구씨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충청권 대망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해 2016년 5월 반기문 총장이 방한해 대선 행보를 보인 시점에 폭발적으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1월~2016년 10월 충북지역 신문들을 분석한 결과 반기문 대망론 관련 보도는 대부분 우호적 이었다.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이 대세라는 것을 강조하기만 했을 뿐, 반기문이 과연 대선 후보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따져보는 보도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신문들은 반기문 외에도 정우택, 안희정 등이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이들이 있어 충청권 대망론이 힘을 얻는다고 했지만 대권 후보들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보도 역시 없었고, 이들의 단순 동정을 전하면서 대망론을 부추기는 의도를 드러내는 듯한 보도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무엇보다 충북지역 신문들은 충청권 대망론 관련 보도를 하면서 충청권 대망론이 대세다, 본격화될 전망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내놓으면서도 지역주민들이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대전·충남 언론을 분석한 임연희 충남대 언론학 박사는 충청권 대망론 표현을 자주 쓰며 주관적 해설을 덧붙이는 기사가 양산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원종 비서실장 취임···반기문 대망론 탄력’이라든가 ‘충청대망론 여야 총선 필승카드 부상’ 등으로 이원종 전 실장과 총선을 충청권 대망론과 억지로 연결시키는 기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전지역 3개 신문은 충청권 대망론을 보도하는데 있어 후보군을 중심으로 이슈와 정책을 다루는 게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누가 1위이며 충청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 주류를 이뤘다. 단순 활동에서도 충청권 대망론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반기문 대망론’처럼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대망론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특정 인물을 지나치게 홍보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스스로 조롱하거나 비하하지 말자”

한편 이번에 반 전 총장 불출마 사태를 보면서 지역민들이 원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할 바에는 ‘20일만의 일장춘몽’으로 끝난 게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의 생가가 있는 음성군과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시에서는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고 UN 사무총장으로 남았으면 오래도록 존경 받았을텐데, 아쉽다 못해 안타깝다. 그렇다고 어제까지 떠받들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반 전 총장을 부정하는 것도 보기싫다. 아무리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그가 잘 한 일과 잘못 한 일을 구분해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가하면 이제 지역주의는 갔고 좀 더 성숙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모 씨는 “이번에 충청권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멍청도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반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까지 남의 탓으로 돌리는 등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기분이 매우 씁쓸하다”면서 “그러나 우리 스스로 조롱하거나 비하시키지 말고 올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이제 지역주의 시대는 갔다. 촛불민심을 봐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촛불집회를 많이 한다”면서 “충북사람들에게는 피해의식이 많다. 우리지역 사람이라고 좋게 보고, 타지역 사람에게는 배타적인 모습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데 어느 지역 사람인가를 따지는 건 정말 우습다”며 “올 대선에서는 우리지역 사람보다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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