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드러내야 방법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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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드러내야 방법 생긴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2.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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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야동보고 흉내내는 것 넘기지 말고 상담받도록 해야”
“집단 성폭력 예방교육 효과 없어…교육방식과 내용 수정 필요”
아직도 학교현장에서는 성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숨기려고 한다. 하지만 도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하고 외부전문가와 상담하는 개방적 태도로 가야 빨리 해결된다. 사진은 청주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하는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청주여성의전화 제공.

학교내 성폭력사건 들여다보기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일까

 

국민권익위는 지난 8일 신문고에 접수된 학교성폭력 민원 750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4~2016년 발생한 사건은 초등학교 213건, 고등학교 181건, 중학교 12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나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성폭력의 피해자는 학생이 54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교직원 100명, 학부모 4명 순이었다. 반면 가해자는 교직원이 3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생 262명, 일반인 4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행위주체와 대상별로 보면 학생→학생이 255건, 교직원→학생 254건, 교직원→교직원 59건, 일반인→학생이 43건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학생간 성폭력과 교직원 학생간 성폭력은 1건 차이밖에 나지 않아 굳이 어떤 것이 더 많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학교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에 호기심을 느끼는 초등학생 때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건 발생 시에는 신속·공정한 처리로 피해자 불만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 어린이들 중에는 성폭력사건을 범죄가 아닌 장난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소장은 “청주시내 모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수련회에 가서 밤에 야한 동영상 흉내를 낸 적이 있다. 다행히 보건교사가 우리한테 상담과 교육을 의뢰해 왔다. 아이들에게 상대방이 원치 않는데 손을 잡거나 뽀뽀하거나 다른 접촉을 하면 성추행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했으나 성범죄라고 단호하게 말해줘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일 교사들이 이런 일을 묵살하고 넘어갔다면 이 아이들은 계속 범죄가 아닌 장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 개별상담과 교사·부모상담을 마치고 동영상 또 볼 것이냐고 물으니 ‘안 보겠다’고 하더라. 이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건전한 성의식을 갖게 돼 기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렇게 외부전문가에게 상담과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익명의 모 교사는 “아이들이 건전한 성의식을 갖도록 잠재돼 있는 문제를 끌어내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외부기관과 상의하면 방법이 있다. 집단으로 앉아 성교육 받는 것은 효과가 없고 재미도 없다. 외부기관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을 받도록 했더니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교사들 청소년 性 이해 못하고 공부만 중시"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

 

대표적인 성폭력 상담기관인 청주여성의전화는 부설로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청주여성의전화는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것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한다. 성적인 행위를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것, 성추행, 성기노출, 몰래카메라 촬영, 음란전화, 스토킹 등 부당한 행위를 당하면 언제든지 신고하고 상담하라고 강조한다.

하숙자 성폭력상담소장은 학내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학교와 교육당국에 할 말이 많다. 그는 청주시내 여러 학교의 성폭력 관련 대책위원회 위원이나 한 번도 위원회에 가본 적이 없다. 사건이 발생해도 쉬쉬하며 넘어가고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러 학교 학생과 교사들을 상담해보니 교사들은 청소년의 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데 교사들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성적 호기심을 윽박지른다. 청소년들이 사회성 없이 공부만 잘하면 우병우, 김기춘 같은 어른이 되는 것인데 학교는 공부만 하라고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성폭력사건이 생기면 처리할 줄을 모르고 숨길 생각만 한다. 실제 소문 안내고 처리하는 방법을 우리 상담소에 문의하는 교사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외부에 사건이 알려지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나 외부에 알려야 해결이 된다. 외부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 후속조치를 제대로 할 것도 주문했다. 가해자도 피해자라고 보고 양쪽 모두에게 적절한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장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이숙애 충북도의원

 

이숙애 충북도의원(더민주당·비례대표)은 지난 2014년 도의회에 입성한 후 전·후반기 모두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교육분야에서 특히 학교내 성폭력 사건에 관심이 높다.

 

그는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나 5분발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성폭력사건의 예방과 처리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015년 9월에는 도내 학교장 연찬회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충북도교육청과 11개 교육지원청 행정사무감사 때 성범죄 예방교육의 실효성 미흡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지난해 6월 23일에는 5분발언을 통해 ‘성폭력 예방과 근절,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성폭력예방교육의 대상을 확대하고 방식을 개선할 것,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스템 강화, 전담부서 일원화와 인사시스템 전환,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과 민관거버넌스 구축 등을 충북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이 의원은 “학교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도교육청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교장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학교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해도 100% 받지 않고 빠져나갈 사람 나가고 일부만 받는 경우가 많다. 교육 횟수는 늘었으나 효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성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봐야 한다. 가해자 중에는 상습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만 보지 말고 조직내 또 다른 제2, 제3의 피해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재발방지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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