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여성발탁 시동, 충북은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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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여성발탁 시동, 충북은 ‘모르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6.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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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30여개 특별지방행정기관 중 여성 기관장 2명 뿐
충북도·도교육청·청주시 4급이상 女 공무원 손에 꼽을 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내 남녀동수내각을 약속했다. 우리사회 곳곳을 돌아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발견할 수 있다. 충북지역도 심각하다. 공직사회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은 거의 남성이다. 사진은 2015년 충북도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국·과·팀장들

성평등사회를 만들자
충북여성들은 어디에 서있는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정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초대 내각의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임기 내에 ‘남녀 동수 내각’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조현옥 인사수석,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발탁했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 약속을 지킬 것인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여성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건 사실이다. 역대 정권에서는 결코 여성들에게 맡기지 않았던 인사수석, 보훈처장, 외교부장관, 국토부장관에 여성을 발탁내지 지명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조 수석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피 처장은 육군 최초의 여성 헬리콥터 조종사로 군에 수십년간 몸담아왔고 강 후보자는 UN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정책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해왔다. 그리고 김 후보자는 여성 최초의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을 역임했고 주거문제에 집중해온 전문가로 알려졌다. 능력으로 볼 때는 모두 남성들에게 뒤지지 않고 사회에 미친 영향이 크나 여성이기 때문에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여성들은 21세기에도 ‘최초’라는 수식어를 쓰며 유리천장을 깨야 하는 존재이다. 유리천장은 1970년 미국의 경제주간지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조직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주요 정책 결정은 남성들끼리

이런 점은 지역으로 내려오면 더 심각하다. 지자체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여성간부 숫자를 보면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행정사무를 관장하는 곳이 특별지방행정기관이다. 미래창조과학부·법무부·국세청·조달청·통계청 등은 충북에 행정기관 내지 그보다 작은 사무소를 두고 있다.

도내에는 30여개의 기관 및 사무소가 있다. 일일이 조사해보니 이 중 여성 기관장이 있는 곳은 딱 두 군데에 불과했다. 국세청 산하 대전지방국세청 청주세무서 전지현 서장과 통계청 산하 충청지방통계청 충주사무소 차태월 소장이다. 이들 인사는 중앙에서 이뤄진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남성을 기관장내지 소장으로 임명해온 것이다.

도내 지자체와 교육기관 간부들도 남성 일색이다. 충북도는 전체 1781명 중 남성이 1225명(68.8%), 여성이 556명(31.2%)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소방직을 제외한 숫자이다. 그런데 통상 간부라 할 수 있는 4급 이상 107명 중 여성은 4명(3.7%)에 불과하다. 이상은 국제통상과장, 행정자치연수원으로 교육간 유경수 서기관, 세종연구소에서 교육 중인 맹은영 서기관, 그리고 전정애 여성정책관 등이다. 여성 공무원이 30%를 넘어섰는데 간부는 3% 조금 웃돌고 있다.

청주시는 전체 2937명 중 남성이 1742명(59.3%), 여성이 1195명(40.7%)으로 집계됐다. 본청과 4개 구청을 모두 포함한 숫자이다. 여성 공무원이 절반에 조금 못 미치나 4급 이상 22명 중에는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충북도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013년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한 사람들까지 치면 행정직 공무원은 전체 2672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은 1496명(56.0%), 여성은 1176명(44.0%)이다. 하지만 4급 이상 전체 24명 중 여성은 충북학생교육문화원 이영자 서기관 단 한 명이다.

30여개 충북 특별지방행정기관 중 女 기관장 단 2명 뿐

충북도 女 공무원 556명(전체의 31.2%), 4급 이상 4명(전체의 3.7%)

도교육청 행정직 女 공무원 1176명(전체의 44.0%), 4급 이상 1명(전체의 4.17%)

청주시 女 공무원 1195명(전체의 40.7%), 4급 이상 없음(0%)

 

간부회의는 단체장 및 기관장의 방침을 알 수 있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이다. 충북도 는 2실·7국·2본부장이 모두 남성이다. 간부회의에는 이들 실·국·본부장, 공보관, 감사관, 여성정책관이 들어간다. 이중 여성간부는 여성정책관 한 명 뿐이다. 여성정책관은 4급 상당이나 여성정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들어간다고 한다.

또 청주시 간부회의에는 김천식 공보관이 유일하게 참석한다. 이승훈 시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에는 4급 국장급 이상이 들어가지만 5급 공보관은 시 홍보와 공보업무를 맡고 있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도교육청 간부회의에 참석하는 여성간부는 한 명도 없다. 도교육청에는 4급 서기관이 한 명 있지만 본청이 아니고 산하기관에 근무하기 때문에 교육감이 주재하는 본청 간부회의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세 기관의 여성 공무원 수는 적지 않으나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자리에는 낄 수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시종 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 도내 기초단체장 중 여성공무원 우대 인사를 단행한 사람은 없다는 게 공무원들 말이다. 이들의 재직기간 중 이런 인사를 했다는 보도 역시 한 번 도 없었다. 김병우 교육감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녀 성평등이 요원한 현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최소 여성간부 비율을 30%로 올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성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 공무원들은 현재 6급 이하는 여성 공무원 수가 많아 자연스레 간부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한다. 충북도 공무원 모 씨는 “신입 공무원들은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고 6급 이하로 내려가면 여성들이 많다. 조금만 있으면 남성들이 여성에 치일 것이다. 그 때 가면 남성우대 정책을 써야할지 모른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를 폈다. 실제 이렇게 말하는 남성들이 예상외로 많다.

요즘 주요 이슈 여성대표성 확대
 

여성간부가 없다는 지적에 관계자들은 또 “인사는 공정하게 이뤄진다. 승진 배수에 들어온 여성이 없기 때문에 못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 여성 공무원들이 극심한 성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능력이 있었음에도 주요부서에 배치하지 않은 것이다. 모 여성 공무원은 “여성들은 보직 받을 때부터 차별을 받았다. 통상 총무·기획·행정·예산부서 등을 주요부서라고 하는데 현재 5급들은 이 쪽 부서 일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본청에 들어오기도 힘들었고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민원 일을 주로 했다. 겨우 본청에 들어와도 민원이나 여성업무를 맡기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근무평정에서 남성들에게 밀려 승진이 늦었다. 6급 이하는 숫적으로 많다보니 이런 저런 부서 경험을 많이 한다. 여성들이 안 가는 부서 없다고 하는 말은 6급 이하부터 해당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계 주요 이슈는 여성대표성 확대이다. 전국의 여성계는 강경화 외무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강 후보자의 젠더감수성과 인권에 대한 전문성, 개혁적 리더십은 외교부장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자 역량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엄격한 자격요건을 요구한다거나 여야협상의 제물로 삼는다거나 국내에 지지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의혹을 부풀려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권에 성차별 없는 공정한 인사검증과 자질을 평가하라는 일침을 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여성대표성 확대가 실현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중앙정부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여론이다. 하숙자 청주여성의 전화 대표는 “이 지사와 이 시장, 김 교육감은 중앙정부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남성간부들만 길러내고, 남성들끼리만 정책을 결정할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지자체장과 교육기관장이 성평등의식을 갖고 여성 공무원들을 발탁해 주요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은 고위직 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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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열린 충북여성시민문화연구소 재창립 토론회

“여자가 하는 일 남자에게 시키면 안돼”
충북여성시민문화연구소 재창립 토론회, 정치인들 여성의식 질타

충북여성시민문화연구소는 지난 5월 26일 재창립을 선언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1999년 창립돼 3년간 ‘변화를 꿈꾸는 여성들의 교양지 <알>을 발행해 왔다. 대표를 맡은 민경희 전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앞으로 숨어있는 목소리를 드러내며 말해야 할 것을 말하는 시대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 재창립기념 토론회는 ‘19대 대선을 통해 본 정치인의 여성의식’을 주제로 열렸다. 정치인의 젠더의식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이혜경(이화여대 박사과정) 씨는 홍준표, 문재인, 심상정 후보와 그 가족들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 방송에서 홍 후보에게 집에서 설거지 하느냐고 묻자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된다. 그러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책임은 다 내가 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후보가 “여성을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며 사과하라고 하자 그는 마지못해 사과했다는 것. 홍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돼지발정제를 언급해 대선기간 내내 비난을 받았다. 이 씨는 홍 후보가 성평등 공약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발언 한 번 없었던 유일한 후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는 최문순 강원지사와 북한 여성 응원단 얘기를 하던 도중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참여했을 때는 자연미인이었는데 요즘은 북한에서도 성형수술을 한다더라”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이 씨는 “이것이 여성을 대상화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문 후보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철수 후보는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1+1 채용 의혹이 일자 ‘전문직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 일갈코자 했으나 갑질 논란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성차별 이슈로 왜곡시킨다는 지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홍 후보와 심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가 젠더 감수성 측면에서 양 극단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이승배 씨는 “심상정 후보를 만나 가부장의식이 깨졌고 성역할 고정관념이 허위의식임을 깨달았다”며 14년째 전업주부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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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열린 충북여성연대의 여성정책관 임명 철회 기자회견. 사진/육성준 기자

이시종 지사 성평등의식 도마위에
충북여성연대, 여성정책관 재공모 요구하며 이 지사 비판

 

충북여성연대가 공무원 출신 여성정책관 임명을 계기로 이시종 지사의 성평등의식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개방형 직위인 여성정책관에 충북도 공무원인 전정애 전 충북여성재단 사무처장을 임명했다. 그러자 이들은 개방형 공모제의 취지를 묵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다.

충북여성연대 대표들은 이 지사를 면담했으나 이 지사의 여성정책에 대한 철학부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지사에게 충북 여성정책의 비전을 질문했으나 ‘앞으로 잘하겠다’ ‘여성정책에 대해 잘 모르니 가르쳐달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여성정책에 대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이나 철학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정책관 임명철회,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방안제시를 요구했다. 충북여성연대는 “이 지사는 민선5기 때 개방형 직위에 민간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조직의 안정보다 시급한 것은 도정 전체에 성평등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남성중심적인 질서와 권위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젠더전문가를 여성정책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충북도에 ‘오빠라고 부르면 만사가 형통’이라는 ‘오빠문화’가 존재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해당 단체에 개방형 임용은 물론 각종 위원회와 자문단 배제를 지사에게 요구하겠다”고 응수한 것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빠문화’는 공직뿐 아니라 불평등한 민간조직에도 있을 수 있다. 이를 드러내고 개선하자는 것인데 도 공무원노조는 각종 위원회와 자문단 배제를 들고 나왔다.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또 지사 임기내 5급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을 20%까지 확대하고 여성공무원들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해 성평등 공직사회를 구현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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