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 초롱이네도서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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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뚱’ 초롱이네도서관, 도와주세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6.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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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한 쪽으로 기울어 큰 공사 시작, 재개관 후 센터 역할 자처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1억5000만원 받고 자부담 5000만원은 모금중
재건축에 해당될 정도로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는 초롱이네도서관.

청주시 용암동 초롱이네도서관이 확 바뀐다. 지난 1999년 산남동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초롱이네도서관은 2000년 지금의 통나무집으로 옮겼다. 이 통나무집은 전 주인이 1997년에 지었다. 그런데 오래된 누수로 바닥이 썩어 건물이 한 쪽으로 기우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도서관은 기둥, 보일러, 벽체, 버팀목 등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 하는 단계에 직면했다. 그동안 3층짜리 통나무집은 1~2층을 도서관, 3층을 살림집으로 사용해 왔다.

 

20년 동안 다양한 문화 활동 축적
 

도서문화재단 ‘씨앗’은 ‘작은도서관이 아름답다’ 기금사업으로 10억원을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에 위탁했다. 초롱이네도서관은 특화된 활동을 위한 작은도서관 환경개선사업에 지원해 올 2월 선정됐다. 도서관을 5년 이상 운영하고 문체부 평가에서 B등급 이상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1억5000만원을 받고 자부담 5000만원을 보태 2억원으로 재건축 한다는 게 초롱이네도서관 측의 계획이다. 하지만 자부담 해야 할 돈이 부족해 지금 후원을 받고 있다.

오혜자 관장은 “이 돈은 기울어진 도서관을 바로 세우는데 쓸 것이다. 통나무집을 오래 쓰다보니 여기저기 고장 나 재건축에 가까운 시설보강을 하게 됐다. 이 도서관이 수익사업체가 아니라 자비로는 엄두를 못내고 다행히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기금을 받았다. 요즘 나머지 부족분 5000만원을 모금하고 있다. 정기후원 또는 재개관에 필요한 기금, 집기, 물품 등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지난 5월 15일 시작됐고 현재 1000여만원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기울어진 초롱이네도서관을 함께 세워주시겠어요?’라는 후원 제안서를 만들었다. “우리는 전국 유일의 통나무집 도서관입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네주민들이 문턱이 닳고 기둥이 반질거리도록 드나든 정감 넘치는 곳이지만 나무집 특성상 온·습도에 약해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 쪽이 기울어 위험 경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초롱이네도서관에 추억을 간직한 이들과 앞으로 추억을 지니게 될 모두를 위해 더 튼튼한 나무집으로 새롭게 단장하려 합니다”라며 후원을 요청했다.

초롱이네도서관의 초롱이는 오 관장의 딸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청주 용암동 원봉초등학교 앞 골목에 자리잡은 이 도서관은 동화책에 나오는 통나무집처럼 생겨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모은 1만여권의 장서 중 8000권이 어린이 책이다. 초롱이가 어릴 때부터 동네 어린이들에게는 놀이터이자 책방, 어른들에게는 모임장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곳은 그동안 20년의 세월에 걸맞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가을동화잔치, 도서관에서 하룻밤자기 캠프, 찾아가는 이야기선생님-책 읽어주기, 커다란 그림책-작은극장, 세상은 커다란 책-배낭여행 등. 그 중 가을동화잔치, 작은 극장,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기 캠프 등은 오랫동안 해오는 것으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 좋아한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최정인, 김중석, 오정택 씨 등 그림책 작가들도 다수 방문했다.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가을동화잔치. 사진=초롱이네도서관 다음 카페

“작은도서관을 위한 도서관 되겠다”
 

이 도서관은 작은도서관 개념이 없던 1999년 시작해 지금은 전국 작은도서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도서관, 작은도서관, 대학 문헌정보학과, 책모임 단체 등에서 견학을 오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을 운영해 돈을 버는 게 아니다보니 운영비는 늘 쪼들린다. 청주시에서 해마다 작은도서관을 평가해 도서구입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당시에는 이런 지원제도가 없었다.

그러던 차 지난 2007년 ‘초롱이네도서관친구들’을 조직해 후원이 시작됐다. 지금은 후원회원이 130명 가량 된다. 이들이 내는 후원금은 월 100만원. 여기에 오 관장의 강연비 등을 합쳐 근근이 운영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이지만 동화읽는 어른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 어린이도서연구회 청주지회가 책문화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도서관은 공사를 마치고 오는 9월 재개관 된다. 그동안 작은도서관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작은도서관을 위한 도서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오 관장은 “작은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모임과 활동가, 봉사단체, 문화콘텐츠도 증가했다. 초롱이네도서관은 공적인 역할을 강화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센터 역할을 하고 싶다. 작은도서관 목록개발, 연구모임 활성화, 지역독서문화 역량강화를 위한 독서 아카데미 같은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관장이 큰언니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자 작은도서관 운영자들도 환영하고 있다.

1층은 그대로 일반 이용자를 위한 열람실로 하고 2층은 교육·연구·개발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3층은 도서관 운영기금을 마련할 겸 북스테이를 해보겠다는 것. 책을 보며 숙박하는 북스테이는 요즘 새로운 형태의 휴가로 인기가 많다. 대신 주인들은 도서관 근처 원룸을 얻어 이사한다.

초롱이네도서관은 그동안의 활동상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놓았다. 1999~2006년은 도서관 1.0 시대로 민간 독서문화 거점공간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어린이신문 ‘여우씨 신문’을 창간하고 소식지 ‘풀바구니’를 발행했다. 그리고 도서관 2.0 시대인 2007~2016년에는 후원회가 조직되고 여러 교육사업을 해왔다. 이 때 청주시 우수 작은도서관으로 여러 차례 선정돼 운영비와 도서구입비를 받았다. 이어 올해 재개관과 동시에 3.0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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