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 탁현민, 충북 여성계도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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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하 탁현민, 충북 여성계도 ‘NO’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6.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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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성인식 보여주는 책 <남자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막 말에 가까운 여성비하 내용 보고 도내 여성들 “탁, 사퇴하라” 주장
탁현민./ 사진=뉴시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여성비하와 그릇된 성인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많은 국민들이 자진사퇴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청와대도 사임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그는 28일 문 대통령의 미국방문도 수행했다.

일각에서는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총리나 장관이 아니고 행정관인데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자리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이런 위치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여성비하와 비뚤어진 성인식을 갖고 있다면 큰 문제라는 게 여성계의 시각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더민주당 여성위원회마저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성문제가 불거졌을 때 진보정당 여성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탁 행정관의 여성 비하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더민주당 여성위원회는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여성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사임을 건의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탁 행정관의 막말에 가까운 여성비하에 대해 충북 여성계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든 여성이 성적대상?
 

그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을 주제로 얘기했다고 해서 문제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그는 과거에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그 중 2007년 6월에 발행된 <남자마음 설명서>와 같은 해 9월에 낸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책에서 “친구가 오늘 어떤 여학생이랑 섹스했다고 하면 다음 날 그 여자애에게 가서 ‘왜 나는 안 해주는 거냐’고 했다” “여 선생님이나 나이 많은 아주머니도 성적으로 야한 상상의 대상이 됐다” 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여교사 치마를 들추거나 밑에 거울 대놓고 속옷을 훔쳐보는 일도 끊임없이 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남성들을 성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강간을 농담이나 무용담·오락거리로 소비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남자마음 설명서>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가볍게 만난 여자가 20여명 정도, 좀 무겁게 만난 여자가 4명 정도, 짠하게 만난 여자가 2명이라고 썼다. 

그는 이 책에서 ‘다소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한 손으로 얌전히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스스로 조신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배꼽에 피어싱을 하지 않더라도 짧은 상의와 청바지 사이의 공간에서 배꼽은 보석처럼 빛난다. 약간의 뱃살이 있더라도 나쁘지 않으니 웃옷을 자꾸 내려 당기는 추태를 보이지 말기를 권한다’ ‘예쁘지 않다면 자신있어 보이는 척이라도 하라’고 말했다.

또 ‘공공장소라서, 누가 볼까봐 등 스킨십을 거부하는 여자들의 핑계는 끝이 없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건강한 스킨십은 누가 보아도 상관없다’ ‘남자에게 몸으로 기억되는 여자가 되려면?’ 이라는 글을 싣고 여성들에게 ‘향수는 한 가지만 적당히 사용하라’ ‘남자가 질투를 느끼지 않는 애완동물을 키워라’ ‘남자와 헤어진 후 절대 먼저 전화하지 말고 먼저 끊어라’라고 했다.
 

섹스와 여성비하에 대해 노골적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라는 책은 더 직설적이다. 4명의 남녀가 세상의 금기에 도전한다며 7개월간 종종 만나 수다 떤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름보다 별명으로 불렀는데 탁 행정관은 ‘대놓고 나쁜남자’라고 불렸다. 그는 타칭 연애컨설턴트며 공연기획, 연출, 과일장사, 코러스, 백댄서, 비디오아트 등을 해왔으며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성적취향, 나쁜이성의 기준, 외모, 직장 스트레스, 결혼, 아이 등에 대해 가리지 않고 얘기했다. 탁 행정관은 여기서 문제가 된 발언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살 아래 여학생과 첫 경험을 했다. 여학생 자취방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서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썼다. 그리고 같이 잤다고 해서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 안 해 부담도 전혀 없었다. 그 다음 날부터는 딱지를 뗐다는 자부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는 착한 여자, 쉽지 않은 여자, 나쁜 여자가 있다. 착한 여자는 사귀면 재미없는 여자이고, 나쁜 여자는 못되고 힘겨운 여자를 말한다. 쉽지 않은 여자는 느낌이나 행동이나 패턴이 쉽지 않다. 가장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한다”고 했다. 이 책에는 섹스와 여성에 대해 더 노골적이고 비하하는 발언이 많이 나와 차마 옮길 수 조차 없다. 탁 행정관은 섹스에 대해 삶의 일상적 유희라고 표현했다.

한편 탁 행정관은 <남자마음설명서>에 대한 비난이 일어나자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출간된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여성비하적인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자 사퇴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2012년 총선에 출마했던 김용민 씨 발언을 두둔한 것이 드러나 더 여론이 악화됐다. 김 씨는 미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2004년 인터넷 라디오방송을 통해 “살인범을 풀어 라이스 전 국무장관을 강간해서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총선과정에서 논란이 되자 탁 행정관은 SNS를 통해 김용민의 발언은 집회 도중 교통신호를 어긴 것쯤 된다며 “그가 한 말이 성희롱이라면 전두환을 살인마라고 하면 노인학대”라고 썼다.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편 것이다.

김수정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 소장은 “진보주의자라고 칭하는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것은 큰 문제다. 탁현민 씨는 사과했다고 하나 진심어린 사과라고 보지 않는다. 문 정부가 인물을 파격적으로 발탁하는 것은 좋으나 성평등가치도 검증해야 한다. 인구의 절반을 무시한 민주주의가 새로운 민주주의냐”면서 “앞으로 여성학자들이 탁 씨 문제를 계속 이슈화 할 것이다. 청와대가 탁 씨를 끝까지 옹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문제를 진영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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