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사람 없고 너무 조용
상태바
‘튀는’ 사람 없고 너무 조용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10.25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지사와 도내 기초단체장 등 12명 중 9명이 관료 출신
주민들 도전·변화·혁신 원하나 안전제일주의 행정 고착화

혁신이 대세다
충북의 자치단체장들

다시 ‘혁신’이다. 그럼 충북의 자치단체장들은 혁신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가. 부족한 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은 한층 성숙됐으나 지자체는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체장은 소통 부족으로 여전히 주민들과 멀리 있고, 지자체는 끊이지 않는 공직비리로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충북도내 자치단체장 중에는 관료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시종 도지사와 11명의 기초자치단체장 등 12명 중 관료출신이 9명, 비관료 출신이 3명이다. 비관료는 이근규 제천시장, 이필용 음성군수, 박세복 영동군수 밖에 없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사회운동을 오래 해왔고, 이필용 음성군수는 충북도의원, 박세복 영동군수는 언론사 경험이 있고 건설회사를 경영했다.

 

이시종 도지사는 과거 내무부, 이승훈 청주시장은 산업자원부에서 오래 근무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충주시장 3번, 국회의원 2번, 충북도지사에 2번 당선됐지만 공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길형 충주시장과 나용찬 괴산군수는 경찰 공무원 출신들이다. 조 시장은 치안감, 나 군수는 총경까지 지냈다. 류한우 단양군수와 김영만 옥천군수는 충북도 공무원을 역임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농촌진흥청과 환경부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송기섭 진천군수는 줄곧 국토부에서 일했다. 또 홍성열 증평군수는 증평군 공무원을 지냈다.

민선5기 때는 이시종 도지사와 12명의 기초단체장 등 13명이 있었다. 당시는 청주·청원이 통합되기 전이라 청원군수가 있어 지금보다 한 명 더 많았다. 13명 중 11명이 관료출신이었다. 이필용 음성군수와 유영훈 전 진천군수를 제외하고 모두 공직생활을 했다.

 

“공무원들은 관료출신 원해”
 

민선시대 이후 도내 단체장의 80% 이상이 관료출신들이다. 공무원은 공정하고 청렴하며 행정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거부감 또한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충북은 튀는 것을 싫어해 선거 때 무난한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 또한 강하다는 게 지역사람들의 말이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충북에서 출마했다면 당선됐을지 의문이다.

물론 단체장들이 단지 관료출신들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체로 법과 제도 안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도전과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관료들은 퇴직전까지 보통 30년이상 공직 생활을 해 법과 제도 안에서 움직이는 게 습성이 돼있다. 때문에 도전과 혁신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도내 자치단체장들 중 좋은 의미로 ‘튀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모 씨는 “충북의 단체장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이시종 지사의 강한 업무 추진력이 돋보이는 정도이고 다른 기초단체장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충북내에서나 단체장이지 전국적으로 호평받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며 “기초단체장들은 생활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다. 주민들과 소통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를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데는 관심이 없고 재선을 위한 생색내기식 정치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 어떤 것을 혁신해 보다 편리하게 만들 것인가 알게 되지만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관료출신 단체장들의 장점이라면 공무원 조직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도내 모 공무원은 “공무원들은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대체로 관료출신 단체장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비관료출신이 단체장이 되면 행정의 틀이 많이 바뀌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관료출신이 온다면 임기의 반을 공무원 설득시키는데 쓰게 된다. 공조직을 움직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대변화를 읽는 게 중요
 

하지만 21세기는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이미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했다. 충북은 세종특별시와 KTX 등 교통의 발달로 신수도권시대를 맞이했다. 또 수도권 규제로 기업들이 내려오고 인구가 늘면서 과거보다 한 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도에서 산업도로 탈바꿈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혁신을 내세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쑥 들어가더니 다시 등장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공조직의 내부혁신을 강조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내부혁신외에 사회혁신을 중요시하고 있다. 사회혁신은 전분야 혁신을 의미한다. 지자체는 시민사회가 혁신을 실행하도록 도와주고 그것이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체장의 혁신 마인드는 필수불가결한 요건이 됐다. 지적받지 않는 안전제일주의로 지자체를 이끌고 가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관료출신 단체장들의 풍부한 행정경험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변화된 요즘은 주민과 소통하면서 시대변화를 읽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주시장은 계속 관료출신들이 해왔고 재선된 사람이 없었다. 현 이승훈 시장은 갈등관리를 제대로 못 해 지탄을 받고 있다. 노인병원, 청주시 CI문제, 쓰레기매립장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직원들의 각종 비위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청주시의 정책 부재가 부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청주시는 자살, 폭행, 몰래카메라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구청장이 음주 측정을 거부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의 리더십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처장은 이어 “이시종 도지사는 무상급식 실시, 9988 행복 나누미, 충북종단열차 개통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으나 해마다 국제행사를 몇 개씩 치르며 혈세낭비를 해오고 있다. 행사를 만들어야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관료중심 사고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전국 지자체간 편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전북 전주시가 통합 전 청주시와 곧잘 비교됐으나 이제는 청주시를 능가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