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의 첫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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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의 첫 문을 열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4.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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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체부장관/ 평창올림픽·평양공연 성공리에 마치고 문체부 혁신중

요즘 문재인 대통령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사람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양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엉망진창이된 문체부 수장으로 들어간지 채 1년이 안됐으나 벌써 여러 개의 홈런을 날렸다. 도종환 문체부장관 얘기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도민들에게 도 장관은 ‘접시꽃당신’의 시인으로 각인됐지만 그는 어느새 해직교사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문체부장관 자리에 가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과 체육, 관광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 중요한 사람이 됐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평양공연 때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밀담을 나누는 사진을 보고 많은 도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런 얘기들을 듣기 위해 지난 10일 문체부 세종청사에서 도 장관을 만났다.
 

-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평양공연 얘기부터 해보자. 이 공연에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공동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통해 평화와 화합의 울림을 전세계에 전했다. 역사에 남을 일이다. 올림픽 이후 특사단이 평양에 가서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공연에 이어 남측에서 방북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준비기간이 짧았고 조용필·이선희·서현 등의 가수가 감기몸살로 많이 아파 고생하던 터여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의사를 대동했고 아픈 사람들은 틈틈이 링거를 맞았다. 그런데도 무대에 올라가자 하나같이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열창을 해 정말 고마웠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평화의 첫 문을 문화예술인들과 체육인들이 열었다는 게 중요한 성과였다.”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중인 도종환 장관. 사진=평양공연 공동취재단

-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슨 대화를 했는가.

“4월 1일 예술단 공연 때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다. 주로 가수와 노래에 대한 질문을 했다. 모르는 노래와 가수가 나오면 남쪽에서 어느 정도 유명한 가수인지, 신곡인지 등을 내게 물었다. 무대의 홀로그램과 조명방법, 시설 등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공연 제목 ‘봄이 온다’는 표현이 상징적이라는 대화도 나눴다. 이는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는 의미이다. 올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하자는 얘기도 했다. 봄과 가을 사이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있다. 이것을 성공리에 마치고 결실을 맺어 ‘가을이 왔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도 장관은 ‘가을이 온다’와 ‘가을이 왔다’는 의미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왔다’는 분명한 결실을 거둔 뒤 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두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많은 대화를 했으나 다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공연 이외에 향후 남북이 교류할 수 있는 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 교류하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은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남북 선수단이 함께 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방북 때 장관급인 김일국 체육상과 만나 남북 체육교류를 합의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나면 문화·체육·관광·종교 등의 분야에서 순차적으로 교류가 이뤄질 것이다.”

-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인쇄한 청주에서는 금속활자 연구 교류가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지난 방북 때 장관급인 박춘남 문화상에게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이미 25회나 만나 논의를 진행해온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 7회 만나 남북이 추진해 온 ‘개성만월대 공동 발굴조사 및 보존정비사업’, 그리고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대고려전’ 특별전시에 북측 참여 등이다. 개성 만월대가 홍건적 침입으로 소실되고 폐허가 된 후 600여년 흘렀는데 남북 공동발굴작업에서 금속활자·기와·도자기 등 많은 유물과 유적이 나왔다. 2015년에 중단됐던 이 사업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또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대고려전’에 진품 유물을 보내 전시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도 장관은 박 문화상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북측과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평양공연 참가자들과 함께. 사진=평양공연 공동취재단

- 성공적으로 끝난 평창동계올림픽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북쪽에서는 핵실험을 하고, 유럽에서는 선수들을 못 보낸다고 하고, 국내기업들은 미르재단 파문 때문에 협찬을 꺼리고.. 처음에는 성공요인이 전혀 없었다. 적자 3000억원이 예상됐을 정도였다. 그런데 열심히 한 덕분에 올림픽 티켓을 107만여장, 패럴림픽 티켓을 34만여장 판매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림픽에는 141만 여명, 패럴림픽에는 74만 여명이 방문해 흑자를 냈다. 금액은 현재 정산 중이다. 내외국인들로부터 경기장 시설과 식당, 숙박시설이 좋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칭찬을 들었다. 올림픽은 상호배려와 존중, 인류애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평화와 화합의 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는 이어 이번 올림픽은 남북한 단일팀 구성으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남북한 협력의 기반을 마련해 평화올림픽이 됐다는 점에서 올림픽정신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선수, 대회운영자,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의 열정과 국민적 성원의 힘 덕분에 성공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관림중인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도종환 장관. 사진=문체부

-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흔들렸던 문체부가 어느 정도 혁신을 이뤘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6월부터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올 6월까지 운영하고 7월에 백서를 발간한다. 이와 더불어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징계와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또 조직개편을 하면서 반성하는 의미에서 실장 자리 3개를 없앴고, 현재 조직혁신TF를 가동중이다. 그리고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새 문화정책 준비단’을 구성해 문화정책 비전을 수립했고, 오는 5월 ‘새로운 문화비전 2030’을 발표할 것이다. 우리 문체부 직원들이 평창올림픽과 평양공연을 치르면서 활기를 되찾았고 자부심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 끝에 문화예술계에서 많이 터져 나온 ‘미투’에 대해 묻자 인권위와 함께 특별조사단을 조직해 직원들을 상담하고 제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유명한 문화예술인들이 낙오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이런 것을 통해 우리사회가 한 단계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을 관람중인 도종환 장관.  사진=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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