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칠성’이 생겨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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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이 생겨 정말 좋아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4.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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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아이들의 놀이터 칠성면 북카페
괴산지역 마을공동체 ‘어울림’, 2년 전 태동해

행복교육지구현장을 가다-②괴산증평행복교육지구
 

북카페 북두칠성 입간판.

칠성초와 칠성중 사이에 ‘북두칠성’이 떴다. ‘북두칠성’은 북카페다. 원래 칠성초등학교 총동문회 사무실이었는데 지난 3월 새롭게 단장했다. 수업이 끝난 뒤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들은 이곳이 생긴 후 더 이상 마을의 편의점을 찾지 않는다.

정현지(칠성중 1학년)양은 “편의점에서 돈 안 써서 좋다. 여기선 숙제도 할 수 있다. 또래친구들도 많이 온다. 휴식처다”라고 말하며 한자공부를 했다. 현지 양은 이곳에서 먼저 수업이 끝난 동생과 같이 있다가 집에 간다.

목골에 사는 정재영(칠성초 5학년)군과 쌍곡에 사는 최연우(칠성초 4학년)군은 단짝친구. 수업이 끝나면 이곳으로 달려온다. 연우 군은 “전에는 버스 올 때까지 학교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이곳이 생겨서 편하다”라고 말했다. 재영 군은 “한 달에 한번 라면을 먹는데 꿀맛이다. 원피스 만화책도 여기서 다 읽었다”라고 말했다.

참새가 방앗간에 모이듯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머무른다. 칠판엔 글씨가 가득하다. 먹고 싶은 간식을 써놓은 칸에는 떡볶이, 라면, 피자 등등이 적혀있고 읽고 싶은 책 목록도 꽉차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가구

 

북카페 ‘북두칠성’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이자 공부방이다. 이곳에서 책을 보고 간식을 먹고, 버스를 기다린다. / 사진=육성준 기자

이 공간은 칠성면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이곳의 의자들은 목산공방의 강성철씨의 지도를 받아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 작은 침대부터 테이블, 책장까지 모두 아이들의 손길이 닿았다. 북카페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은 이곳 아이들의 학부모들이다. 자원봉사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안수연 씨는 “괴산에서 젊은 친구들과 플리마켓을 열면서 소통의 장소를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알게 돼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성수정 씨 또한 “8년 전 귀촌했는데 그 때 아이가 초등학생이었다. 교육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그 때만 해도 뜻은 있어도 뭔가 구현이 잘 안 됐다. 이제 이런 공간이 생겼으니 교육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이곳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선후배로 연결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인 안수연 씨(사진왼쪽)와 성수정 씨는 칠성면에서 학교 아이들의 엄마이자 마을교사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20일 오전에는 우리나라에 원테이블레스토랑을 처음 도입한 서승호 셰프가 아이들을 위해 책을 기부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서승호 셰프는 이후 아이들을 위한 요리수업도 약속했다.

2년 전 괴산군 지역의 자발적인 마을교사들과 활동가들은 ‘행복교육괴산어울림’공동체를 만들었다. 문화학교 숲, 느티울 학교, 달팽이 공작소 등과 같은 지역에 거점을 둔 문화예술교육 단체들과 학교 교직원, 군청 공무원, 동네 학부모 등 100여명이 모였다. 마침 충북도교육청이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동체 활동도 탄력을 받게 된다. 나은정 괴산증평행복교육지구 담당 장학사는 “괴산은 아이들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통폐합이 논의되는 지역이다. 도시 엄마들이 이곳에 오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되겠는가. 답은 정해져있다. 처음 동문회에 이러한 얘기를 하니까 선뜻 공간을 내줬다. 면에서는 벌써부터 더 큰 공간을 주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프로방스가 부럽지 않다

 

교육공동체 ‘행복교육괴산어울림’사람들은 매달 수차례 모여 회의를 한다. 충북도교육청과 괴산군이 추진하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필요한 사업 목록을 정하고, 역할 분담을 한다. 이미 마을에 역량 있는 마을교사들이 많다.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안수연 씨는 밀라노 유학파로 ‘까사마노’친환경 생활공방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수업을 한다. 성수정 씨 또한 토종밀로 발효빵을 굽고, 우수식생활체험공간을 운영한다. 봉사자들은 시간을 조정해 참여하고 있다. 성 씨는 “내가 있어야 할 공간에 있는 게 순리인 것 같다. 거슬리지 않는 범위에서 개척하는 게 삶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 씨는 칠성면에 처음 펜션을 운영하기 위해 왔다. 별빛산막이펜션을 운영 중인 그는 괴산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 1년간 살아보기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안 씨는 “학부모들과 동아리를 운영하고 싶다. 북두칠성에서도 기회가 되면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나 장학사는 “괴산은 마을 자원이 풍부해 장학사 입장에선 사업 하기 좋은 곳이다. 괴산이 유럽의 프로방스처럼 보일 때가 있다. 민주적 토의문화와 의사결정이 정말 제대로 된 풀뿌리민주주의를 보는 것 같다. 마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좋은 에너지들이 넘쳐난다. 괴산으로 이사 오고 싶을 정도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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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마을교사로 나섰다

괴산 내 북카페만 4곳…증평 지역은 마을돌봄공간 개소

나은정 장학사 “공동체 활동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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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정 장학사

괴산군 내에는 북두칠성과 같은 곳이 여러 곳이다. 청천엄마랑 공동체는 지난해 청천초등학교 내 컨테이너건물에 북카페를 열었다. 하늘지기꿈터 공동체는 10년 전 송면에서 마을 배움터를 열었다. 괴산 읍내에 있는 제일교회는 올해 비전센터를 청소년 북카페 공간으로 내주기로 했다.

나은정 괴산증평행복교육지구 장학사는 “괴산 지역은 민간영역의 역량이 관의 마인드를 앞지른다. 반면 증평에는 아직 시민자원이 부족하지만 올해 첫발을 디뎠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증평지역은 올해 증평이레교회에 공동육아네트워크를 열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나 장학사는 “방과 후 모인 아이들과 요리,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마을돌봄공간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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