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60년, 거꾸로 가는 시계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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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60년, 거꾸로 가는 시계바늘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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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분규 5개월째 '외화내홍(外華內訌)’ 두 얼굴
18일 총동문회 ‘대토론회’ 대타협 기대감높아

청주대 교수회의 총장실 점거농성이 50일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총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학내분쟁이 5개월째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학교당국과 교수회가 두 번째로 작성한 합의안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협상국면은 더욱 악화됐다. 또한 감사원 감사로 파업을 유보했던 직원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학사업무의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다.

대학설립 60주년을 맞은 청주대는 사회과학?사범대학 신축과 예술대 제2캠퍼스 부지조성 등 대대적인 시설확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설투자는 1600억원에 달하는 대학 유보자금이 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이같은 물적기반을 바탕으로 청주대는 한의대 유치를 통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학내분규는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마디로 ‘외화내홍(外華內訌)’의 두 얼굴이 향토사학 청주대가 도민들에게 비쳐진 오늘의 모습이다. 청주대의 2차 합의 실패과정을 통해 사태해결의 가능성을 점쳐본다.

지난 3월말 학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대학측의 번복으로 최종 합의에 실패한 교수회는 총장 점거농성을 재개했다. 유정환 교수회장(정치외교학과)는 ‘다시 투쟁의 길에 나서면서’라는 제목의 개인성명을 통해 1차 합의 실패의 전 과정을 공개했다. 회장단의 단식농성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대학측과 대화재개의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1차 협상의 비공식 창구가 아닌 대학 교무처장을 협상 파트너로 삼아 교수회 회장단이 접촉했다. 역시 핵심쟁점은 1차 합의를 불발로 만든 학장 선출방식이었다. 하지만 교수회가 제2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단과대 별로 2~3명의 학장후보를 추천하면 총장이 1명을 낙점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1차 협상 당시 교수회가 요구한 총장 추천 학장후보에 대한 교수들의 찬반투표제라는 ‘거친 방식’ 보다는 진일보한 내용이었다. 마침내 지난 4일밤 4가지 합의사항에 대해 합의문안을 작성하고 이튿날 총장 결재를 통해 최종 서명하기로 했다. 합의사항은 박정규 교수 복직 및 체육과 대우교수 3명의 전임교수 임명, 대학?교수?직원 3자가 참여하는 대학발전위원회 구성, 총장후보선출규정안 제정, 단과대 학장 후보추천제 등이었다.

하지만 김윤배 총장 보고과정에서 단과대 학장 후보추천제가 제동이 걸렸다. 교수회는 ‘교수직선을 통한’ 후보선출을 명시했지만 김 총장은 직선제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대학측 협상창구였던 표갑수 교무처장은 “학장 직선제가 자칫 교수들간의 파벌,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마당에 학장 직선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단대 학장이 추천하거나 연장자 추천 등의 방법이 있지 않겠는갚고 말했다.

이에대해 유정환 교수회장은 “합의문까지 만들어놓고 2번째로 기만을 당한 셈이다. 교수회 추천한다면 직선을 통해 후보자를 가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총장이 임명한 단대학장이 후임자를 추천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공식 협상을 통한 합의문도 번복하는 상황이니 우리 회장단은 더 이상 대화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수회는 2차 합의가 무산되자 회장단을 강하게 질책해 탄핵 분위기까지 감돌았다는 것. 5일 교수회와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김윤배 총장 자택까지 가두시위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대학측은 조정안을 내놓았다. 학장후보를 ‘교수회 직선으로 추천한다’는 문구를 ‘교수회가 주체가 되어 추천한다’로 바꾸면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교수회 내부의 강경파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타협불가론’까지 제기하는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직원노조는 대학 본관 안팎에 현수막을 내걸고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대학측과 임단협이 결렬됐고 청주노동사무소 쟁의조정도 실패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청주대 직원노조는  별정직 직원 임금 인상과 2005년 이후 임용된 직원들의 보수체계를 이전과 동일한 원칙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재규정심의위원회, 교무위원회, 팀장회의 등 지금까지는 직원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위원회의 참여과 조합원 자격범위, 복리후생 등 30개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측은 “대부분 의견조정이 됐지만 근무연한에 따른 자동승급과 정년연장 요구는 받아들이기 곤란한다. 인사권과 직접 관련이 있거나 시대흐름에 어긋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3월말 청주대 총동문회장에 선출된 이성복 전 충주대총장은 11일 청주대 교수회를 방문해 조속한 사태해결을 당부했다. 총동문회는 오는 18일 학교 구성원간의 ‘대토론회’를 추진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교수회의 직접 대화가 벽에 부딪친 상황에서 총동문회의 역할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이에대해 유 교수회장은 “대토론회의 형식이나 내용을 공식 제안받으면 내부논의를 통해 참석여부를 정하겠다. 문제는 2번의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지명총장이 뒤늦게 번복하는 바람에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총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한 대화에 임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측 표 교무처장은 “사립대 총장은 이사회 임명제가 대부분이고 충청권에서 청주대, 호서대, 순천향대 정도가 간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간선제 추천위원도 28명이면 교수인원이 3배이상 많은 고려대, 서강대와 같은 수준이다. 교수회가 사실상의 학장 인사권까지 요구한다면 대학은 또다른 혼란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내갈등 사태에도 불구하고 청주대 총학생회는 ‘내부적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며 취재를 기피하는 입장이다. 새 봄을 맞은 캠퍼스에는 4월들어 총장퇴진을 요구하는 교수회가 주관하는 집회가 교내 ‘민주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80~90년대 학생들의 학내 민주화시위가 뜨겁던 그 자리에 초로의 교수들이 대신 서게 된 것이다. 대학 무한경쟁의 시대에 청주대의 시계는 멈춘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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