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과 낙타 유전자의 위대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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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과 낙타 유전자의 위대함에 대하여
  • 충청리뷰
  • 승인 2021.03.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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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의 능력과 극한환경에서 적응하는 낙타의 인내심 ‘주목’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자, 유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멘델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 체코 브르노시에 있는 멘델박물관 (Mendelianum)에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가축육종학자 요한 솔크너 (JoHann Solkner) 교수가 2020년 멘델기념메달 수상자로 특별강연을 하게 된다.

그의 주된 연구는 인간이 키우는 가축들이 무더운 사하라 사막지역이나 알프스 산악지대와 같은 서로 다른 기후환경에서 적응하면서 가지게 되는 유전적인 변화들을 탐구하는 것이었고,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재래가축들을 활용하여 젖이나 고기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하는 개발하는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학자이기도 하다.

두 편의 슈퍼맨 영화
1851년부터 3년간 비엔나대학에서 자연과학의 기초를 공부하고 브륀의 수도원으로 돌아온 멘델은 수도원 뜰에서 완두를 재배하며 유전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였고 그 결과를 1865년 2월과 3월 8일에 ‘식물잡종에 관한 실험들’ 이라는 제목으로 ‘브륀의 자연사 정례학회’에서 발표하였다.

그가 발표한 내용 중에 자손의 부모 형질을 반반씩 닮는 게 아니라 어느 한 형질만 발현한다는 ‘우열의 유전원리’는 멘델의 첫 번째 유전법칙이자 놀랍도록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우열의 유전원리가 첫 번째로 제시하지 않았다면 그의 나머지 유전법칙인 ‘분리의 법칙’이나 ‘독립의 법칙’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에 멘델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완벽하게 유전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20세기는 유전학적 관점에서 생물체를 분류하는 학문이 정착되는 시기였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적용한 광범위한 생물학적 탐구는 동식물에서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는 농학과 유전적 결함에서 생기게 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의학분야까지 응용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다.

사막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낙타들.
사막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낙타들.

 

생존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으로 생물 종이 진화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에 멘델의 유전원리가 접목되면서 인종주의적 우월성이나 유전적 차이에 따른 차별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풍토도 일부 생기게 되었다. 즉 우월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슈퍼(Super)’ 라는게 앞에 붙여져 상징하는 많은 것들은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회 제도와 구조를 정당화하고 있는 20세기 문명의 잠재된 속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1979년 슈퍼맨이란 영화가 나왔다. 열 살짜리 소년에게는 과학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였다. 과거 영화속에 기술이나 이야기들이 종종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2013년 새로 나온 슈퍼맨 영화를 보면서 슈퍼맨의 강력한 힘과 능력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라는 질문에 유전학자로서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두 영화에서 모두 슈퍼맨이 태어난 크립톤 행성은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무분별한 자원남획으로 크립톤 행성이 붕괴하게 된다. 크립톤 행성의 붕괴에 대비하고자 했던 과학자이자 슈퍼맨의 아버지 조엘은 크립톤인들의 유전자 정보를 훔쳐서 지구로 보내질 아들의 몸속에 저장되도록 하는 대목이 있었다.

즉 슈퍼맨의 어마어마한 능력은 결국 크립톤 인들의 유전자풀이 지구라는 환경에서 발현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나는 해석해 보게 되었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슈퍼맨이 보통사람의 모습으로 적응하여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자신이 가진 슈퍼파워를 사용하는데 절대선이나 절대악을 구분짓지 않고 순응하고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는 따뜻한 가슴을 느끼게 된다.

낙타에게서 지혜 얻었으면
그런 따뜻한 가슴을 가진 슈퍼맨과 비슷한 예를 낙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슈퍼맨 영화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무슨 낙타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약 40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하고 나서 출현한 낙타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가 있는 북아메리카 대륙 서부지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낙타 조상들이 번성하였는데, 조상인류의 출현과 활동이 전세계로 퍼지게 되면서 북미 대륙의 매머드 등 같은 다른 대형 포유류와 함께 낙타도 멸종하였다.

하지만 아시아나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낙타들은 인간이 드문 사막이나 춥고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살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적응해 살았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대초원지대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가 생기면서 낙타는 무역 네트워크를 여는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극한환경 적응능력이 활용되었다. 낙타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쌍봉낙타와 아라비아 반도에서 북아프리카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단봉낙타로 구분된다. 수세기 동안 장거리 수송에 주로 이용된 단봉낙타는 유전적 교류가 생겨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가축으로서의 유용성도 많아지게 되었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 소, 양, 돼지 등을 가축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기후나 전염성 질환에 취약하게 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낙타에서는 문명의 교류를 통해서 발달하게 된 유전적 적응능력이 현대 유전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구 온실가스로 인한 사막화와 기후환경 변화는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체에게 멸종의 위협이 되고 있지만, 낙타와 같이 모든 것이 부족한 사막에서 적응할 수 있고 환경친화적이며 인간에게 필요로 하는 유용한 축산물을 제공하는 동물에게는 오히려 번성의 기회가 되고 있다.

유전학적으로 낙타에 대해서는 아직도 탐구해야 할 특징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낙타가 사막과 같은 극한환경에서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순응하고 견디어 내는 인내심을 주목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힘겨운 삶을 견뎌내는 지혜를 얻는데 낙타를 연구하면서 영감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김관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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