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볼거리 많은 놀이터처럼
상태바
박물관, 볼거리 많은 놀이터처럼
  • 충청리뷰
  • 승인 2003.0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험하는 박물관 인기몰이…국립청주박물관‘어린이 전시관’ 인기
도내박물관 체험프로그램 아직 요원 …예산삭감이 큰 난관

박물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출입구부터 출구까지 한줄로 서서 일정거리를 두고 감상 할 수밖에 없었던 유물들을 이제는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체험을 통해 쉽게 만나고 결과물을 얻고 돌아오는 것, 그것이 바로 박물관의 새로운 코드이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탁본도 떠보고, 토기도 만들어보고 전통놀이부터 다양한 문화강좌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다. 또한 어린이와 어른을 공략한 문화강좌, 전시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 ‘어린이 전시관’인기

국립청주박물관은 98년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공간을 만들었다. 박물관 내에 별도의 전시관인 ‘어린이 전시관’은 토기체험, 전통악기와 민속놀이 체험, 서당,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놀이를 통하여 전통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전시관은 청주국립박물관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그 결과를 보고 대구, 용산에서도 별도의 전시관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린이 문화재그리기 대회, 특별전, 선생님들을 위한 문화강좌, 문화공개강좌,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초·중 체험학습프로그램운영, 공예교실 등 관람객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들이 다양하다.
류태곤 학예사(32)는 “전통문화를 가까이 접하기 위해서는 체험을 통해 경험을 쌓고 또한 소소한 결과물일지라도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물관의 성격이 점차 체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 시대 흐름이다” 라고 답했다. 또 올해에는 박물관에서 음악회도 감상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문화강좌에 참여했던 교사 김모씨는 “문화강좌 참여율이 상당히 저조한 편이어서 강의에 수강했다가 민망한 적이 여러번이었다. 지역민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홍보부족인지, 아니면 시민의식부족인지 잔치에 손님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물관은 유물전시관의 고정적 성격을 탈피하여 지역민을 위한 문화체험공간, 전시장으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2004년 말 완공을 바라보고 있는 ‘사회교육관’은 앞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체계적인 문화체험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시가 운영하는 박물관, 대부분 사업비 삭감

그러나 시예산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의 경우 올해 사업계획을 짜기가 막막하다. 사업비 전면삭감 혹은 절반이상 삭감으로 새로운 계획을 꾸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공예관 안승현 큐레이터는 “예산삭감으로 그동안 운영해 왔던 공예교실 운영마저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예프로그램은 박물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예교실과 중복되고 있어 사업을 하나로 통일, 전문성을 갖고 공예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씨는 “전국유일의 공예전문 박물관의 성격찾기는 공예를 중심으로 시민참여형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다. 지난해 열었던 ‘흙놀이 조형전’처럼 아이들이 전시장 주인공이 되는 전시, 이벤트성 전시가 필요한 때다. 즉, 전통, 현대, 교육, 체험, 생활용품이 한데 어우러지는 비빔밥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청주백제유물전시관 경우는 체험공간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시에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답안을 못내고 있다. 강민식 학예사(36)는 “최소비용을 들여 체험전시관을 만들어 기본적인 시청각기자재와 토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을 갖추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학교 운영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의 경우 체험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문화재자료가 없다며 교과서와 연계한 문화재프로그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외부공간이 없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실례로 청주시와 자주 비교가 되는 전주의 경우 박물관에 체험공간을 만들어 놓아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돈도 쏠쏠히 벌고 있다. 청주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돈도 무시못할 수준이라는 것.
강씨는 “올해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체험전시관마련, 또 3월부터는 발굴조사에 들어가서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야외전시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어릴 적 절에 갔을때 절보다는 오고 갔던 산속의 길을 기억하는 것처럼 박물관은 전시의 고유기능위에 길마다 널려있는 자연풍경과도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런데 지차체는 “하루빨리 아스팔트로 길을 포장해서 모두가 편히 다니도록 해야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간헐적으로나마 발굴조사에 사람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긴 시간을 두고 모두가 발굴현장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개방형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쇄 박물관 체험학습공간 요원

한편 고인쇄 박물관은 직지라는 빛나는 ‘상품’이 있어서 사업비가 삭감됐다 하더라도 예산확보는 어렵지 않다는 여론이다. 고인쇄박물관의 경우 매년 특별전을 열어 직지를 중심으로한 우리나라 인쇄문화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나가고 있으며, 시민들을 위한 문화학교를 매년 열어 시민참여도 이끌어내고 있다.
특별전 담당자는 “고인쇄박물관이 평상시 보여줄 수 없는 시대별, 주제별 특별전을 열고 있다. 세미나등을 개최하여 학술적으로 남고,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고 답했다.
그리고 직지탁본 체험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흥을 얻고 있다. 박물관 관람후 직지를 직접 한지에 찍어봄으로써 결과물을 소유할 수 있는 잔잔한 재미가 인기의 비결이다.
그러나 아직 고인쇄박물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강좌, 체험학습프로그램이 요원하며 또한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직지가 시민들에게 좀 더 쉽고, 놀이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이에 고인쇄 박물관 한 관계자는 “여론을 수렴하고 있으나 아직은 내부적인 문제로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청주교대, 청주대, 충북대, 서원대에 박물관이 캠퍼스내에 마련돼어 있다. 서원대의 경우 교육박물관을 테마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한국 교과서100년전’을 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충북대, 충청대, 청주대의 경우는 대학내 사회교육원과 연계하여 박물관문화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내 박물관에 대한 학생들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편이다. 충북대 역사교육과를 재학중인 한 학생은 “박물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유물관리, 전시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박물관에 대한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박물관은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탈바꿈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체험박물관이 뜨는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