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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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충청리뷰
  • 승인 2021.06.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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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기준 세우도록 하는 게 중요

 

 “스마트폰을 몇 살 때부터 ‘사용’하셨습니까? 온라인에 처음 접속한 것은 언제입니까?” 학부모님께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습관 관련 상담을 하러 오시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대답에 따라 세대가 나뉜다. 만약 ‘온라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세이클럽이라는 서비스로 처음 접했고, 스마트폰은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사용했다’라고 한다면 어떤 추측을 할 수 있을까? 대략적인 나이 혹은 세대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오주현 연세대 바른 ICT연구소 교수 등이 발간한 ‘영·유아의 스마트 미디어 사용 실태 및 부모 인식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하는 최초 시기는 만 1세(12~24개월 미만)가 4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말보다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스마트 미디어를 접한 세대의 경우 그곳은 현실 세계의 보조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현실 세계만큼이나 중요한, 어쩌면 더 중요한 하나의 온전한 세계로 스마트 미디어 세계가 존재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첫걸음은 이를 인정하는 데 있다. 어른에게는 중요해 보이지 않고, 때론 걱정스럽기까지 한 그 세계가 아이들에게는 현실만큼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 뺏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이를 인정할 때야 비로소 아이들을 돕는 방향을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온라인 세계에 처음 들어갈 때
첫째, 혼자 보내지 말고 함께 간다. “3살짜리 아이를 미국과 같은 다른 대륙에 혼자 보내실 수 있습니까?” 아마 이 대답에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3살이면 집 문 밖을 나서기만 해도 계속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잃어버릴까, 넘어질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나이니 당연하다. 집 문밖만 해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혼자 보내지 않으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들어가는 온라인 세계에는 혼자 들여보내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은 그 어떤 대륙보다 크고 넓고 빠른 공간이다. 심지어 이곳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것과 안전한 것의 구분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그곳에 아이 혼자 들여보낸 후 내 ‘눈앞에 아이가 잘 있으니’ 괜찮다고 쉽게 안심하기도 한다. 스마트 미디어 세계를 처음 접할 때는 마치 집 밖에 아이와 함께 나갔을 때처럼 아이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눠줘야 한다.

둘째, 기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스스로 세우도록 한다. 아이와 함께 간다는 말이 아이의 세계를 통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조심해야 할 것과 도움을 요청할 곳 등을 알려줄 수 있으나, 아이가 탐험할 세계는 너무 넓고 하나하나 사례를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니 ‘개별 사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미디어 세계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현실 세계에도 사생활은 존재하지만, 가족 간에는 사적인 영역이 줄어든다. 그러나 온라인 세계는 다르다. 유튜브 첫 페이지, 각종 OTT서비스(넷플릭스, 왓챠, wave 등)의 첫 화면을 살펴보자. 가족이 똑같을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라는 말처럼, 미디어 세계에서는 개인의 취향을 빠르고 집요하게 반영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구축하도록 돕는다. 크고 넓은 온라인 세상에 있다고 믿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클릭에 따라 만들어진 알고리즘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이런 채널은 들어가지 말고, 이런 사이트는 괜찮아’와 같은 가르침은 크게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아이들을 온라인 세계 속으로 숨게 만들지도 모른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
교실에서는 ‘초등학교 0학년 관람불가 기준 만들기’ 활동을 자주 한다. 교사가 기준을 세워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등학생이 봐도 괜찮은 기준을 세운다. 내가 보는 채널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함께 들여다보며 비속어가 많이 나오는 채널은 구독하면 안 된다든지, 재미를 위해 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와 같은 기준을 세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나의 기준과 사회의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자신의 시청 습관을 자연스럽게 돌아본다.

그렇게 합의한 기준에 맞춰 접하는 미디어를 ‘가능한 것’과 ‘불능한 것’으로 나누어 보고 함께 만든 기준을 지키려는 실천 계획도 세운다. 교사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안내해준다. 그 과정을 관찰하며 현재 아이들이 어떤 미디어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채널이 유행하는지를 파악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이런 과정을 해 보면 어떨까. 가족이 함께 각자의 미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며 이것은 몇 살부터 가능한 것, 가능하지 않은 것, 기준을 정해보는 것이다. 그 기준은 우리 가족의 미디어 세계 규칙이 될 것이고 서로 지키고 있는지 자주 확인하며 대화를 나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가는 동시에, 과정 속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법을 배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하게 아이들의 세계에 스마트 미디어가 가득 차버렸다. 이에 대한 걱정도 많고 어려움도 많지만, 교실에서만 하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온라인 수업과 만나 훨씬 더 의미있는 수업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다가온 변화에 대해 걱정만 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아이들의 온라인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고 스스로 기준을 세워보도록 돕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최유라 청원초 교사
최유라 청원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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