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미디어는 정말 올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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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디어는 정말 올드한가
  • 충청리뷰
  • 승인 2021.09.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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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뢰받던 매체 ‘신문’ 위상 하락
그래도 노력하는 신문은 구독

미디어의 개념과 범위를 정하는 담론 중 하나는 미디어를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로 나누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을 기준으로 그 이전부터 있던 미디어를 올드미디어, 그 이후에 나타난 미디어를 뉴미디어라고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에 언제 지금의 뉴미디어가 올드미디어 대열에 합류할지 모를 일이고, 신문과 뉴스 제작에 빅데이터와 AI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데다가 이용자의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신문과 뉴스를 보는 시대에 그런 구분과 명칭이 합당한 지 의문이다. 게다가 올드미디어는 낡고 구태의연하며, 뉴미디어는 신선하고 혁신적이라는 식의 인식은 매우 부당하고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누구나 자신의 목적에 맞는 미디어에 접근해서 정보를 얻고, 해석·평가할 수 있으며 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미디어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가려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미디어들이 갖는 특징과 장단점, 활용 방법을 알고 그에 맞게 쓸 줄 아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된 담론에서 다소 외면당하고 때로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올드미디어, 그 중에서 신문에 대해 생각해봤다.

 

언론사 홈피보다 검색엔진 이용 추세

 

우리나라 신문이 동남아시아로 인기리에 수출되고, 국내에서도 쿠팡 등 플랫폼을 통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좋은 소식인가 싶었더니 정보를 담고 있는 매체로서가 아니라 과일 등의 포장재나 청소, 반려동물의 배변처리용으로 쓰인다는 소식에 놀랍고 씁쓸했다.

지금은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지만, 한때 신문은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였다. 집집마다 일간지를 구독했고, 드물지만 조간과 석간 두 개를 보거나 관점을 비교하기 위해 여러 언론사의 신문을 구독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스포츠, 연예까지 지면 하나하나를 넘기다 보면 무심했던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상식이 높아졌다. 뉴미디어의 알고리즘 추천 방식으로 인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보게 되어 점점 고립되게 된다는 필터버블 현상을 걱정할 일은 없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이슈과 관점을 접하면서 안목과 상식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신문의 위상은 어떤가.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조사 대상 40개국에서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기 위해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고, 소셜미디어나 구글 등 검색엔진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독자들은 하루에도 수 백개 씩 쏟아지는 자극적인 제목의 내용은 거기서 거기인 온라인 기사들에 지쳐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뉴스 소비환경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언론이 혁신의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신문을 보는 이유

 

다행스러운 것은 언론 스스로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는 언론사가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예가 있겠지만 필자가 구독하고 있는 언론사의 예를 들어 보겠다. 평소 포털을 통해서 기사를 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신뢰하는 몇몇 언론사의 뉴스레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중요한 시사 정보를 놓치지 않고 싶고 포털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획취재물이나 심층분석 기사를 보고 싶어서다.

김선화 충북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김선화 충북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뉴닉이 보내주는 뉴스레터를 통해 짧은 시간에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기사를 읽고, 한국일보의 뉴잼에서 탐사기획물이나 심층 인터뷰 기사를 보는 식이다. 우리 지역의 이슈와 동향은 매주 집으로 배달되는 충청리뷰를 통해 얻는다. 도내 지자체 소식, 학계와 산업계의 움직임, 문화예술계의 동향 등 충청리뷰를 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했거나 무심했을, 그러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알아야 할 우리 지역의 소식과 이웃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독자들의 눈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을 때 출처를 인지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1년전에 비해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승했다. 뉴스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만큼 높아진 증거라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충북교육연구정보원에서는 제1회 충북청소년팩트체크대회를 진행 중이다. 예선을 통해 선발된 14, 50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자신들이 정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찾고, 믿을만한 정보인지 탐구해보는 대회인데 주말조차 쉬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독자와 호흡하고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신뢰를 위해 노력하는 미디어 앞에 올드를 붙이는 건 합당하지 않다. 고정된 어느 시점이나 기준이 아니라 지금 얼마나 독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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