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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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
  • 충청리뷰
  • 승인 2021.1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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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과 함께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1년 회고해보니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이었다. 어영부영 1년을 보내고 나니 2021년에는 꼭 학생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올해 고3을 맡으며 입시를 앞두다 보니 아무래도 전면적인 교육이 부담되었다. 이 지면을 통해 지난 1년간 학급 운영과 교과 지도에서 틈틈이 진행했던 교육과 그 한계를 나누고자 한다.

학급 운영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학급신문 제작 활동이었다. 학교신문처럼 학교행사를 취재하거나 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들로 구성된 학급신문을 제작하고자 했다. 반장선출부터 청소나 자퇴 소동 등 다양한 소재들로 구성했다. 이는 학생들이 신문이라는 올드미디어가 딱딱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취재하여 기사화하는 것임을 알려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학생들의 참여공간을 만들었더니, 한 학생은 자신이 매일 가위바위보를 져서 청소를 하게 된 사연을 바탕으로, 가위바위보의 승리법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신문협회에서 실시하는 신문기자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신문제작과정과 기사작성법에 관한 교육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의 뉴스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동아리 구성해 활동

 

그리고 동아리를 구성해 팩트체크 활동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실시하는 팩트체크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동아리원을 모집하고 강사를 초빙해 8개월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허위정보를 판단하고 진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학습했다. 이어 제1회 충북 청소년 팩트체크 대회에도 학생들을 모집해 참여를 독려했다.

교과 지도 역시 미디어와 연계하는 방법을 택했다. 윤리교사로서 지난 3월에 본지에 썼던,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유튜브 모습을 설계하고 한 달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하며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자신이 본 유튜브를 유튜브 일지에 기록하며 자신의 계획에 맞게 유튜브를 시청하는 주체적 이용자로서의 태도를 갖게 하고자 했다.

경영학과 진학을 꿈꾸던 한 학생의 경우, 이 수업을 통해 경영학에 관련된 정보를 얻는 용도로 유튜브를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천했다. 활동이 끝난 뒤 제출한 소감문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경영학과 진학 정보를 얻게 되어 유용했고, 무관심한 소비자에서 똑똑한 소비자가 된 것 같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SNS가 가져다주는 부작용에 대한 교육을 위해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상문을 작성했다. 이어 어린이용 인스타 개설에 대한 뉴스 기사를 읽고 찬반 논술을 진행하는 NIE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SNS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다큐멘터리를 본 뒤 SNS의 중독성과 편향성에 대한 의견을 표현했고, 어린이용 인스타 개설에 대해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위험성을 주장했다. 이 밖에도 미디어 이용 윤리에 대해 시청자미디어 재단에서 제작한 팩트체크톡 (https://checktalk.factchecker.or.kr) 을 통해 단순히 실천 윤리를 작성이 아니라 가볍게 체험하며 체득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들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다. 지난 1년간 놓친 첫 번째 아쉬움은, 학생들의 디지털 도구 능력 격차를 끝내 메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구글 문서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작성된 공유문서를 제작하기 어려워했다. 이 학생들의 경우에는 결국 도구 이용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당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두 번째 아쉬움은 교과 간 또는 학년 간 협업이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다양한 교과와 교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없다. 윤리 교사로서 내가 미디어 이용윤리에 대해 지도한다면 국어 교사는 미디어 독해능력을 지도하거나 사회 교사가 미디어의 사회성에 대해 지도하는 형식이어야 했으나 혼자서 이 큰 그림을 설계할 능력이 모자랐다. 이 부분에 대해선 차후 교육과정 등 큰 그림을 그린 문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면 한계는 자명하다. 다행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자 검토 중이라고 한다. 포괄적인 지도 없이 개별 학교, 개별 교사의 노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교사 연구회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많은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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