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은 철근처럼 구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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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은 철근처럼 구부러진다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5.0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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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은 철근처럼 구부러진다

 

살아있는 것은 구부러져 자기 그림자를 껴안는다
작은 손은 검은 철근의 뻣뻣한 목을 부둥켜 안는다
내 안의 숨과 팔다리를 엮어서 절벽의 그림자를 양지로 옮긴다
그 사이 떨어진 땀방울이 못처럼 박히는 오월이다

계급이 없는 그림자가 아른거려서 햇살로 지은 작업복을 입는다
보이지 않는 지붕아래로 뛰는 가슴을 모래알처럼 떨어뜨린다
다시 온몸이 구부러지는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철근을 다독인다
키우고 싶지만 축축해서 땀을 주르르 놓아준

휘휘 저어놓은 일과 흩어지는 그림자 옆에 살아있다
서성이는 그림자가 그림자의 일을 궁금하게 본다
오늘의 철근은 눈이 부셔서 손가락이 굵은 부처의 손을 닮아가거나
예수의 머리카락으로 십자가로 자란다
 

    [ 오늘의 일은 철근처럼 구부러진다 ]         시/이기인, 사진/장현수

∥이번 5월 1일은 134주년이 되는 노동절이다. 법적으로는 ‘근로자의 날’로 점잖게 불린다. 단 하루라도 편히 쉴 수 없는 이들은 오늘의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았을 것이다. 그 숫자가 토끼눈처럼 빨갛게 충혈되어 도망가려고 한다면, 제발, 지금 하던 일을 멈추세요. 당신의 땀방울은 별처럼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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