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양산하는 '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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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양산하는 '고용허가제'
  • 고소피아 소피아외국인센터장, 강동대 한국어 교수
  • 승인 2024.05.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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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 42만명 시대…올해 현재, 1만8782명 추방

지난해 7월 조사된 바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 규모는 약 42만9000명에 이른다. 이는 세종시 인구 38만명보다 많다는 지적다. 올해 상반기에 2만437명의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를 단속해 그 중 1만8782명을 강제추방한 상태다.

현재 전체 체류자의 17.5%가 미등록 체류 상태인 것으로 집계돼 매년 증가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의 증가세를 볼 때 정부의 단속 강화는 어쩔 수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위험한 토끼몰이식 단속방식은 문제가 많다. 이같은 방식은 반인권적 처사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미등록으로 인해 어린 자녀들까지 출입국 보호소에 함께 구금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현장 모습.
외국인 노동자 현장 모습.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종교시설 난입 단속 및 농번기 농촌지역 단속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는 농업분야와 미등록 이주민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줄도산 등을 낳고 있다. 허위신고와 과단속은 향후 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노동착취, 산재 미보호, 비인간적 주거환경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 수 42만명, 체류자 중 미등록 이주민이 17.5%라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또한 계절근로자 마저 2017년 이후 4배가 증가한 7.9%의 사업장 이탈율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해 고용허가제 개편으로 4년 10개월의 체류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렸다.

“허가제 완화-강화”, 상반돼

그러나 아직도 ‘사업장 변경제한’은 그대로다. 이는 외국인노동자가 고용주의 갑질과 부당한 인격대우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생겨도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업장변경 제한이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이를 악용하는 노동자도 있다. 처음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와 지원 시 생각했던 일과 다르거나 지인, 가족이 있는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태업이나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현대판 노예제”로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기업체에서는 사업장 이탈이 잦다는 이유로 사업장변경 제도를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등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 현장 모습.
외국인 노동자 현장 모습.

노동과 고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라 문제가 없을 순 없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이 보장돼야 한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일꾼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 머물면서 경제적인 목적도 이루지만 그들의 인생에도 생로병사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방면에서 제한받고 있다.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도 결혼, 출산, 가족과의 삶은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려운 비자취득 문제

E-9 비숙련 비자를 가진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한국에 머물 수 있는 비자가 바로 E-7-4 숙련기능인력 비자다. 제조업, 농림축산어업, 뿌리산업체 기능공들이 취득할 수 있는 장기체류가 가능한 비자다. 올해 연간 쿼터를 3만5000명으로 늘리면서 연간 2600만원 이상이란 소득조건도 있지만 점수 항목도 간소화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한국어 능력시험 통과가 필수이기에,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우선 한국어 관련 사회통합프로그램은 개설하기가 무섭게 5분 안에 수강생이 완전 마감된다. 일요일에 하는 수업을 하려면 회사에서 일을 시켜 출석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보니 E-7-4 비자취득의 길이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 현장 모습.
외국인 노동자 현장 모습.

이런 종합적인 상황으로 볼 때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성공하지 못한 정책임에 틀림이 없다.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 42만명도 분명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분들인데 그들에게 추방이 아닌 숙련기능 능력을 인정해 선처하는 방안을 우선 고안하면 좋겠다. 기존의 비숙련자들에게도 장기체류가 용이하도록 체류비자 변경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장기체류자에게 지방선거권을 주고 함께하는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인물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노동안전 강화를 위한 유권자의 바람과 요구가 있었다. 이제 외국인 취약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호나 안전망 확보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제조업 등의 산업과 농어촌의 일손 문제, 가사 도움과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향후 그들의 목소리는 취약 노동자에서 생산적 주력노동자의 위치로 서서히 옮겨갈 전망이다. 그동안의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의 증가세에 대한 정책을 다른 각도에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고소피아 :

소피아외국인센터장이자 강동대학교 한국어교수다. 음성 외국인 도움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와 이주민들을 위한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그들의 사회 복지 향상과 동반 상생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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