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청년여성농업인, 정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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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예감’ 청년여성농업인, 정혜원씨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5.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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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사과농업…실패 딛고 성공길 진입 눈앞
고향에서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청년여성농업인 정혜원씨가 적과작업을 하고 있다. 

사과와 배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과수화상병’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첫 발생지역의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정기예찰 기간에 관내 과수원에서 잎이 시들고 흑갈색으로 변하는 전형적인 과수화상병 증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첫 감염 사례가 발생한 뒤인 지난 17일 홀로 1500여평의 사과밭을 경영하는 여성농업인 정혜원(38)씨를 만났다. 충북혁신도시 인근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 소재 혜원농원은 10년 가량 정씨가 쏟은 땀과 노력이 흠뻑 녹아있는 구릉지 사과밭이다. 남성들도 과수원 경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독자경영 여성농업인으로서 만족도가 높다는 소문에 그를 찾았다.

처음부터 물었다. “지역에 요즘 과수화상병이 다시 돌고 있다는데 괜찮냐”는 질문에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좀 동떨어져 있고 다른 과수원 방문을 하는 경우가 없어서인지 겪어보지 않았어요”라고 했다.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400그루 정도 심겨 있다는 사과 농원은 비탈진 부지로 연결된 밭이다. 신체적으로 강하지도 않고 여려 보이는 그는 혼자 농사를 짓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업에 뛰어든 뒤 결혼한 그는 3살짜리 아기를 두고 있지만 남편은 직장인이란다. 주말엔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평일엔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과수원 일을 한다고 했다. “남편은 아예 과수원일을 도와주지 않나요” 재차 의문을 제기하자 “나무 밑 풀베기는 해준다”며 웃었다.

봉지가 씌워지지 않은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지난해 혜원농원 모습.

넓은 풀밭은 어떻게 처리할까. 그는 “작은 트랙터를 이용해 제초작업을 벌인다”며 “제가 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어떤 계기로 사과농업에 뛰어들었는지 물었다. 그는 농식품과를 졸업하고 약학대 편입 공부를 하다가 이곳에 복숭아를 농사짓던 친척분을 아르바이트로 도왔던 게 인연이란다. 이들이 농사를 짓지 않게 되자 용기를 내었다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결국 설득하고 일부 개간을 더해 복숭아나무 반 사과나무 반으로 10년전 시작했다고 한다.

봉지 안씌우는 농법
3살 아기, 동시 육아

하지만 품종선택 실패 등으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면서 사과 공부를 이어갔다고 한다. 인터넷 자료도 이용하고, 코로나 이후 음성군기술센터에서 강의를 들으며 이해를 높여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복숭아 나무는 모두 베어냈고, 일부 품종의 사과나무도 뽑아 버리는 아픔도 겪었다. 지금은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사과 판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물음에 “직거래로 모두 판다”는 답을 내놨다. 특히 봉지를 씌우지 않는다고 했다.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상품(上品) 판정을 받기 어렵다는 게 상식적인데 궁금증이 더해졌다. 이때 마침 사과박사로 유명한 충주의 류종현씨가 농원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음성군농업기술센터 강의 때였다. 류씨는 강사, 정씨는 수강자 신분이었던 것. 봉지 씌움 질문을 들은 그는 박사답게 금방 답변이 술술 나왔다.

그에 따르면 봉지를 씌우지 않을 경우 좋은 색상을 낼 수는 없어도 당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아울러 노동력 절감 효과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경매를 통하는 청과물 시장으로의 출하는 어려운 실정인 게 현실이다. 즉 일반 소비자들은 잘생기고 예쁜 사과를 사서 먹지만, 직거래로 봉지에 싸여있지 않은 것을 먹는 소비자는 좀 못생긴 사과지만 더 당분이 높은 것을 먹게 된다는 것.

청년여성농업인 정혜원씨가 자신의 농원에서 사과박사 류종현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정씨가 기르는 품종은 감홍, 아리수, 시나노골드, 부사 등이다. 품종은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뉜다. 과수원에는 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관수시설, 지주대 등이 설치돼 발전되고 있는 농법이 눈에 보였다. 대개 심은 지 3년부터 수확하고 4,5년차부터 12년차까지 수확이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력에 따라, 농장주의 의도에 따라 과실의 크기를 달리 길러낼 수 있다는 게 류종현 박사의 설명이다.

류종현 박사와 교류
모두 직거래로 유통

31년째 사과농원을 경영한다는 류씨는 공판장 공급을 위한 농법, 추석 대목 대비 농법, 노동비용 대비, 가격대비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나무와 과실을 길러낸다고 했다. 특히 나뭇잎의 색깔을 보고 나무 상태를 파악할 수도 있지만 베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전지가 매우 중요한데 시기별로 효과가 다르고 나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류씨는 올해도 이상기후로 사과가격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정씨는 “박사님의 설명에서 많은 것을 더 깨달았다”고 고마워했다.

혜원농원 취재를 끝내고 기사를 정리하던 중 과수화상병은 더 번졌다. 지난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주시와 괴산군, 음성군 지역의 과수원 총 4곳이 추가로 과수화상병이 감염됐다. 도에 따르면 전국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는 20곳으로 피해 규모가 21㏊를 넘겼다. 1주일 만에 피해 면적이 지난해 전체 111.8㏊의 약 20%에 도달했다.

이 밖에 사과 농가는 잦은 비와 높은 일교차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시름이 더 깊다. 지난해 탄저병으로 심각했던 피해가 심각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 밀양 얼음골 사과 농가는 벌써 이상기후로 과실이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보통 4월 중순쯤 사과꽃 수정을 하는데 이 시기 잦은 비와 20도 이상의 일교차가 발생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증상이 빚어졌다는 것. 특히 꿀벌이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져 자연 수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여파가 크다는 말도 있다. 농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 수정을 하기도 한다.

정혜원씨는 통화에서 “열심히 적과를 하고 있다”는 말 외에 두려움은 느낄 수 없었다. 부부농업인은 있어도 단독 과수 여성농업인은 흔치 않은 상황에서 그의 성공이 또 다른 청년농에게 용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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